개태사 가마솥에 얽힌 이야기

  개태사는 고려 태조인 왕건이 세운 사찰이다. 개태사(開泰寺)에는 엄청난 크기의 가마솥이 있다. 이 가마솥(철확)은 현존하는 조리기구 중 그 규모면에서 세계 최대의 자랑일 뿐 아니라 신비로운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가마솥(철확)은 이곳 주방에서 사용했다고 전하는 철로 만든 대형 솥이다. 벙거지 모자를 뒤집어 놓은 모양으로, 지름이 약 2m, 둘레길이 6.28m, 높이 97㎝이다. 조선시대에 절이 없어지면서 벌판에 방치된 채 있던 것을, 가뭄 때 솥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 비가 온다고 하여 여러 곳으로 옮겼다가, 일제시대 때 서울에서 열린 박람회에 출품된 후 새로 건립한 지금의 개태사에서 보존하고 있다.

   ◆ 수해를 막고, 풍년들게 하는 신통한 가마솥

  이 가마솥(철확)에 밥을 지으면 능히 500명은 배불리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임진왜란 때는 승병들이 이 솥에다 밥을 지어 먹고 백전백승했다고 전한다. 또 이런 얘기도 전해진다. 어느 해의 일이다. 큰 스님 한 분이 개태사를 찾아와서 “얼마 후 대홍수가 나서 본당의 부처님이 위험할 것이니 이 솥으로 본당에 이르는 물길을 막으면 불상은 안전할 것이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스님들은 가마솥으로 본당 앞을 막았다. 과연 대홍수가 났는데 불상은 안전했지만 가마솥은 떠내려가 지금의 고양리 다리 근처에 묻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이 쇠솥으로 제방을 쌓으면 수해를 막아주고 풍년이 들게 한다고 한다. 가마솥을 보면 깨진 곳이 두 군데가 있다. 어느 날 도적이 무쇠겅이가 욕심이 나서 가마솥을 망치로 두들겼다.

  그런데 쨍! 하는 소리와 함께 천둥 번개가 내리쳐 도적은 벼락에 맞아 죽었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이 죽어서 염라국에 가면 염라대왕이 “네가 연산의 가마솥과 은지미륵, 강경의 미내다리를 보았느냐?”라고 물어본다고 한다. 이는 염라대왕도 알 정도로 유명하다는 말이다. - 논산문화원 홈페이지에서

   ◆ 가마솥을 훔쳐가려다…

  이렇게 개태사 가마솥(철확)이 유명하다 보니까 일제시대에 이것을 훔쳐가려는 시도가 있었다. 1935년 일본이 패망을 앞두고 최후의 발악을 하던 무렵이다. 당시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쥐고 있던 일본인 시라이(白井)는 이 솥을 일본으로 훔쳐가려고 했다. 가지고 있는 장비를 총동원하여 부산항까지 가져가는데 성공한 시라이는 문득 솥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는 것을 알아챘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큰소리를 내며 솥은 울부짖기 시작했고, 그 울음은 3일 밤낮 계속되었다. 뭔가 심상찮음을 느낀 인부들은 시라이를 말렸다. 그러나 문화재 욕심에 눈이 먼 그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억지로 화물선에 실으려 했다. 그러자 갑자기 사방이 어두워지면서 천둥 번개가 치고 시라이(白井)는 벼락을 맞아 죽고 말았다. 이로써 일본의 반출작업은 중지되었다.

  그해 4월, 경성산업박람회에 모습을 드러낸 개태사 가마솥은 그 위용으로 관람객들을 놀라게 했으며, 전시가 끝난 뒤엔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인정돼 경성박물관(현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었다. 그런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국적인 가뭄으로 모든 농작물이 말라 죽어가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개태사 가마솥을 다른 곳으로 옮겼기 때문이라며 원위치에 보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열차편으로 연산역에 오게 되었다. 당시 기우제(祈雨祭)를 지냈는데 비가 쏟아져 그해 풍년이 들었음은 물론이다. 당시의 연산번영회에서 조선총독부에 누누이 진정(陳情)하여 기차로 연산역에 갖다 놓았던 것을 해방 후 연산공원(連山公園)에 옮겨 놓았었다.

  개태사에서는 꾸준히 진정서를 내는 등 오랜 세월 동안 연산리(連山里) 주민들과 의견 대립이 생겨 1976년도에 이미 옮길 계획이 결정되었으나 1981년 6월 충남문화재위원회가 이 가마솥을 옛 절터로 옮겨도 좋다고 승인한데 이어 주민대표와 신도대표의 원칙 합의하에 1981년 8월 22일 절을 떠난 지 500여 년 만에 제자리로 옮겨졌다.

   ◆ 개태사 가마솥과 미륵불

  미륵불은 1980년 10월 15일 성불하셨다. 그리고 1년 후 북방불기 3008년(서기1981년) 8월 18일 오후 3시 50분에 중생 제도(濟度)를 위해 이 세상에 오셨다. 그런데 개태사 철확(鐵擴)이 500년 간 방황하다가 현 위치에 옮겨진 날짜가 1981년 8월 22일이다.

  미륵불께서 속세에 나오신 후 4일 만에 개태사 철확도 제자리에 옮겨진 것이다. 미륵불을 모셔놓은 개태사에 신비한 영험이 있는 가마솥(철확)이 미륵불 출현시기와 거의 같은 때에 제자리를 잡았다는 것은 무언가 연관이 있는 것 아닐까?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이내섭 장로 / (주) 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