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에 엄나무가 피어난 개태사 이야기

  미륵부처님을 만난 지 어언 25년이 지났습니다. 삼대적덕(三代積德)이 아니면 미륵부처님을 못 만 난다고 한국 대 예언서 격암유록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시대에 미륵부처님을 만난 것은 조상의 음덕과 미륵부처님의 이끄심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감로이슬 은혜로 죄를 박멸소탕 해주시니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고, 수없이 감로의 은혜 체험을 하여 하늘나라에서 사는 기쁨을 맛보고 있습니다.

  십여 년 전에 교통사고로 죽음의 경지까지 갔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미륵부처님께서 감로의 은혜로 살려주셨으며 대개 교통사고는 후유증이 있는데 지금까지 아무런 후유증 없이 살고 있는 것은 미륵부처님의 은혜의 덕분입니다. 이러한 미륵부처님의 은혜에 억만 분의 일이라도 보답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글쓴이의 변

    ◇ 곳곳에 부처님의 비밀이

  개태사는 명산의 큰 절이 아니다. 논산-대전 국토를 따라가다 개태사역 맞은편 해발 350m 천호산(天護山) 기슭의 부드러운 경사면에 자리 잡은 작은 사찰이다. 그러나 굳이 개태사(開泰寺)를 찾은 까닭은 지금 모습의 몇 십 배가 되는 하늘의 비밀이 이 작은 절 안팎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0년 1월, 겨울바람이 매섭게 불던 이곳 주변 벌판에서 옛 개태사 터에 대한 발굴 작업이 펼쳐졌다.

  충남대 박물관 팀이 발굴을 통해 옛 개태사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주춧돌과 석축 등이 천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 지금의 개태사를 중심으로 남북 10리에 걸쳐 뻗은 옛 개태사 터가 조금씩 확인되기 시작한 것이다. 개태사는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정벌을 기념하기 위해 원당 사찰로 세운 것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의 기록에 따르면 왕건이 적군을 이곳 연산서 멸하고 건국의 기틀을 잡은 후, 이런 인연으로 이곳에 큰 사찰을 세우고 뒷산을 하늘이 돕는다는 뜻의 천호산(天護山), 절은 나라를 열었다는 의미로 개태사(開泰寺)로 했다. 지금의 개태사는 조선조에 패쇄돼 터만 남아 있던 것을 1930년대에 金大成(본명 : 金光榮) 천황보살이 일부를 중건한 것이다.

    ◇ 한 지붕 두 가족, 감나무 사이로 자라는 엄나무

  입구에 들어서면 우선 개태사와 오랜 풍랑을 함께 겪은 듯이 보이는 그다지 크지 않은 나무 두 그루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주의깊게 바라본다면 뭔가 이해되지 않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가 식물학자라면 더더욱 말이다. 옆에 서있는 푯말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수령이 족히 약 700백 년 되었음직한 두 감나무는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하나는 강한 생기를 뿜고 있었고 다른 한 그루는 이미 고사하였기 때문이다.

  왜 같은 토양에서 자란 두 나무가 하나는 살고, 하나는 죽었을까? 감나무에 엄나무가 난 것도 이상하거니와 이것 또한 신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태사에 오랫동안 다닌 장보살은 이렇게 말한다. “엄나무가 자랄 때, 감나무 두 그루는 이미 오래 전에 죽어 고목이 되어 있었지요.

  그런데 한 나무에 엄나무가 자라나고부터 그 감나무가 다시 살아났어요.” 죽은 나무에 뿌리를 내린 엄나무, 그 엄나무로 인해 감나무는 다시 살아났다, 부활한 것이다. 엄나무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자연의 법칙을 거슬러 죽은 감나무를 다시 소생케 하는 기적을 연출하면서까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과연 무엇일까? 예로부터 인간은 나무를 숭배해 왔다.

  그 대표적인 예로 소위 인류나 특정집단이 어느 일정한 수목에서 태어났다는 신화를 들 수 있다. 그리고 신생아의 태반을 나무 밑에 묻거나 죽은 자의 영혼이 특정 나무와 결부시키는 풍속에서 인간과 수목 사이에 흐르는 생명의 교류를 발견할 수 있다. 지금도 시골에 가면 마을을 지켜주는 수백 년 묵은 고목(古木)이 있고,  마을 사람들은 그 나무에 자신의 소원을 빌었고,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감나무 속의 엄나무 출현도 인간과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가령 불경 상의 ‘우담화’를 상징하는 ‘엄나무’가 성경 상의 ‘감람나무’를 상징하는 ‘감나무’를 부활시켰다고나 할까. 비약하면 감나무의 엄나무는 유(儒)불(佛)선(仙)의 합일 즉 종교의 통합을 상징하는 지도 모르겠다. ‘우담화(優曇華)’를 직역하면 「이기신 부처」이다. 그렇다면 혹 이 엄나무가 불교에서 말하는 미륵불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미륵신앙이 민간 신앙의 형태로 전래되어 왔다. 특히 나라가 위험에 처해 있거나 새로운 왕조가 탄생할 때에는 어김없이 등장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래서 전국 곳곳에 그렇게도 많은 미륵사찰과 미륵사상이 있는 지도 모르겠다. 미륵신앙의 맥락에서 개태사에 감춰진 비밀을 차근차근 밝혀보고자 한다.*

이내섭 장로 / 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