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는 윷판을 벌여 친목을 다져볼까

   우리 민족은 예부터 풍류나 여가를 상당히 즐겼다는 것을 역사를 통하여 알 수 있다. 고조선 이후 농업문화권에서 생활하게 된 우리 민족은 농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면서 그 시기와 놀이들을 개발하여 농사가 잘 되기를 비는 마음과 함께 이웃들과의 화목을 이끌어 왔다. 그 놀이 중 하나가 음력 정초에 온 가족 친지가 함께 모여 할 수 있는 한국 고유의 전통놀이 윷놀이가 있다.

  요즘 같은 핵가족 시대에는 제각기 바쁘다보니 서로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회도 적거니와 모든 여가 놀이가 개인적인 구조 형태로 되어 있어 좀처럼 전체의 화목을 위한 기회가 많지 않다. 윷놀이는 가족의 화목을 위한 좋은 놀이 중 하나로서 한국 사람의 기호에 딱 맞는 놀이다. 설날의 정취와 실내 오락으로서 흥을 돋우는 데는 윷놀이만한 놀이가 없다. 우리 고유의 전통놀이로 오랜 역사를 지닌 윷놀이를 통해 가족 친지간의 따뜻한 만남과 화목을 다시 한 번 만끽했으면 한다.

    ◎ 농사점農事占에서 유래한 윷놀이

  산촌에서는 해마다 음력 정월 보름이면 아침부터 산촌 부락의 젊은이들이 모여 높은 지대쪽과 낮은 지대쪽 두 편으로 나누어서 윷놀이를 하는데 그때 높은 지대편이 이기면 그 해의 농사는 높은 지대쪽이 잘 된다고 하며, 낮은 지대편이 이기면 낮은 지대쪽의 농사가 잘 된다고 하는 놀이가 있었다고 한다. 이것이 발달하여 옛 뜻은 없어지고 단순한 놀이가 되었다.

    ◎ 윷의 종류

  윷에는 장작윷(혹은 장윷, 가락윷이라고 한다)과 밤윷(혹은 좀윷)의 두 종류가 있다. 장작윷은 박달나무나 붉은 통싸리 나무 두 가지를 길이 4치, 두계 7-8푼 가량 되게 쪼개어 네 개를 만든 것이고, 밤윷은 작은 밤알 만하게(길이 6푼, 두께 4푼 가량) 만든 것이다. 장작윷 또는 가락윷은 그 모양이 장작개비의 축소형처럼 또는 엿가락처럼 생긴 데서 붙여진 이름이고, 밤윷은 밤알처럼 작아서 그렇게 부른다.

  밤윷은 장작윷에 비하면 아주 작은 것인데 가로로 쪼개어 네 개를 한 벌로 하기는 마찬가지다. 이것은 주로 경상도지방에서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용할 때에는 간장 종지 같은 것에 넣어 손바닥으로 덮어쥐고 흔들어 던지는데 손가락으로 그 종지 하반부를 쥐고 그 속에 든 밤윷만 땅바닥에 던진다.

  또 이밖에도 정식 윷이라고 할 수 없으나 농민들 사이에 콩밭에서 작업하다 점심 시간이나 또는 잠시 쉬는 사이에 팥이나 콩 두 알을 가지고 그 절반씩을 쪼개어 흔들어서 땅바닥에 던져 노는 일이 더러 있다. 이러한 윷을 그 사용하는 재로에 따라 그것이 팥이면 팥윷, 콩이면 콩윷이라 한다.

    ◎ 윷놀이 하는 법

  윷놀이란 윷가락을 던지고 말을 사용하여 승부를 다투는 놀이이다. 그 노는 방법은 먼저 29개의 동그라미를 그린 윷판(말판)을 펴놓고 2명 또는 3명(윷놀이는 대개 2, 3명이 보통이지만 인원수가 많을 때에는 두 패, 세 패로 편을 나누어서 한다)이 서로 윷가락을 던져서 끗수가 많고 적음에 따라 선후 차례를 정한다. 그리고 윷말을 각자 또는 각 편이 네 개씩 가지고 사용한다.

  놀이는 정해진 선후에 따라 시작한다. 윷가락을 던져서 네 개가 다 엎어진 것은 모요 네 개가 다 젖혀진 것은 윷, 두 개가 엎어지고 두 개가 젖혀진 것은 개, 한 개가 엎어지고 세 개가 젖혀진 것은 걸, 한 개가 젖혀지고 세 개가 엎어진 것은 도라고 한다. 그리고 윷말의 행마를 보면, 도는 한 발, 개는 두 발, 걸은 세 발, 윷은 네 발, 모는 다섯 발을 간다.

  이와 같이 다섯이 각각 걸음이 다르다. 말 네 개가 모두 출발인 도자리에서 출발하여 참먹이(出口)를 먼저 빠져 나가는 편이 이긴다. 윷말 쓰는 법에 대하여 몇 가지를 적어보기로 한다. 윷말 한 마리를 ‘한 동’이라고 하고, 두 마리면 ‘두 동’, 세 마리면 ‘석 동’, 네 마리면 ‘넉 동’이라고 한다. 그리고 모나 윷이 나오면 한 번 더 할 수가 있으며 계속 나오면 계속할 수 있다.

    ◎ 윷판

  윷판의 동그라미는 29동그라미인데 그 낱낱의 명칭은 다 알고 있는 이가 드물다. 먼저 그 명칭부터 들어보기로 한다. 윷판은 윷밭이라고도 하여 네 밭으로 구획이 그어져 있으니 왼편 위쪽이 앞밭이고, 그 아래가 뒷밭이며, 오른 편 아래가 쨀밭(여기서 찢어져 나가는 밭이라는 뜻)이고, 그 위쪽이 날밭(나가는 밭이라는 뜻)이다.

  윷판의 29동그라미는 추성(樞星)과 28숙(宿)을 뜻한 것이니 29동그라미 한 가운데의 것은 방(方)이라 하여 추성(樞星)이며, 그 주위에 둘러있는 것은 28숙이다. 그리고 윷판의 바깥이 둥근 것은 하늘을 상형(象形)한 것이고, 안쪽이 모난 것은 땅을 상형한 것으로써 즉 하늘이 땅의 바깥을 싸고 있는 것을 상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