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해설

故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
고유지이위리 무지이위용

   도덕경 11장 해설

  이 장은 일상생활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사물의 모양과 그 쓰임새를 떠올리며 인간 정신세계의 참다운 이치와 작용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예사롭게 보아 넘길 사물의 형상과 그 쓰임새를 심오하게 인간의 정신의 이치와 작용으로 접목시켜 인간 본연의 순수의식 세계에의 도달을 꾀하고자 하는 노자의 현묘한 도의 지혜가 놀라울 따름이다.

  언뜻 접근하기에 쉬운 내용 같지만, 그 문장의 심층 속에는 인간의 놀라운 정신세계의 비어있음(空)의 지혜와 현묘한 작용이 그 글 사이로 빛난다. 여기서 3가지 사물의 비어있음의 공(空)은 인간의 정신이 맑고 깨끗하여 망상과 잡념이 없는 순수의식 상태를 말한다.

  인간의 육체 속에 담겨있는 정신이 욕망과 잡념과 집착으로 복잡하다면 그것은 그릇 안에 쓸모없는 것들로 꽉 찬 상태를 말하며, 그 꽉 찬 상태에서는 괴롬과 고통과 무거운 멍에를 짊어지고 짧은 생을 사는 세속인의 정신의 그것이라 할 것이다. 더불어 흔히 놓치기 쉬운 숨은 묘한 뜻이 가려져 있는데 바로, 정신을 받치고 있는 육체를 “30개의 바퀴살, 그릇, 집”이라는 3가지 사물을 들어 비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기존 해설서에서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다. 비어있음의 공이 고상하고 높은 의식수준을 그리고 있다면 그 의식을 받쳐주는 육체의 귀중성이 결코 무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30개의 바퀴살, 그릇, 집”이 견고하고 완전하지 않고서 어떻게 그 안에 공간의 효용의 가치가 제대로 있을 수 있겠는가? 강건한 육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순수의식 상태의 경지와 불로장생의 신선의 경지에서 언제든지 무너지고 이탈할 수 있는 불안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바로, 도교의 도의 핵심은 염담허무의 정신세계와 불로장생의 육체를 만드는데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도덕경의 진수는 육체를 수련하여 정신의 고양, 즉 내단(內丹)의 완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절대로 육체의 완성, 즉 외단(外丹)의 완성이 없이는 반쪽짜리 수행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도가의 핵심사상과 기본 수행의 목적을 알고 본문을 접한다면 거기서 심오한 도의 진수를 얻을 수 있겠다 하겠다.

  三十輻共一穀(삼십폭공일곡) 當其無(당기무)有車之用(유차지용) : 30개의 바퀴살이 한 개의 바퀴통에 한데 이루는데, 그 바퀴통의 비어 있는 공간으로 말미암아 수레의 효용가치가 있게 된다. 눈으로 확실히 볼 수 있는 수레바퀴의 모양과 구조를 통해 도인의 정신세계의 비어있음의 현묘한 작용과 놀라운 이치를 도를 좇아 공부하는 이들에게 확연하게 깨닫게 하고자 하는 도인의 자상한 의지를 엿볼 수가 있다.    

  埴以爲器(연식이위기)當其無(당기무)有器之用(유기지용) 진흙을 이겨서 그릇을 만드는데 그것의 비어있음에 의해서 그릇의 쓰임이 있게 된다. 진흙을 이겨 그릇을 만들고, 그 그릇의 비어 있는 공간을 이용하여 생활에 유용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는 것처럼 그 공(空)의 참다운 효용가치를 재차 역설하고 있다.

  鑿戶   以爲室(약호유이위실)當其無(당기무) 有室之用(유실지용) : 벽을 뚫어서 창문을 내어 집을 만드는데 그 창문의 비어있음으로 해서 그 집의 유용함이 있게 되는 것이다. 재차 집이라는 밀접한 생활공간을 예를 들어 집으로써의 꼭 필요한 비어있음을 강조한다. 집은 드나드는 문이 없다면 아무 쓸모가 없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나, 그 집에 드나들 수 있는 문과 비어있는 공간의 활용으로 말미암아 중요한 효용가치를 얻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故有之以爲利(고유지이위리)無之以爲用(무지이위용) : 고로 있음의 유익함은 비어있음의 작용으로써 있게 되는 것이다. 보통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음(空)”을 쓸모없을 수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은 그 비어있음으로 해서 그 물질이나 사물이 제대로 쓰임 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비어있음의 순수의식의 상태를 유지하려면 그에 못지않게 육체의 건강함(완전함)도 갖추어져야 한다는 심오한 도의 진수가 담겨 있는 11장의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

김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