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성님의 간증담
                                                인민군의 혹독한 포로 학대

  인민군 지하 본부에서 한 시간 반가량 인민군에게 몰매를 맞고 의식을 잃었다. 의식이 희미해져 가는 중에도 하나님을 놓지 않았고, 생명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하나님께 이 생명과 몸과 모든 전체를 맡기는 간절함 가운데 의식을 잃었던 것이다.

  ◇ 마포 형무소로 이송되다

  의식을 잃은 후, 몇 시간이 지나 정신이 들었다. 몸을 움직여보려고 해도 도저히 움직여지지 않았다. 너무 매를 많이 맞아서 얼마나 부었는지 헐렁한 여름 모시 적삼이 꽉 끼었으며 옷이 터져 그 사이로 살이 여기저기 튀어나왔다. 한참 애를 쓰다가 간신히 몸을 뒤집는데 성공하여 조금씩 기어 계단을 올라갔다. 인민군 장교가 지나다가 이 사람을 보고 부하에게 물었다.

  “이 간나 새끼는 뭐야?” 그러자 “이 새끼는 반동아 새끼입니다.”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마포형무소로 이송하라우.” 이리하여 이 사람은 마포형무소로 이송하게 되었다.인민군에게 끌려가는 도중 노량진 도로변에 서 있는 사람들 중에 고모부가 눈에 보이기에 소리쳐 부를 수도 없어 순간적으로 이 사람은 인민군에게 끌려간다는 표시로 피투성이가 된 웃옷을 벗어서 도로변에 던졌다.

  그 옷을 영등포에 살고 계셨던 고모부님이 주워서 김포 집에 갖다 주었다. 그 옷은 이 사람이 방학 때, 동네 사람들을 모아 놓고 야학하며 공부를 가르쳤을 때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고마움의 표시로 나에게 선물한 길쌈 모시옷이었다. 그리하여 집에서는 이 사람이 인민군에게 붙잡혀갔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나중 안 사실이지만, 부모님들께서는 이 사람의 소식이 전혀 없으니 죽은 줄 알고 젊은 사람들의 시신만 있으면 들쳐보며 이 사람의 시체를 찾곤 하였다고 한다.이미 폭격으로 한강 다리가 파괴되어버렸기 때문에 인민군들은 포로들을 노량진을 거쳐 영등포 염천교까지 끌고 갔다. 그런데 가는 도중 이 사람이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한다고 구둣발로 사정없이 걷어차는 것이었다.

                                   납북포로들(자유북한연합 사이트)

  아무리 바르게 걸어 보려고 애를 써도 죽도록 매를 맞은 몸인지라 도저히 몸의 균형을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주체할 수 없이 아픈 몸을 이끌고서 간신히 마포형무소에 도착했다. 그 안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었다. 현직 국회의원, 경찰 간부, 대한 청년단장, 군인 등 저명인사들이 천여 명 넘게 수감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이 사람이 가장 나이가 어렸으며 가장 처참하게 고문을 당했던 것이다.

   그들은 이 사람의 사정을 듣고 난 후, 이구동성으로 “어린 것이 죄를 지었으면 얼마나 지었다고 저 모양으로 만들어. 잔인한 놈들!” 하면서 같은 처지이지만 이 사람을 가여워해 주고 위로해 주었다. 공산당들은 마포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는 천여 명의 우국지사들을 아예 모두 굶겨서 죽여 없애기로 계획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들은 마포형무소에서 4, 5일을 지나는 동안 쌀 한 톨, 물 한 모금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배가 고픈 것은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었으나, 목이 타는 갈증은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간수에게 “선생님! 목이 타서 견딜 수 없어요. 물 한 모금만 주세요.” 하고 애원하니 그 간수가 한다는 말이 “이 반동 아새끼가 물은 무슨 물이야! 너희들은 곧 죽을 놈들이다.” 하며 비정하게 면박만 주었던 것이다.

  ◇ 철삿줄에 꽁꽁 묶여 북으로 북으로

  마포수용소에 온 이후로 줄곧 굶주리고 목이 마른 가운데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하루는 인민군들이 모두 나오라 하여 밖으로 나갔더니 한 사람 한 사람을 철삿줄로 두 손을 꽁꽁 묶는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는 다시 긴 쇠사슬로 앞사람과 뒷사람을 이어 일렬종대로 만들어 이동시키는 것이었다. 낮에는 비행기의 폭격이 심하고 노출이 되기 때문에 이동하지 않고 어두워지기만 하면 북쪽으로 끌고 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유행가 가사 그대로 모두들 철삿줄에 두 손 꽁꽁 묶인 채로 맨발로 절며 절며 미아리 고개를 넘었다. 그리고는 의정부, 동두천, 전곡, 연천, 평강을 거쳐 신고산을 돌아 원산까지 끌려갔던 것이다. 끌려가는 사람들이 모두 고문을 많이 당했기 때문에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하므로 하룻밤에 10리 정도 가면 먼동이 트면서 날이 밝아왔고, 그렇게 가니 원산까지 가는 동안 무려 한 달이 걸렸다.

  그들은 북으로 끌고 가는 중에도 쌀 한 톨, 물 한 모금을 주지 않았다. 사람들은 너무너무 배가 고파 풀을 뜯어 먹었다. 그것도 인민군 감시병에게 들키면 사정없이 총 개머리판으로 머리를 맞았기 때문에 몰래 뜯어 먹어야 했다. 그래서 낮에 숨어있는 자리에는 풀이 남아나지 않았다. 이 사람은 풀을 뜯어 먹으면서 소가 풀을 맛있게 먹는 심정을 알 것 같았다.

  배가 고픈 와중에 안 뜯어 먹은 풀이 없었지만, 그 중에서도 쑥을 뜯어 먹으면 흐릿한 정신이 좀 맑아지면서 그나마 요기가 되었다. 그래서 쑥이 사람에게 좋다는 것을 그때 절실히 깨달았다.평강쯤 오니 누가 옥수수를 먹고 남은 고갱이를 버린 것이 눈에 띄었다. 감시병이 눈치 채지 못하게 몰래 주워서 흙이 묻은 것을 잽싸게 옷에 털어버리고 먹었더니 정신이 번쩍 나기도 했다.

  또한, 놈들은 양식을 주기는커녕 물 한 모금 주지 않았으므로 너무너무 목이 말라 갈증을 참을 수가 없어 오줌을 받아 마셔야 했다. 노랗다 못해 붉은 핏빛이 도는 텁텁한 오줌을 손에 받아 목을 축였던 것이다. 어떤 사람은 오줌이 ‘더럽다’ ‘냄새 난다’ 하는데 그것은 목이 마르지 않을 때의 얘기이다. 그 당시 이 사람에게는 오줌이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유일한 선택이었다.

  끌려가는 무리 가운데 어떤 사람은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니 물이나 실컷 먹고 죽자.’ 하고 쇠사슬에 묶인 채 함께 묶인 동료들을 끌어당기며 논에 가서 물을 먹다 인민군의 총 개머리판에 머리를 맞아 죽는 것이었다. 그러면 인민군은 죽은 사람을 쇠사슬에서 풀어 논에다 버리고 다음 사람에게 쇠사슬을 연결해 끌고 가는 것이었다. 그들은 사람 목숨을 파리보다도 못하게 여기는 잔악무도한 집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