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기

한 신사가 있었는데, 그는 회사에서 오후 네 시부터 자정까지 근무를 했다. 퇴근을 하면 걸어서 집으로 갔다. 어느 날 밤엔 달이 너무도 밝았기 때문에 그는 공동묘지를 가로질러 지름길로 가기로 했다. 그렇게 하면 빙 둘러가는 것보다 10분은 단축할 수 있었다. 전에도 그런 적이 여러 번 있었고 별다른 일을 겪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주저 없이 공동묘지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그쪽 길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달빛이 환히 비추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낮에 묘지 인부들이 새로운 무덤을 만들기 위해 길 중간에 구덩이를 파 놓은 사실을 그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그만 발을 헛디뎌 곧바로 구덩이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당황한 그는 구덩이 밖으로 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애를 썼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벽이 너무 가파르고 높아서 어떤 노력을 해도 다시 바닥으로 떨어질 뿐이었다.   한참을 시도하던 그는 결국 아침에 누군가 와서 꺼내 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그는 구덩이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얼핏 잠이 들었다. 그때 어떤 술 취한 남자가 구덩이 안으로 떨어지는 소리에 그는 잠이 깨었다. 그 술 취한 남자 역시 자기가 무덤구덩이 안에 떨어진 걸 알고는 밖으로 나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를 쓰는 것이었다.   그걸 바라보고 있던 신사는 그 술 취한 남자의 발목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여보시오 아무리 나가려고 해봐야 소용이 없소.”그 한마디에 술 취한 남자는 “으아악”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날듯이 단숨에 구덩이 밖으로 뛰어나가더니 쏜살같이 달아나 버렸다.   이 이야기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도 작은 동기만 있으면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쫓기는 도둑은 2m가 넘는 담장도 훌쩍 뛰어 넘고, 5m가 넘은 난간도 훌쩍 뛰어 건넌다고 한다. 평소에는 어림도 없는 일인데, 그런 위기 상황에서는 초인적인 힘이 나오는 것이다.   같은 예로 월남전에 참가했던 어떤 분의 이야기가 인상 깊다. 갑자기 총성이 울리며 옆에서 전우들이 총에 맞아 쓰러진다. 다급한 나머지 안전지대로 뛰어서 피하는데, 급히 뛰다보니 차량이 못 들어오도록 막는 바리게이트에 혁대가 걸린 줄도 모르고 막 내 달렸다고 한다. 평소 같으면 그 무거운 바리게이트를 끌고 뛸 수가 없었을 것이다.   차량 밑에 깔린 자신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 승용차를 번쩍 들어 올려서 아이를 꺼냈다는 어느 어머니의 이야기 또한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다. 일상에서 가끔, 자신이 태만하다고 생각될 때는 일부러라도 자신을 위기상황으로 몰아보라. 정신이 번쩍 날 것이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