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持而盈之 不如其已  지이영지       불여기이

도덕경 9장 해설   무릇 도인은 몸과 마음을 선하고 바른 본성에 부합되게 하는 사람이다. 무엇을 하든 간에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지 않고 선과 의를 좇아 원만하고 조화롭게 행동하는 자이다. 즉,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공경하는 마음으로 언제나 어짊과 박애의 정신을 가지며, 어느 누구와도 다투거나 무엇을 해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도인은 선하고 아름다운 본성을 변함없이 견지하기 위해 수행과 수련을 쌓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인간의 참된 성품자리에 들어가기 위해 수행을 어느 정도 하다보면 마음이 깨끗하고 정결해짐과 더불어 자신의 내면의 세계에서 신비한 체험과 몸의 변화와 더불어 초능력을 경험하게 된다. 참다운 수도자라면 이러한 신비한 체험과 고차원의 깨달음에 이르렀다고 해서 본래 도달하고자 하는 근본 마음자리를 이탈해 엉뚱한 사도(邪道)로 잘못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아마 노자는 수도자들이 수행 중에 나타나는 신비현상과 초능력의 발현에 의해 혹여 사도에 미혹될까봐 경계하기 위하여 본래 목표했던 지고지순한 도통의 뜻을 완성이 될 때까지 절대로 거스르는 일이 없도록 견지해 나가게 하기 위한 내용이 이 9장에 해당되지 아닐까 싶다.     持而盈之 不如其已(지이영지 불여기이) : 가지고 있으면서 채우려고 하는 것은 그러한 수행을 그만두는 것만 못하다   뭘 가지고 있다는 것이며, 뭘 그만두는 것만 못하다는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노자의 도덕경을 읽으면서 항상 염두해 두어야 할 것은 도인 노자가 말하고자 하는 근본 뜻이 어디에 있는가를 헤아리면서 문장을 이해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세상사는 처세와 이치와도 무관하진 않다. 그렇지만 이 내용은 어떤 다른 세속인의 삶, 그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각도에서 접근하면 어느 정도 글의 내용이 선명해지지 않겠는가! 이 문장의 뜻은 바로 인간의 근본 마음자리(본성)에 들어가기 위한 수행과정 중에 뭔가 인위적이면서 억지로 도를 이루려는 잘못된 수행 방향을 수도자에게 조용히 타이르고 있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다. 예를 들자면, 수도자가 빨리 도통하는 욕심이 앞서게 된다거나, 어떤 신비현상으로 이제 이정도면 다 되었지 않겠나 하는 것은 이미 본성과는 다른 삿된 길로 벗어나는 길이라는 것이다.    而兌(木兌)之 不可長保(췌이태(탈)지 불가장보) : 생각으로 헤아리고 단련하는 것은 오래 보존할 수가 없다   수행자의 미혹 현상 가운데 하나로써 자신이 마음과 생각으로는 어느 정도 상당히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거나, 또는 어느 한 차원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막연한 예산과 착각을 갖게 되면, 이는 또 닦아 없애야 할 다른 삿된 마음의 과보를 쌓게 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도는 더 이상의 진전을 가져오지 못하고, 그만그만한 앉은뱅이 수행의 위치에 멈춰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마음과 생각만으로 도를 완전히 깨치고 얻게 되는 것이 아니고, 실생활에서 사람과 사람이 부닥치는 가운데, 또는 일을 하는 가운데 인간의 참된 본성에 따르는 것이 조금이라도 흔들림이나 혼란이 있는 위치에서는 그 본성을 제대로 오래 보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金玉滿堂 莫之能守(금옥만당 막지능수) : 집에 금과 옥이 가득 있으면, 능히 지킬 수 없다   세상에서도 금옥이 집안에 가득하다는 것을 알면 온갖 교활한 방법으로 사기꾼과 도적이 이를 빼앗아 갈 것이다. 수행자의 마음에도 이와 같이 내면의 세계에서 놀라운 체험이 있더라도 이것을 자랑하거나 또 수행을 게을리 하는 것은 곧, 금과 옥을 능히 지킬 수 없는 것처럼 참 본성을 지켜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富貴而驕 自遺其咎(부귀이교 자유기구) : 부귀하면 교만해지고, 스스로 재앙을 남기게 된다.   자고로 사람이란 어느 정도 수양이 되어 있지 않으면 속세에 사는 사람처럼 부귀한 자는 스스로 높아지고 남을 내려다보면서 교만해지는 것과 같이 오히려 사이비 도인이 되어 참 본성에 위배되는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도를 제대로 닦지 않는 자는 자꾸 허물과 죄를 쌓게 되어 미완의 존재로 괴롬과 고통에서 빠져 나올 길이 없는 것이다.   功遂身退(공수신퇴) : 공이 쌓이면 몸은 뒤로 물러나는 것이다   세상사는 모든 이치가 공을 세웠으면 몸을 뒤로 물러나는 것이 생명을 지키고, 그 명예와 존귀함을 오래 얻게 되는 올바른 처세이자 마음자세일 것이다. 수도자도 수행 중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신비현상과 초능력(공과功果)이 주어지더라도 이는 엄격히 배제해야 할 것이다.   궁극의 목표는 우리의 본성을 완전히 회복하고, 그 본성을 따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참 수행자는 항상 자신을 낮추고 낮춰서 더 이상 낮아질 수 없는 경지에 다다라 마침내 ‘나’라는 에고가 완전히 사라져 무아의 경지에 이를 때까지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天之道(천지도) : 하늘의 도가 이런 것이다   참다운 도인(하늘사람)이 취해야 할 마음가짐과 삶이 바로 이러한 이치에 해당하는 것이다.* 김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