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을 달라고 하나님에게 간절히 기도한 데에는 아마도 어머니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어머니의 기도로 이곳 승리제단에 오게 되었다고 믿고 있다.     ◇ 신비체험으로 내가 달라지다   어쨌든 그런 기도가 있은 후 SF소설 속에서나 나올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어느 날 새벽에 갑자기 눈이 떠졌다. 내 이마 위 약 1미터 상공에서 눈부신 빛을 발하는 발광체가 있었다. 마치 UFO 같았다. 그 발광체는 빛을 내 양미간에 비추고 있었다. 그 순간 ‘일어나 기도하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의식이 들어오는 순간 그 빛은 사라져버렸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정확하게 새벽 4시였다. 일어나 반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랬더니 갑자기 단전에서 전기가 찌르르 오더니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갑자기 오른팔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춤을 추듯이 위로 올라갔다 내려오더니 다음에는 왼팔이 저절로 위로 올라갔다 내려왔다. 그러더니 온몸에 숨이 다 빠져나가는가 싶더니 다시 온몸으로 숨이 꽉 차게 들어왔다. 마치 내 몸이 고무풍선과 같았다.   고무풍선에 바람이 꽉 찼다가 빠지는 것처럼 그렇게 몇 번 하였다(참선할 때 禪定에 들어가면 이렇게 된다고 한다). 그러더니 아랫배가 저절로 움직이며 숨이 쉬어지는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이 내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냥 그대로 저절로 일어나는 것이었다. 이러한 신비체험이 있은 후에 내가 확 달라져 버렸다. 과거의 내가 아니었다.   착한 일을 하거나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을 도와주면 그렇게 흐뭇하고 기쁠 수가 없었다. 이전에는 그냥 의무적으로 해야 된다고 하여 아무런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했었는데 그 일이 있은 후에는 잔잔한 기쁨이 마음속에서 솟아나왔다. 요란하지도 않으면서 은은히 울려나오는 기쁨. 진정한 기쁨은 이런 것이었다. 또한 친구들과 도를 논하거나 진리를 토론할 때도 이런 기쁨이 일어났다. 하지만 현실을 생각하면 괴로워졌다.   빨리 고시에 합격하여 부모님을 모셔야만 된다는 외아들로서의 부담감이 엄습해왔다. 기쁨과 괴로움이 교차되는 이런 형태의 경험이 계속되는 어느 날 친구와 진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아! 하나님께서 나보고 성직자가 되라고 하시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성직자가 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계속 고시공부를 해야 되는지 조금 고민이 되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마음속에서 성직자가 되라고 하지만 나의 이성은 아무래도 목사와 같은 성직자가 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했다. 법대를 졸업했고, 대학원에서 국제법을 전공했다. 법률가지고 먹고사는 일을 해결하는 게 지혜로운 것 같이 생각이 들었다. ‘사법고시가 안 되면, 법원사무관도 있고, 국회사무관도 있고, 길은 많다. 그것도 안 되면 7급공무원시험이라도 봐야지’ 이 방법이 현명한 듯했다. 그래서 난 다시 고시공부를 하기 위해 고시반에 들어가기로 하였다.   ◇ 고시에 떨어지다   고시반에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 얘기할 것이 있다. 발광체가 나의 미간에 빛을 내리 쬔 것에 관한 이야기다. 이 일이 있은 후 밤하늘에 떠있는 별 중 해질녘 서쪽 하늘에 유난히 밝게 빛나는 별 - 아마도 샛별이라고 생각된다 - 이 있는데 그 별이 나와 어떤 관련이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저 밝게 빛나는 별은 나와 상당한 연관이 있는 것 같이 생각되었다. 눈을 감았다가 눈을 뜨면 그 새벽, 날 비추던 그 빛이 느껴졌다.   느닷없이 왜 샛별이 나와 어떤 연관이 있다고 느껴지기 시작했을까? 알 수 없었다(나중에 샛별은 구세주를 상징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다시 고시공부를 시작하기 위하여 고시반에 들어간 다음부터는 이상하게 그 별이 나에게서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점점 내게서 떠나가는 느낌이었다. 이상하게 생각되었지만 먹고사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냥 잊어버렸다. 도고 뭐고 다 잊어버리고 열심히 공부만 했다.   고시공부를 한 이래 최고로 열심히 공부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1차시험 불합격이었다. 대학 3학년 때보다 더 성적이 나빴다. 충격이었다. 그날 친구들과 술을 먹으러 갔는데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거의 인사불성이 되었다. 추태를 부렸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이렇게 망가져 가는 것인가. 자꾸 벼랑 끝으로 가는 심정이었다.   고시는 한번 손대면 끊지 못하는 마약과 같다. 아슬아슬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또 1년을 투자하고 또 1년을 투자하고 그러다가 인생의 실패자가 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오기가 생겼다. 내년에는 기필코 1-2차 시험을 동시에 합격하리라, 이렇게 결심했다. 그리고는 학교 도서관으로 공부하러 다녔다.   ◇ 승리제단의 대학생들을 만나다   그러던 어느 날 나와 같이 소공자의 제자였던 대학 친구가 대순진리회가 진짜 도라면서 한번 가보지 않겠냐고 권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순진리회는 사이비라고 느껴졌다. 도라면 심법(心法)을 논해야 도라고 할 수 있는데 대순진리회는 조상이 어떻고, 귀신이 어떻고 하면서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만 하고 있었다.   그날도 그 친구가 떠드는 대순진리회 얘기를 건성으로 듣다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승리제단 대학생들이 전도하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쭉 펼쳐 놓은 패널을 보다가 ‘영육일체’를 설명해 놓은 곳에서 발을 멈췄다. ‘영혼과 육체가 하나다’ 생각이 가는 대로 몸이 움직이는 내 명상 체험과 비교해 볼 때 이해가 갔다. 그래서 승리회보와 소책자를 얻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책과 회보를 펼쳐보니 온통 조희성이라는 사람이 구세주요 이긴자라는 것뿐이었다. ‘조희성이 구세주요 이긴자라는 게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 나에게 무슨 실익이 있나? 나는 지혜를 갈구하고 있는데 지혜로운 글은 하나도 없고…’ 실망이 되었다. 그래도 그 많은 얘기 중 단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승리회보에 적혀 있는 자유율법이라는 글귀였다.   ‘나라는 주체 의식을 초초로 짓이겨 죽이고 항상 주님께 순종하라’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믿을 수 없고, 남도 믿을 수 없는데 완전한 깨달음을 얻은 주님의 말씀에 따라 순종만 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았다. 그 순간 ‘한번 가볼까’ 마음이 동했지만 한편에서는 ‘가보면 뭐해. 다 똑같을 거야. 그동안 여러 군데 돌아다녔잖아. 이젠 그만 찾아다녀’라는 마음이 일어났다.* 김종만 승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