谷神不死 是謂玄牝 곡신불사 시위현빈

도덕경 6장 해설   이 장에서는 대자연의 현상을 들어 도인의 현묘 불가사의한 정신세계의 면모를 내비추고 있다. 과연 노자의 정신세계의 무엇을 어떻게 말하려고 하는 것일까를 위주로 살펴보는 것이 자못 흥미롭겠다.당시 사람들의 의식 세계는 대자연 속에 존재하는 해, 달, 바다, 산, 거목 따위에는 각기 신령한 영이 깃들어 인간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었고, 또 그것이 생활 속에 스며들었다.   특히나 춘추전국시대로서 전국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몰아쳐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백성들의 생활이 심히 곤궁하고 삭막한 상태다. 백성들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나약해진 상황 하에서 물신숭배, 영혼신앙, 또는 만유정령설은 더욱 깊었을 것이다. 갖은 전쟁과 노역으로 인하여 백성들의 원성과 분노가 천지를 뒤덮고, 이로 인하여 가뭄과 흉년이 이어져 여기 저기 굶어 죽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거기다 전염병까지 돌아 민심이 흉흉하고 정신적 공황에 빠졌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를 찾아 이 나라 저 나라로 유랑하는 사람들로 넘쳐났을 것이다. 이런 상황 하에서 초자연적인 힘에 의존하는 믿음과 숭배의식의 흐름과 사상은 더욱 깊어졌을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6장의 짧은 내용이 가지고 있는 함축적 의미를 살펴보자.   谷神不死 是謂玄牝   곡신불사 시위현빈   신령한 골짜기에 어려 있는 신은 죽지 않는다. 이것을 일컬어 현묘한 골짜기라고 한다. 과연 현묘한 골짜기는 무슨 의미로 쓴 것일까? 앞부분에서 이해를 돕기 위해 개괄적인 것을 정리해 보았었다. 당시 전국적인 상황이 전쟁으로 초토화되어 가뭄과 흉작과 기근으로 백성들의 생활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 지나가는 길손이 시원한 냉수 한 그릇 얻어 마실 수 없는 처참한 마을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을 것이다.   반대로 이런 상황 하에서도 깊은 산 중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맑고 깨끗한 물이 시원스레 쉼 없이 흘러내리고, 또한 그 물맛을 느끼는 입장에서는 참으로 신비하고 놀라울 따름이었지 않겠는가! 이걸 느끼게 되니 절로 도인의 정신세계와 일반 대중의 정신세계, 또한 도인의 삶과 대중의 삶의 현격한 차이를 절감하였을 것이다.   바로 골짜기의 천원(泉原)에서 흘러내리는 맑고 시원한 물이, 마치 도인의 현실 세계를 뛰어넘는 의식의 근원과 발현의 경계처럼 고통과 죽음을 초월하여 한없이 평화롭고 자유롭게 그러면서 신령한 기운으로 충만한 상징적인 것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玄牝之門 是謂天地根   현빈지문 시위천지근     깊은 골짜기에서 쉼 없이 솟아나는 물의 통로는, 바로 천지가 있게 되는 근본이다. 가뭄과 기근의 황폐 속에서도 마르지 않고 선경의 세계처럼 신비롭게 펼쳐지는 깊은 산 중 계곡의 대자연의 풍광은 마치 천지의 존립과도 근본적으로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이는 도인의 의식 속에서 끝없이 솟아나는 어짊과 박애와 충만한 기운은 마르지 않는 계곡과도 같고, 이는 천지가 존재하는 생명의 원천과도 같다는 것이다.   綿綿若存 用之不勤   면면약존 용지불근   그 물을 아무리 써도 움직임 없는 흐름은, 끊임없이 이어져 존재하는 것 같다. 도인의 의식 세계는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과 위하는 마음이 한없이 흘러나오고 이어지지만, 결코 다함이 없는 법이다. 그것은 억지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하는 법도 없이 원래 그렇게 영원한 것이다. 마치 천지가 쉼 없이 작용하고 변천하나, 다함없이 존재하는 근본 이치와도 같다는 것이다.* 김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