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논문 써주기 위하여 받은 돈 때문에 도둑놈 취급을 받아야 했던 일로 난 고민에 빠졌다. 내 인생에 있어서 첫 시련이었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을 했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너무 순진하고 어리석었던 것이었다. 교수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행동한 그것이 너무 어리석었다. 내가 이렇게 어리석은 사람이었던가. 큰 자괴감이 들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고자 했던 내가 아니었던가. 머리를 들어 하늘을 쳐다볼 수 없었다. 마음 한 구석에서는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서 자살을 하라고 속삭였다. 또,한편으로는 자살은 어리석은 일이니 자살할 마음이 있다면 그 마음으로 다시 열심히 살라는 생각이 일어났다. 이렇게 한참 방황을 했다.   ◇ 어리석음을 없애기 위해 다이내믹 명상을 시작하다   오랜 방황 끝에 나를 곤경에 처하게 한 바로 그 ‘어리석음’을 없애버리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교수를 믿은 것이 어리석음이요 나 자신을 믿은 것이 또한 어리석음이었다. 그 어리석음을 깨쳐버리자.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겠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신을 분석해 보니 탐진치(貪瞋癡) 삼독(三毒) 중에 탐심(貪心)과 진심(嗔心)은 없는데 치심(癡心)이 많았다. 이 어리석은 마음을 기필코 깨쳐야겠다.   이렇게 결심을 하고는 모든 일에 깨어있기 위하여 긴장하며 생활하기 시작하였다. 나에게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관찰하고 바라보았다. 먹을 때도, 말할 때도, 행할 때도 느끼고 바라보았다. 생활 전체가 깨달음을 추구하였다. 그러면서 또한 매일 다이내믹 명상을 했다.   다이내믹 명상이란 라즈니쉬가 창안한 것으로 일반 명상법이 가만히 앉아서 어떤 생각에 집중하는 것이라면 이와 달리 몸의 미세한 움직임과 모든 활동을 느끼면서 어떤 움직임이 있다면 그것에 자신을 맡기는 동적(動的)인 명상이다. 다이내믹 명상을 하기 시작한 후 얼마쯤 지났을 때였다. 명상을 하던 중 갑자기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 미세한 움직임에 나를 맡겼다. 그러자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온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팔이 움직이고, 머리가 좌우로 움직이고, 다리가 들썩였다. 그렇게 한참을 움직였다. 그 다음날도 손을 약간만 움직여도 저절로 주체할 수 없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그러면 난 그 움직임에 나를 맡겼다. 그때 난 내가 하나의 에너지 덩어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에너지는 내 생각에 따라 움직였다.   생각이 다리로 가면 다리가 움직였고, 팔로 가면 팔이 움직였고, 생각이 가는 대로 몸은 움직였다. 나에게 일어난 명상(내가 한 명상이라고 하지 않은 표현에 주목해 주시기 바란다)이 과연 어떤 종류의 것인지 궁금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라즈니시 책 ‘마하무드라의 노래’에서 읽었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그 책을 뒤져보니 옛날에 ‘바팍 슈브’라는 사람이 우연히 했던 명상법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들판에 가만히 서있었는데 자신의 손끝에 미세한 움직임이 있기에 그 움직임에 자신을 맡겼더니 격렬한 움직임이 일어났고, 그 격렬한 움직임이 다한 후에 프라나(기)가 들어오더라는 것이었다.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약 30분 정도 다이내믹 명상을 한 후에 프라나가 들어왔다. 그렇게 거의 매일 다이내믹 명상을 했다.   ◇ 명상에 대한 회의 - 과연 깨달을 수 있을까?   그러던 어느 날 옛날 짝사랑만 하다 이루어지지 않았던 여인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왔다. 나를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난 너무 기뻐서 그녀를 만나기 위해 한 걸음에 청량리역으로 갔다. 둘이서 경춘선 열차를 타고 강변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그녀는 내게 뭐라고 한참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는 그녀가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인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니 안 들렸다. 한 귀를 통하여 한 귀로 흘러 나갔다.   우리는 강변역에 내려 남한강변을 거닐었다. 그녀는 내게 많은 얘기를 했고, 나는 그저 그녀를 바라만 보았다. 그리고 서울로 돌아왔다. 그녀와 만나고 돌아온 후 난 회의에 빠졌다. 도대체 왜 수행을 하는가? 수행을 한다는 것은 ‘나’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의식이 확장되는 것을 추구하는 것 아닌가? 깨달음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의식이 더 많은 사람들로 확장되는 것 아닌가?   그리하여 중생을 지극히 사랑하는 존재가 되는 것 아닌가? 그뿐만 아니라 보다 더 총명해지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녀가 무언가 굉장히 많은 것을 말했는데 하나도 듣지 못했다. 과연 이것이 의식의 확장인가? 뭔가 잘못 수행하고 있는 것 아닌가? 지금 인생을 걸고 수행하는 이 다이내믹 명상은 과연 맞는 것인가? 이런 회의가 든 후부터는 다이내믹 명상이 잘 안되었다.   명상을 하다가도 이런 생각이 불쑥불쑥 떠올라 명상이 끊기는 것이었다. 인생을 걸고, 젊음을 다 바쳐 명상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잘못된 방법이라면, 그래서 깨달음에 다다를 수 없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불안했다. 불안감이 자꾸 엄습해왔다. 빨리 깨달아야 하는데, 이 지긋지긋한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갈 길은 먼데, 한 발자욱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그래서 명상을 집어치우고 무작정 절을 하기 시작하였다. 어떤 대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 고통을 가하기 위해서였다. 절 횟수가 400배가 되니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600배가량이 되니 무릎이 까져서 절을 할 때마다 옷에 부딪혀 시렸다.   약 700배 정도가 되니 다이내믹 명상을 할 때처럼 프라나(기)가 들어오는 것이었다. 모든 수행법은 같았다. 어느 정도 한계를 넘어서니 프라나(기)가 들어오는 것이었다. 무작정 자신의 육신을 괴롭히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붓다의 말씀이 생각났다. 그래서 740배정도에서 멈췄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 스승을 찾게 해달라고 기도하다   이렇게 얘기하니까 굉장한 체험을 하고, 높은 경지에 있는 것으로 독자들은 오해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 나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옛날과 똑같았다. 명상이 내게서 일어났지만 난 아직도 온갖 번뇌 망상에 끄달리며 사는 범부에 불과했다. 도대체 난 어떻게 해야만 견성(見性)을 할 수 있을까? 언제 이 괴로운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만을 의지해서는 도저히 깨달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를 인도해 줄 스승이 절실히 필요했다. “도를 구하고자 하는 자는 스승을 구하라. 스승 없이 깨닫는 것은 만에 하나도 드물다.” 달마대사 혈맥론에 있는 이런 구절이 생각났다. 그리고는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젊음과 인생을 걸고 가는 이 길에서 이제는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제가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자신이 스스로 알아서 가야만 하는 길이라면 도저히 혼자서 갈 수 없으니 스승을 주십시오’ 간절히 원했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부처님이 아니라 하나님을 찾았다. 나는 왜 그때 석가모니 부처님을 찾지 않고 하나님을 찾았을까?* 계속 김종만 승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