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沖而用之 或不盈(도충이용지 혹불영)

도덕경 4장 해설 사람 사는 것이 이런 궁리 저런 궁리로 하룻밤 사이 기와집을 12채 지었다 헐었다 하기도 하고, 자존심과 감정을 건드리면 물불 안 가리고 덤비고 날뛰는 것이 인간의 고집통이라는 말이 있다. 이러한 범인의 경지를 초월한 도인의 경지는 과연 어떠한가를 맛볼 수 있는 것이 이 4장의 내용이다.   道沖而用之 或不盈(도충이용지 혹불영): 도는 비어 있는 것과 같고, 또 깊고 깊으며, 괴이쩍게도 그 작용함에는 넘치지 않는다. 여기서 도는 인간의 무한히 크고 넓은 마음과 무위의 행을 말한다. 도인은 항상 마음이 바다같이 크고 넓어서 무엇이든 포용하고 행함에는 걸림이 없다.   그래서 모든 일이나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온전하여 얽히고 쌓이는 일이 없다. 인간의 자존심과 감정이 없으니 다툼이 일지 않고, 항상 맑고 고요한 그 정신의 경계는 없는 듯한 것이다.   淵兮 似萬物之宗(연혜 사만물지종): 마음은 깊고 넓어서 측량할 수 없고, 그래서 삼라만상의 어머니이다. 즉 우주 가운데서 인간이 가장 높은 의식의 차원에서 머물고, 또 만물의 영장(靈長)으로 지배하는 우두머리 격임을 일컫는다. 광활한 우주 가운데서도 단연 도를 이룬 도인의 초월적 정신이 으뜸이다. 그것은 삼라만상의 주인이며 우두머리면서 우주를 주관하는 생명의 본체이기도 하다.   오만 감정과 흉악하기 이를 데 없는 인간의 욕망은 능히 이 지구를 오염시키고 파괴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렇지만 선인과 도인의 맑은 정신과 기운으로 이 우주는 그나마 안정을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挫其銳(좌기예): 그 날카로움과 날렵함을 꺽다. 인간의 마음이 나라는 자존심과 아상이 있을 때는 그 자체로서 날카롭고, 파괴적이고 폭력적이다. 인간이 자존심과 욕망이 있으면 매사가 부딪치고 꼬여 잡음과 말썽이 생기고 싸움이 일어나게 된다. 그런데 이것이 도인의 마음속에서는 꺽여져 있다는 것이다. 아예 자존심과 아상이 그 존재조차도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解其紛(해기분): 얽히고 설킨 것이 풀린다. 일반사람들은 세상을 살 때에 나라는 자존심과 아상으로 인해서 온갖 인연과 삶의 경계에서 모든 일들이 서로 얽히고 꼬인다. 개인의 욕망과 이기심은 일과 인간관계를 복잡하고 혼란에 빠뜨려 끊임없는 악연(惡緣)의 인과관계를 낳는다.   하지만 도인은 세속에 있어서도 자존심과 아상이 일체 관여하지 않아 사리사욕에 얽매이지 않으니 매사가 원만성취하여 자유하고 평화롭게 된다는 것이다.   和其光(화기광): 그 빛으로 조화로워진다. 빛이란 진리이며 정도(正道)이다. 인간이 천성적으로 지니며 살아가야 할 온전한 지혜가 때와 장소에 따라 적절히 이뤄지면 항상 그 분위기 속 상황은 밝은 빛에 거하게 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同其塵(동기진): 그것은 미세한 티끌과도 같다. 인간이 진리체가 되고 도를 이루게 되면 나라는 존재와 우주와 따로 구분되지 않는다. 우주가 나이며 내가 곧 우주와 같다는 의미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나의 개인으로 보면 우주에서 나라는 존재는 티끌과도 같다. 그렇지만 우주와 합일된 나는 곧, 우주 자체가 되기 때문이다.   湛兮 似或存(담혜 사혹존): 무아의 경지에 빠져 있으면 혹여 내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 분명 인간의 육신을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내가 있지만, 나라는 의식이 없는 우주의식과 하나된 경지에서는 이미 나라는 육체의 한계를 벗어나 우주 곳곳에 편만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특별히 나라는 존재가 의식되지 않는다.   吾不知 誰之子(오부지 수지자): 나는 과연 누구의 자식인지 모르겠구나! 여기서 나는 단순히 인간의 혈육의 아버지를 통해 태어난 개인의 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나라는 육체적인 인간 존재의식을 초월하여 우주와 합일된 높고 높은 의식의 상태를 말한다.   나라는 존재가 어떠한 사람의 존재로 왔던 것인지 아니면 영원 전부터 존재한 생명체가 되는 시원의 우주 그 자체가 나인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나라는 자존심과 아상에 갇힌 존재는 인간의 경계에 머물게 되어 하나의 육체를 가진 존재로서 물질계와 온갖 욕망과 감정에 얽매여 살게 되어 생노병사의 윤회의 사슬에 묶여 일회적인 운명을 살게 된다.   그러나 나라는 아상과 존재를 초월한 도인의 경지는 이미 인간의 경계를 초월하여 영원무궁한 우주와 합일된 경지에서 살게 되며 생과 사를 초월한 무한한 자유와 삶을 누리는 존재가 되니, 인간의 자식(존재)으로는 치부할 수 없는 태고부터 존재한 높고 높은 신의 경지에 머물고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象帝之先(상제지선): 인간이 상상하는 가장 아름답고 거룩하고 위대한 신 가운데서 가장 으뜸이다. 여기서 상제(象帝)란 형상을 가진 것 중의 으뜸이 되는 신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신이란 인간으로 상상할 수 없는 능력과 지혜로 초능력을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는 존재로 알고 있다.   이와 같이 나라는 의식이 없어지면 신의 경지에 다다라 나와 세상이 간 곳 없고, 내가 몸 안에 있는지 몸 밖에 있는지 알 수 없고, 또한 희락이 차고 넘치는 불가사의한 선경(仙境)의 최고의 삼매(三昧)에 도취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김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