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곧 넘어갈 것 같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만 같은데, 그걸 끝까지 참고 뛰는 모습을 보니, 희성이의 그 인내력은 그 누구도 따라올 자가 없다”고 하셨다. 하기 싫고 그만 두고 싶은 지경에서 자신과 더불어 싸워 이기는 싸움을 하고 또 하였다. 하기 싫다고 쉬고, 기분 내키면 하는 생활을 해 보지를 않았던 것이다.   ◇ 평발임에도 마라톤 운동에서 일등하다   어렸을 때에는 집안이 가난하여 제때 끼니를 못 채우는 일이 허다하여 기운이 없었다. 그래서 종종 다른 아이들에게 얻어맞고 자랐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궁리 끝에 기운을 세게 하려면 영양 보충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돈이 없어 고기는 사서 먹을 수 없고 하여, 밭에서 나는 콩을 가느다란 철사로 만든 망으로 불에 볶아 호주머니에 가득 넣고 길을 가나, 일을 하나 수시로 먹었더니 서서히 기운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그러다보니 초등학교 다닐 때 얕잡아 보고 날 때리던 친구들을 중학교에 들어와서부터는 역으로 두들겨 패주기에 이르렀다. 중학교 때부터는 전교생 2천 명 학생 중에 기운으로는 당할 자가 없을 정도로 힘이 세졌다.   학교 씨름판에서는 맡아 놓고 항상 1등을 하곤 하였다. 그 당시 김포 동네에서는 쌀 두 가마니를 짊어지고 다니므로 ‘장사가 났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중학생 때에는 여러 가지 운동을 하였는데, 기계체조도 하였고 마라톤 선수 생활도 하였다.   특히 마라톤 운동은 김포에서도 유명할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마라톤 운동이란 어느 정도 신체적 조건이 갖추어져야 되는데, 특히 마라톤 선수는 발이 평발이면 선수가 될 수 없다. 하지만 마라톤 운동이 왠지 간절히 하고 싶어서 체육선생님께 마라톤 운동을 시켜달라고 졸랐던 것이다. 체육선생님께서는 마라톤을 해보고 싶다는 간청에 못 이겨 그렇다면 네 발바닥을 한 번 보자고 하셨다.   발바닥을 보시던 선생님이 “희성이 너는 평발이므로 마라톤을 할 수 없으니 하지 마라.”고 하셨다. 그러나 마라톤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너무도 강했기 때문에 선생님에게 애원하다시피 하니, 정 그러면 다음 마라톤선수 선발전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하고 허락하시겠다고 결정을 미루셨다. 그날 이후로 매일 새벽 일찍 일어나서 마라톤 운동 연습을 맹렬히 하였다.   당시 외삼촌이 자전거를 타시고 마라톤 운동하는 것을 지켜보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숨이 곧 넘어갈 것 같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만 같은데, 그걸 끝까지 참고 뛰는 모습을 보니, 희성이의 그 인내력은 그 누구도 따라올 자가 없다”고 하시면서, 정말 큰일을 할 것이라고 크게 칭찬까지 하셨다. 전교생을 상대로 마라톤 선수 선발전이 있는 날이 되었다.   전교생이 마라톤을 시작하여 같이 뛰기 시작하였는데, 전교생 가운데서도 제일 먼저 들어와서 테프를 끊고 그만 기절해버렸다. 한참 지나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 응급실에 누워있었으며, 체육 선생님이 옆에서 지켜보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그것 봐! 내가 하지 말라고 하여도 하더니… 잘못하면 죽어.” 하고 걱정을 하시면서도 한편으로는 대견스러운 표정을 보이셨다.   선생님! 아무튼 제가 1등을 하고 정신을 잃었으니 우수한 성적임에는 틀림없잖습니까! 그러니 “잘 뛸 가능성을 가진 것만은 확실하지 않습니까”하고 기어코 해보겠다고 논리를 펴니 체육 선생님께서도 마지못해 허락해 주셨다.그 이후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같이 수십 킬로미터를 3~4년을 꾸준히 연습하여 뛰니 나중에는 김포군 내에서 1, 2등을 다투기에 이르렀다.   또 경기도 시군대항 마라톤 시합에 참가하여 1등으로 들어오는 쾌거를 이뤘다. 당시는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이 없어서, 자갈투성이의 비포장도로의 반반한 쪽, 자갈이 별로 없는 부분을 이용하여 맨발로 뛰면서 연습을 하였던 것이다. 당시에 운동화가 나오기도 했지만 너무 비싸고 또한 형편이 여의치 못하여 아예 생각도 못하였던 것이다.   마라톤이란 운동은 한 시간 정도만 뛰어도 숨이 가쁘고 지쳐서 정신이 몽롱해지는데 거기서 포기를 하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계속 뛰게 되면, 팔다리의 감각이 무뎌지면서 숨이 찬 경지를 지나 무감각 상태에서 자동으로 뛰게 된다. 백 리 길을 두 시간이 넘도록 뛰게 되면 온 몸에 땀이 비 오듯 하는데, 그 고통의 경지는 겪어 본 자가 아니면 알 수가 없는 것이다.   ◇ 서윤복 선수와 같이 마라톤을 하다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꾸준히 아침과 저녁 늦게 또는 밤중에 연습을 하였는데 포기를 하고 싶은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하기 싫고 그만 두고 싶은 지경에서 자신과 더불어 싸워 이기는 싸움을 하고 또 하였다. 하기 싫다고 쉬고, 기분 내키면 하고 하는 생활을 해 보지를 않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김포 군내에서는 이 사람을 이기는 사람이 없었으며, 나중에는 규모가 큰 국가 대표 선수 선발전 전국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에 이르렀다. 1947년 미국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서윤복 선수와도 같이 뛰었다.   서울 남산을 오르는 오르막에서는 서윤복 선수를 제치고 이사람이 일등으로 올라갔으나 평지에서 쳐져 아쉽게 국가 대표로서 마라톤 대회에 나갈 후보 선수를 10등까지만 뽑았는데, 그만이야 11등을 하여 탈락한 적도 있었다. 당시 서윤복 선수는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하는 쾌거를 이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