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3장 해설2장에서는 도인이 자연과 같은 무위적인 삶, 즉 억지로 감정과 욕망에 의한 행함이 아닌 선한 본성에 의한 자연스러운 실천을 통해서 말없는 가르침을 펼 것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 3장에서는 참다운 도인이 만약 국가와 백성을 다스린다면 과연 어떠한 방법과 태도로 다스릴까에 대한 견해이다.

  不尙賢(불상현): 단순히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현명함, 그렇지 않으면 현자를 숭상하지 않는다’이다. 이 말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를 이해하려면 다음 구절인
  使民不爭(사민부쟁): 백성들이 서로 다투지 않는다. 라는 구절과 연결지어 보면 분명해진다.

  여기서 현이란 단지 현인이나 현명한 지식만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의 의도를 알려면, 그 당시 세상 돌아가는 형국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 어떤 의도로 쓴 문장인가를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당시는 춘추전국시대로 국가와 국가가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키고, 백가쟁명의 사상과 철학이 난무하며, 또한 백성들은 징병과 노역으로 삶이 피폐하여 여기저기 유리방황하며 도탄에 빠질 때이다.

  쉽게 말해서 별의별 정책과 인물을 들어 힘을 키우고 군대를 증강하는 부국강병책을 제일 우선으로 하여 전쟁을 일으켜 주변국을 병합하며 영토를 넓히면서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대혼란의 시기이다. 이에 나라마다 유행처럼 번지는 현상이 천하의 패권을 쥐기 위하여 여러 인재를 우대하고 끌어들여 국가 경영과 통치에 혈안이 될 때라는 것이다.

만리장성

  개중에는 심오한 철학과 정책을 설하는 자도 있겠지만 상당한 수는 소속도 국적도 없이 이 나라 저 나라 돌아다니며 싸움도 붙이고 말리면서 자기의 부귀영달을 꾀하는 소인배와 기회주의자들로 넘쳐날 때라는 것이다. 만약 군주가 이런 시대적 상황 하에서 그런 사람들을 우대하여 특정 정책이나 이념과 사상을 장려하고 백성들을 움직인다면 그 백성들이 얼마나 힘들고 고달프며 고역일 것인가 말이다.

  이래서 군주나 지도자들은 함부로 현명하다고 하는 사람이나 현자의 지식을 우대하고 숭상하지 말라는 차원에서 던져진 메시지로 해석함이 가장 타당할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과 배경을 이해하고 군주나 지도자가 어떻게 처세하여야 할 것인가를 문장 하나하나에 담아 그 뜻을 전하고자 함인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難得之貨(부귀난득지화): 돈이나 값진 재물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使民不爲盜(사민부위도): 백성들은 남의 것을 빼앗고 도둑질 하지 않으려 할 것이며,
 不見可欲(부견가욕): 욕심을 부추길 만한 것들을 내비치지 아니하면  
 使民心不亂(사민심부란): 백성들의 마음이 엉뚱한 일에 혼란치 않을 것이며,
 是以聖人之治(시이성인지치), 虛其心(허기심), 實其腹(실기복), 弱其志(약기지), 强其骨(강기골): 그러므로 성인의 나라 다스리는 방법은

  백성들의 마음이 욕망으로 들끓지 않게 하고 그 생각이 간교한 계략으로 복잡하지 않는 비어 있는 상태로 만들고, 항상 먹고 사는 일에 걱정하지 않도록 배가 부르게 할 것이며, 헛된 욕망과 기회주의적인 부귀영달을 꾀하지 않도록 하며, 백성들이 병약하지 않고 건강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常使民無知無欲(상사민무지무욕): 항상 백성들이 인간의 도덕과 윤리를 역행하는 사특한 지식과 헛된 욕망에 꿈틀거리지 않게 할 것이며,
 使夫智者不敢爲也(사부지자부감위야): 어떠한 소인배나 기회주의자들이 감히 일을 꾸미지 못하도록 다스려야 할 것이며,
  爲無爲(위무위), 則無不治(칙무부치):이와 같이 군주나 지도자가 인간의 천성을 거스르는 무모한 전쟁이나 헛된 부귀영달과 천하의 보배를 귀히 여기는 일을 하지 않는다면 어찌 한 나라가 다스려지지 않을 것이 무엇이겠는가.*                                              

 김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