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常無慾而觀其妙(고상무욕이관기묘): 항상 욕심이 없으면 그 묘한 작용을 볼 수 있다. 그 묘한 작용이란 무엇일까? 인간 세상은 괴롬과 고통의 세상이다. 그런데 괴롬과 고통을 찾아 볼 수 없고, 이루 말할 수 없이 자유하고 상쾌하면서 희열에 찬 삶의 경계에 살게 되니 이거야말로 오묘한 이치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 오묘한 차원의 세계는 욕심 없는 삶을 말한다.

  욕심이 없으면 선과 악, 옳고 그름, 가진 자와 없는 자를 구분하지 않고 차별하는 마음 없이 인간과 만물을 다 생명을 가진 하나의 고귀한 존재로 보고 여기게 된다. 그리하여 내 몸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대자대비(大慈大悲)한 마음이 차고 넘친다. 자애로운 마음속에는 거슬리는 일도 비틀리는 일도 없게 되니 그 마음이 항상 편하고 자유롭게 된다.

  따라서 그 몸은 솜털처럼 가벼워져 내가 몸 안에 있는지 몸 밖에 있는지 모를 정도로 두둥실 떠다니는 황홀경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욕심 없는 경계가 물아쌍망(物我雙亡)의 경계요, 행함이 없는 행의 오묘한 이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常有慾而觀其 (상유욕이관기요): 항상 욕심 가운데 있으면 그 마음이 뭔가를 구하는 생각으로 복잡하여 그 묘한 작용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대개 사람은 욕심의 노예가 되어 이런 궁리 저런 궁리로 잠시도 편안하고 고요할 날이 없다. 그 마음이 항상 복잡하고 몸이 천근만근 고통의 무거운 멍에를 지고 살게 된다.

  此兩之同(차양지동): 이 두 차원의 삶(세계)은 사람 속에 있는 하나의 오묘하고 불가사의한 마음에 의해서 결정된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서 천당과 지옥, 두 갈래 길로 갈려서 머물게 되는 것이다.

  出謂異名(출위이명): 하나의 이름(마음)속에서 두 가지의 다른 삶의 경계가 드러나지만, 그 차원은 현저히 다른 이름(지옥과 천당)으로 양분되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同謂之玄(동위지현): 이렇게 인간사 중차대한 삶의 경계의 오묘하고 현묘한 도리가, 바로 하나의 인간 마음에서 일어나니 어찌 놀랍지 않는가!

  玄之又玄(현지우현): 정말 오묘하고 또 심오한 도리라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불가사의다.

  衆妙之門(중묘지문): 이러한 마음 작용, 그 현묘하고 심오한 도리가 드러나는 마음의 신비한 작용이 놀랍고 놀라울 따름이다.

  지금까지 1장의 내용을 요약해 보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참 도가 실재하는 곳이 아니다. 너와 내가 다르고, 또 인간과 만물이 쪼개지고 나눠져서 서로 죽고 죽이는 적대적 관계에 있으니 말이다. 거기에다 괴롬과 고통과 죽음이 있는 세계가 어찌 참 도가 있는 세계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인간은 본래 빛의 세계에서 시공을 초월하여 항상 자유하고 기쁘고 즐겁게 행복하게 영원무궁토록 하나된 의식의 세계에서 살던 존재였었다. 그런 존재가 오늘날과 같이 음양으로 분화되어 시공간에 제약을 받고 쇠병사장의 소멸의 길을 가고 있는 참혹한 현실 세계는 허상이며 비 본래적인 것이다. 이러한 뒤틀린 현실 세계를 초월하여 인간의 본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일체의 행위가 도(道)다.

  지금의 인간과 만물에게 주어진 숙명이 정녕 잘못된 것이다. 이러한 우주의 실상과 인간의 실존이 무엇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깨닫지 않고서는 도를 안다고도 할 수 없고, 닦는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인생이 가고자 하는 올바른 목적지와 그 실상을 제대로 알고 도를 닦는다면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이미 반은 도를 완성했다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적지와 실상을 모르고 아무리 힘든 고행을 하고, 수많은 지식을 쌓는다고 해도 한낱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처럼 일순간에 무위로 돌아가고 마는 것이다. 오늘날의 우주적 대 조류가 왜 생성, 쇠퇴, 소멸의 법칙 아래 있고, 인간과 만물이 왜 쇠병사장의 길을 가게 된 그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을 제일 우선으로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살이처럼 짧은 생을 살다가 아무런 의미도 없이 사라지고 마는 허망한 삶밖에는 될 수가 없다. 여기서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 우주와 만물을 지배하는 의식이 되는 인간의 주체 의식이 되는 마음이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실재(창조주)라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이 우주와 만물의 질서와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주체라는 것이다.

  이러한 엄청난 결과가 마음에 의해서 벌어졌다면 과연 여러분은 믿어지겠는가? 그렇지만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것이 바로 이 장(章)에서 강조하는 마음의 오묘하고 현묘한 작용을 말함이다. 가벼이 보면 아무것도 아닌 마음이 그 마음 상태에 따라 자신의 행복과 불행, 생과 사를 결정짓듯이 그 불가사의한 마음의 작용이 인간의 운명과 이 우주의 판도를 좌우한다니 참으로 놀랍고 신비롭지 않을 수 없다 하겠다.

  만물의 영장이 되는 인간의 마음에 의해서 나와 이웃과 사회가 변화가 되듯이 이 세상과 온 우주가 영향을 받아 움직이고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깨달아 안다면 여러분은 왜 올바른 도의 길을 가야 하고, 올바른 도를 닦아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갈피를 잡게 되는 것이다. 바로 노자는 죽었지만 그가 전하고자 하는 도덕경의 진수(眞髓)를 얻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것이 되지 않으면 도덕경을 아무리 많이 읽고, 그 뜻을 깨달아 알려고 지극정성을 들인다 한들 아무 소용이 없다. 모든 만사는 기본기가 중요하듯 이러한 기본 도리(道理)를 깨닫지 않고서는 도덕경이 전하고자 하는 진실의 소리가 단지 아름다운 말의 진열과 지식 자랑에 불과할 것이다.*         

김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