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란: 단순히 글자의 의미대로 풀면, ‘도(道)를 도라 할 수 있는 도는 항상(恒常)하는 도가 아니다’이다. 이 짧은 말 속에는 심오한 인간의 삶을 해부하고 규명하는 냉철한 이성의 서릿발 같은 통찰의 지혜가 담겨 있다.

  노자가 전하고자 하는 그 진실의 소리를 이해하려면 보다 심사숙고하여 살펴보아야 하는데 상식적인 얘기지만, 어떤 책을 읽으려면 저자의 입장과 그의 삶의 경지에서 이해하고 생각하여야 하는 것은 철칙이라는 것을 염두할 필요가 있다. 당시, 도덕경이 기록된 시기는 춘추시대 말기이다.

  노자는 주나라 왕실의 책을 관리하는 사서의 수장이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상당한 학문적 경지와 심신수양이 어느 한 경지에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이면적인 사실을 들여다보면서 읽고 이해하여야 이 말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앞 장에서도 말했듯이 도라는 것은 두 가지 실체의 세계로 나누어 구분지어 설명하는 것이 이해하기가 수월하다.

  보통 사람들 살아가는 도와 깨달은 사람이 사는 어느 한 차원의 살아가는 도가 그렇다. 전자가 진정한 도가 아니라면, 후자를 진정한 도라고말하려고 하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어느 한 경지에서 사는 사람의 살아가는 방식은 외적으로는 비슷한 것 같으나, 주도면밀하게 살펴보면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 즉 삶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인간의 감정과 욕망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욕심이 나면 욕심을 부리고, 미우면 미워하고, 성질이 나면 싸우고, 죽이고 싶으면 죽이는 등.

  이러한 인간의 감정과 욕망이 통제가 안 되고 마음과 생각이 내키는 대로 내지르고 판치는 삶이 바로 일반인들이 걸어가는 도이며, 삶인 것이다.

  이러한 세속적인 삶 속에는 항상 괴롬과 고통과 슬픔과 탄식, 그리고 죽음의 절규가 끝없이 펼쳐지게 되는 경계이다.

  그래서 어느 한 날도 진실로 마음이 편하고 즐거울 날이 없는 그야말로 무도(無道)한 짐승같은 삶이 계속되어짐을 일컫는다. 이러한 차원에서 사는 사람들이 대세를 이루며 살아가는 시대가 바로 나라가 나라를 치고, 죽고 죽이는 춘추시대인 것이다.

  노자는 바로 이러한 인간들이 살아가는 삶이 평범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 도라고 명명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세속적인 삶을 초월한 어느 한 차원에서 사는 사람의 입장과 경지에서 볼 때, 참다운 인간이 살아가는 삶, 즉 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차원의 세계, 어느 한 경지에 있는 도인의 삶은 어떤 것일까?

  도를 깨달은 사람의 삶의 방식과 사고방식은 보통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 그리고 행동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나라가 다르고, 출신 성분과 얼굴이 다르다고 해서 인간의 본성과 본질이 다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인간의 본성과 본질에 부합되는 사람이란 착하고 어질면서 화목(和睦)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순간 충동하고 자극하는 감정과 욕망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사람과 만물을 고귀(高貴)하고 아름다운 생명체로서 자신과 같은 존재의 위치에서 대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도를 갖춘 사람, 깨달은 사람의 입장과 경지에서 보면 지위가 높고 낮음이 있다고 해서 인간의 본질과 본성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잘 살고 못 사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본질과 본성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이면 누구나 기쁘고 즐겁게 편안하게 살고자 하는 그 속성이 있음을 간파하고 타인과 만물을 아끼고 존중하는 입장에서 살게 되는 것이다.

  자연히 그렇게 되면 남을 상처주거나 해하려는 생각이 없게 되니, 더불어 타인과 만물도 자신을 상처주거나 해하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니 걱정과 불안과 공포가 없이 늘 고요하고 편안함 속에서 자유와 평화를 누리며 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다수 보통 사람들은 나와 남을 다르게 보고, 내 나라와 남의 나라를 분리하여 보는 이러한 분별(分別)심과 차별(差別)심과 이기(利己)심으로 인해서 인간의 감정과 욕망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여 갖가지 부도덕과 비윤리가 횡행하는 인간으로 전락하게 된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늘 성내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무서워하고, 놀라는 마음과 생각 속에서 비참하게 늙고 병들어 죽어가니, 이것은 참된 인간으로서 살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며, 진정 인간이 걸어가야 할 도(道)가 존재하고 있지 않는 상태인 것이다. 그래서 노자는 “세상에 도가 있기는 하나 인간이 진정 걸어야 하고, 누려야 할 항상(恒常)하는 참된 도가 아니니, 지금의 도는 참된 도라 할 수 없다”라는 것이다.*         

김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