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우주가 창조된 원인을 우주의 자발적인 힘에 의한 것이라는 것과 초월적 하나님에 의한 것이라는 두 가지 견해를 살펴보았다. 그럼, 영생학의 견해는 무엇인가?결론을 먼저 말한다면 ‘피의 타락론’이다. 처음 이 말을 접하는 분들은 의아하게 생각하겠지만 ‘피의 타락론’은 다른 ‘우주 창조관’보다도 이 세계의 현상들을 훨씬 더 일관되게 설명해 주며 또 이 세계의 문제점들을 개혁하는 데 유용하다.

  그럼, 먼저 ‘피의 타락론’에 대해서 알아보고 다음으로 ‘피의 타락론’의 합리적 일관성과 문제 해결성을 보도록 하자.우리는 앞의 내용 ‘피의 에로스’에서 이 세계는 이상향인 천국이었으며 인간은 천국에서 영원히 살았던 하나님이었다는 것을 제시하였다. 그러면, 왜 전일적인 우주가 지금과 같은 분열된 상태로 쪼개졌을까?

  영생학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영원 전부터 서로 독립적인 선악(하나님과 마귀)의 두 신(영)가 대립하여 무궁한 투쟁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런데, 에덴동산의 선악과 사건으로 상징될 수 있듯이 악(마귀)이 선(하나님)을 점령하고 말았다. 그 때부터 하나님도 악을 알게 되었으며 죽을 존재로 타락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이원적 양상으로 얽혀 있는 인간(세계)으로 변질된 것이다.

  이 세계와 인간은 이상적(理想的)인 상태에서 타락된 것이지 결코 창조된 것이 아니다. 영생학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피의 타락’내지는 ‘피의 변질’이라고 부른다. ‘피의 타락’에 의해 변질된 피가 끊임없이 자손에게 유전됨으로써, 태초의 죄악은 우리의 핏속에까지 흐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큰 의문점 하나가 끝까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왜 하나님과 마귀가 영원 전부터 대립하게 되었으며, 그 양상은 또한 어떠한 것이었는가? 하는 의문점이다. 이것은 빅뱅 이전에 무엇이 있었으며, 또한 신화적인 ‘알’, ‘혼돈’ 혹은 형이상학적인 ‘도(道)’, ‘기(氣)’가 왜 있게 되었느냐는 문제와 같은 성질의 것이다.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원래부터 그렇게 있었다”는 것보다 더 좋은 대답이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의 상태는 ‘타락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타락은 곧 인간의 인식기능의 타락, 이 세계의 차원의 타락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지금의 불완전한 인식기능, 지금의 낮은 차원의 세계에서 고차원의 완전한 상태를 이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한 단 하나의 방법은 자신과 싸우는 실천적 노력을 통하여, 자신이 직접 완성자가 되는 수밖에 없다. 자신의 인식 차원을 상승시키지 않고 지금의 조그마한 뇌로 그 상태를 이해하려고 하면, 그 뇌는 급기야 펑 터지고 말 것이다.

  이제 ‘피의 타락론’의 합리적 일관성에 대해 알아보자. 무엇보다도, 피의 타락론은 하나님과 대립적인 마귀를 설정함으로써 이 세상의 부당한 악과 고통, 모순 등의 유래에 대한 합리적인 대답을 가능케 한다.

  그리고 선과 악, 남자와 여자, 낮과 밤 등과 같은 이 세계 내의 이원적 뒤엉킴의 결과는 태초에 하나님과 마귀의 대립이라는 전제와 일관된다.

  전제는 결과를 뒷받침해 주고, 나타난 결과가 전제를 증명해주는 논리는 원과 같은 일관된 체계이다.이원적 뒤엉킴 중에도 하나님이 인간의 본 모습이라는 전제는 다음과 같은 현실과 부합된다. 인간이면 누구나 악보다는 선을, 죽음보다는 삶을, 마귀보다는 하나님을 동경하고 추구하고 있다. 악, 증오, 마귀 등 죽음의 속성도 인간 원래의 본성이라면, 우리는 왜 그러한 것들을 싫어하며 회피하고자 하는가?

  이 간단한 사실은 죽음의 속성은 인간의 참 본성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오염된 것이라는 것을 잘 말해준다.피의 타락론이 진리인 이유는 또 있다. 그것은 피의 타락론은 인간 자신을 개혁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장 절실하게 불러일으킨다. 인간이 자신의 내면 속에서 본성을 잃어버렸으므로, 인간 스스로가 자신의 내면 속에서 본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렇게 비유될 수 있다.

  자기 스스로가 담배를 피우게 되었으므로 스스로가 담배를 끊어야 한다. 약에 의존한다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도움을 준 약이 다른 부작용을 일으킨다. 초월적 하나님으로부터 문제의 해답을 구하려는 것은 집안에서 잃어버린 열쇠를 집밖에서 찾으려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짓이다. 초월적 하나님은 이내 우상이 되어 인간의 진정한 변화를 가로막고 인간의 피(생명)를 빨아먹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