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에로스와 인간의 본향(본성)

  나의 피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피로부터 왔다. 이것은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명백한 사실이다. 나는 하늘에서 떨어진 존재도 아니고 갑자기 땅에서 솟아난 존재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신장, 골격구조, 머리카락과 눈의 색깔, 목소리의 어조, 행동방식 등 <신체적 특징>을 부모로부터 유전 받았다. 그 뿐만 아니라 능력, 기질 및 정서와 같은 심리적 특징도 부모로부터 유전 받는다.

  인간은 정자가 난자에 침입했을 때에 개체로서 생존을 시작하게 되고, 어머니의 피로써 그 개체는 성숙하게 된다. 나는 부모의 세포물질로 형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피의 유전에 의해 모든 조상들의 육체와 정신의 단편을 이어받고 있다. 그러므로 모든 선조들이 가지고 있었던 정보들이 현재의 나의 핏속에 리코딩 되어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인간의 조상을 계속 거슬러 올라간다면 그 최초의 조상은 누구일까? 또한 그 최초의 조상은 어떠한 상태였을까? 성경 상으로 본다면, 인류 최초의 조상은 아담과 해와라고 하는데, 과연 아담과 해와의 정체는 무엇일까?영생학은 이렇게 본다. 인류 최초의 조상은 ‘천국의 이상향(paradise)’에서 영원히 살았던 존재였다. 그는 오직 선(善)만을 알고 있었으며, 완전 자유와 행복 속에서 살았었다.

  이것은 성경에 이렇게 표현되어 있다. 아담과 해와는 이상향인 에덴동산에서 죄(죽음)없이 영원히 사는 존재였었다고. 영생학은, 아담과 해와가 이상향에서 영원히 사는 존재였었음으로 그들 자체가 피조물이 아닌 하나님이었다고 본다. 이렇게 인류의 최초의 조상은 놀랍게도 하나님(God)이다. 성경 상에 아담과 해와가 하나님의 피조물이라고 표현된 것은 타락된, 나약한 인간의 잘못된 생각의 기록일 뿐이다.

  왜 인간의 본향은 ‘천국’이며 인간의 본성은 ‘하나님=영원한 선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가?보라! 인간의 끓는 피의 충동을. 이상향, 영원, 완벽한 자유와 행복에 대한 ‘피의 충동’ 말이다! 인간의 진정한 생명의 본성은 성욕이나 식욕이 아니라 영원한 이상향을 갈구하는 마음이다. 영원(永遠)을 바라지 않는 인간이란 있을까? 없다. 진정 하나도 없다. 인간이면 하나같이 영원을 갈구한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을 허무로 던져 넣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사실 인간만이 자신이 언젠가 한 번은 꼭 죽어야 할 존재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삶의 과정에서 자신이 언젠가는 죽을 것이라는 것을 인간만큼 잊어버리고 사는 존재도 드물 것이다. 인간은 숨이 넘어갈 듯한 순간에도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거부하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 인간은 마치 영원히 살듯이 하루하루 살아 나간다.

  그래서 인간은 모든 미래를 그렇게 알고자 하지만 자신이 죽는 시간만은 알기를 두려워한다.우리는 영생을 희구하는 인간들에 대한 옛날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옛날의 신선 이야기나 삼천갑자 동방삭 이야기 또는 삼천 궁녀를 거느렸다는 진시황의 불로초 이야기 등은 모두 영생을 소망하는 예들이다.

  이외에도 우리는 무한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본성 그리고 자유와 행복의 유토피아를 쟁취하려는 인간의 노력들을 수없이 찾을 수 있다.피의 에로스!그것은, 인간이 그가 떠난 본향인 천국을 그리워하는 본성이다. 에로스라는 말은 플라톤에 의해 사용되었었다.

  플라톤은 인간은 이데아(Idea)라는 이상향에서 살았었는데, 그 인간이 ‘망각의 강’을 건너면서 이상향을 잊어버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상적이었던 인간이 지금과 같은 불완전한 인간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의 인간은 전에 살았던 이상향인 이데아의 세계를 끊임없이 상기(想起)한다고 한다. 이 이데아에 대한 향수를 그는 ‘에로스(Eros)’라고 표현했다.

  바로 ‘피의 에로스’는 ‘피’속으로 면면히 유전되어 온 ‘영원에의 향수’를 일컫는다. 지금은 바야흐로 이상향에로 귀향한 이긴자가 영원한 생명의 향기를 발산하고 있다. 그래서 피가 맑아 그 생명의 향 기를 수신한 자는 하나하나 이긴자의 주위로 각처에서 몰려들고 있다. 그래서 이긴자와 하나가 되어 더욱 진한 영생의 향취를 발산하게 된다. 급기야 영생의 향취는 사망의 악취를 제거하고 영생의 향취의 세계로 역전시켜 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