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빈대 보기가 무척 어렵지만 옛날에는 어느 집이건 빈대가 있었다. 빈대가 얼마나 많았으면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웠다’, ‘중이 고기 맛을 알면 절간에 빈대 한 마리 남아나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있을까.빈대에 관한 유명한 얘기가 있다.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의 에피소드다. 정주영은 18세 때 인천 부두에서 막노동을 하였다고 한다.

  그곳 노동자 합숙소는 빈대천지였으며, 몸이 지칠 대로 지쳐 잠을 자야 했으나, 빈대들의 습격으로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밥상 위에 올라가 잠을 잤으나, 얼마 후 기어 올라와 다시 물어뜯었다. 미물이지만 만만찮은 놈들이었다.

  정주영은 머리를 써서 물 담은 양재기에 밥상다리 4곳을 담가 놓고 잤다. 물 타고는 못 오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빈대의 머리는 사람보다 영악했다.

  얼마 후 빈대는 사람의 피를 빨기 위해, 벽을 타고 천정으로 올라가, 누워있는 정주영을 목표로 하여, 천장에서 떨어지는 것이었다. 정주영은 이를 보고 크게 깨달았다.

  미물인 빈대가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다하는데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 있겠는가. 이것이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유명한 정주영의 빈대철학이다. ‘빈대 붙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사람이 남에게 붙어 노력 없이 소득을 얻을 때 쓰는 말이다. 친구에게 담배 한 개비를 얻어 피우거나, 공짜 술을 먹거나 할 때 빈대 붙었다고 말한다. 신앙의 길에서도 빈대 붙어 사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는 별로 노력도 하지 않고 하나님에게 빈대 붙어 은혜를 입으려고 한다. 이런 부류의 사람은 얌체신앙인이다.

  빈대도 한두 번 붙으면 별로 불쾌하지 않다. 그런데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그러다 빈대 붙는 습성이 되면 곤란하다. 빈대가 사라진 요즘처럼 빈대신앙인도 언젠가 사라져버릴 줄 모른다. 빈대에게서 배울 점은 ‘빈대 신앙’이 아니라 ‘빈대 철학’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