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이 지치고 권태롭다고 느끼시나요? 매일 되풀이 되는 생활에 혹 지겹다고 생각하지는 않나요? 심리학적으로 이런 것을 강하게 느낀다면, 여러분의 삶은 필시 뭔가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이 깊어지면 사람이 쾌락을 찾아 타락의 길로 빠져들 수도 있고, 삶의 의욕을 잃어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삶의 의미를 잃고 자살까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 만에 하나 자신이 해당된다면, 정신요법 제3학파라 불리는 빅터 프랭클의 “로고테라피이론과 심리치료”를 창안해 낸 그의 자전적 삶을 이야기한 <죽음의 수용소>라는 책을 한 번 읽어 보면 자신의 우울한 인생과 부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리라 생각됩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포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생활하면서 그는 자신의 벌거벗은 인간의 실존과 만나게 된다. 아버지 어머니 형제 그리고 아내가 모두 강제 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았거나 가스실로 보내져 누이만 제외하고 가족 모두가 강제 수용소에서 몰살을 당한 셈이다.

  가진 것을 모두 잃고, 모든 가치가 파괴되고, 추위와 굶주림, 잔혹함, 시시각각 다가오는 몰살의 공포에 떨면서 그는 어떻게 삶이라는 것이 의미 있고,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죽음의 수용소의 참혹한 생활과 현재 자신의 삶을 비교해 보는 것은 삶의 의미와 잊고 지냈던 사소한 행복의 조건과 그 가치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낼 것입니다.

  첫째, 사형선고를 받은 죄수가 처형 직전에 집행유예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망상을 갖는 것처럼 실날같은 삶의 희망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둘째, 수감자 중에 병에 걸렸거나 쇠약해서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뽑아 가스실과 화장터가 있는 곳으로 즉각 보내졌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힘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자세도 똑바로 하였다.

  셋째,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왜 살아남아야 하는가? 하는 궁금증을 계속해서 갖고 깨어 있도록 하였다.

  넷째, 수용소 내에서 이를 닦을 수도 없고, 추운 겨울에 셔츠 한 벌로 지내야 했으며, 동상에 걸려도 손을 쓸 수가 없었고, 잠은 동료의 발꼬랑 냄새를 맡으며, 혹독한 추위에 얇은 담요를 덮고 칼잠을 자야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잠을 자야 했고, 견디고 참았다.

  다섯째,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상황과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 그리고 다른 사람의 죽음을 보고 죽음이 임박했다고 판단이 드는 순간에도 자살하지 않았다.

  여섯째, 수용소의 시설은 보통 인간으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혐오스러운 것이었지만 감내하였다.

  일곱째, 수감자들은 매일같이 반복되는 구타를 당했고, 부당하고 비합리적인 일을 당해서 오는 죽음보다 더한 정신적 모멸감으로 인한 고통을 견디어야 했다.

  여덟째, 하루에 빵 10온스와 묽은 수프 1과 4분의 3만으로 허기를 달래고 노동에 시달려야만 했다.

  아홉째, 이 비참한 상황에서 바바리아 숲의 키 큰 나무 사이로 햇빛이 비치는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감상하면서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다니!”하며 절망적이고 의미 없는 현실 세계를 뛰어 넘었다.

  열째, 고통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수용소에서 유머 감각을 키우고 사물을 유머스러하게 보기 위한 시도를 하며 살아가는 기술과 요령을 터득하였다.

  열한번째, 매일 12시간 반씩 가파른 언덕에서 진흙탕을 오가며 좁은 선로를 따라 운반되는 통을 비우는 일을 하면서 그보다 더한 구타를 예사로 당하며 혹독한 일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안도하며 사소한 것에 대해 상대적 행복감에 젖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수용소에서의 상황과 체험을 실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인 양 상상하고 느껴보고 비교해 봄으로써 현재 자신이 겪고 있는 무감각 증세, 불만족스런 상태, 가혹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극복해 보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입니다.

  “왜” 우리는 지금 부닥치고 있는 현실에 감사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련과 고난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깨닫게 됨으로써 인간의 정신적 평화와 영적인 자유의 자취를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을 간략하게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종류의 사람이 되는가 하는 것은 개인의 내적인 선택의 결과이지 수용소와 같은 환경과 여타의 영향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인간의 정신상태와 (용기와 희망 혹은 그것의 상실) 육체의 면역력이 얼마나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희망과 용기의 갑작스런 상실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의 정신력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니체는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자신의 삶에 더 이상의 느낌이 없는 사람, 이루어야 할 아무런 목적도, 목표도 그리고 의미도 없는 그런 사람은 곧 파멸했다는 사실입니다.

  현대인들의 중대한 병인의 하나는 ‘풍요 속에 빈곤’이라는 말처럼, 물질적으로 풍요하나 정신적 공허감이나 박탈감이 지배적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너무나 많은 내적 충만감이나 행복의 조건들을 잊고, 자신이 갖지 못한 불만족스러운 것 하나 둘에 집착되어 자신의 삶을 황폐하게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됩니다.*

김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