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일본 도쿄 올림픽이 열리게 되었을 때, 스타디움 확장을 위하여 지은 지 3년 밖에 안 된 주변건물을 헐게 되었다. 지붕을 벗기던 인부들은 꼬리에 못이 박힌 채 벽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도마뱀 한 마리를 발견하였다. 인부들은 신기하여 집 주인에게 알리게 되었고 집 주인은 인부들에게 그 못이 언제 박힌 것 같으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인부들은 한결같이 3년 전 집을 지을 때 박은 못이 분명하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이 도마뱀은 꼬리에 못이 박힌 채 꼼짝도 못하고 3년간을 살아있었다는 이야기인데 그러한 일은 불가능한 일이라 모두들 의아하게 생각하였다. 그래서 주인과 인부들은 이 말도 안 되는 사건의 전말을 알아보기 위하여 잠시 공사를 중단하고 그 도마뱀을 지켜보기로 하였다. 얼마쯤 지나자, 다른 도마뱀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그 도마뱀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이었다.

  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그 도마뱀은 못에 박혀 꼼짝 못하는 친구를 위하여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것이다. 외국의 어느 출판사에서 ‘친구’라는 단어를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말을 공모한 적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밤이 깊을 때 전화하고 싶은 사람, 나의 아픔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 나의 모든 것을 이해해 주는 사람 등 여러 가지의 정의를 내렸지만 그 중 1등을 차지한 것이 바로 위의 내용이었다고 한다. ‘온 세상이 나를 등지고 떠날 때 나를 찾아올 수 있는 사람’ 아름다움과 기쁨을 함께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픔과 슬픔까지 감싸 안을 수 있는 진정한 친구는 아무나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시대를 초월하여 두터운 우정에 대한 표본으로 관포지교(管鮑之交)를 말한다. 관중과 포숙아는 죽마고우로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다. 집이 가난했던 관중은 장사를 하고 살림에 여유가 있었던 포숙아는 돈을 대어 이익이 나면 반반씩 나누기로 하였는데 관중이 포숙아보다 이익금을 더 많이 가져가는 일이 많았다. 심지어 포숙아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이익금을 몽땅 가져가버리기도 하였다.

  그 후 관중과 포숙아는 서로 다른 왕자를 섬기다가 관중의 목숨이 위태롭게 되었을 때 포숙아가 목숨을 걸고 관중의 정치적 식견이 뛰어나니 죽이는 것보다는 중용해서 쓸 것을 진언하였다. 포숙아를 신뢰했던 환공(桓公)은 관중의 목숨을 살려주고 대부(大夫)로 중용하여 정사를 맡기게 되었다. 그 후 관중은 대정치가다운 수완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환공으로 하여금 춘추(春秋)의 첫 패자로 군림하게 하였다.

  관중은 훗날 포숙아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젊어서 포숙아와 장사를 할 때 늘 이익금을 내가 더 많이 차지했으나 그는 나를 욕심쟁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내가 가난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사업이 실패하여 그를 궁지에 빠뜨린 일이 있었지만 나를 용렬하다고 탓하지 않았다.

  또 나는 벼슬길에 나갔다가 물러나곤 했지만 나를 무능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또 나는 전쟁터에서 도망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는 나를 겁쟁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내게 노모가 계시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낳아준 분은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아이다(生我者父母 知我者鮑淑牙).          

  기쁨을 두 배로 하고 슬픔을 반으로 줄일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 사람들이 다 떠나간 후에도 마지막까지 남아서 그의 존재를 믿고 지켜줄 수 있는 사람, 단 한 사람의 가슴에라도 그런 진정한 친구가 되는 삶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