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해결을 위한 두 가지 양태

  앞장에서 죽음은 인간의 참혹한 문제라는 사실과 그로 인해 현실과 이상 사이의 거대한 균열을 초래함을 살펴보았다. 그 균열된 틈 사이에서 인간은 허무와 절대 고독을 맛보는데 이렇게 자기 앞에 놓인 끔찍한 현실적 공포를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인간은 이렇게 자기 앞에 놓인 끔찍한 현실적 공포를 가만히 좌시하고만 있을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다. 인간의 피는 본성적으로 인간으로 하여금 영원에의 본향으로 내달려 가도록 충동질한다.그렇다면, 영원성을 획득하기 위한, 다시 말하면 현실과 이상의 엄청난 괴리를 메꾸기 위해 인간은 무엇을 했나? 이에 대해 크게 서양적 사고와 동양적 사고로 나누어 보고자 한다. 먼저, 서양적 사고를 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양적 사고는 현실의 땅을 박차고 이상의 하늘로 비상한다.

  즉, 죽음의 현실을 부정하고 영생의 내세(이상)를 택한다. 여기서는 자연히 ‘유한한 현세’와 ‘영원한 내세’를 이원론적으로 분리하여 보게 된다. 마찬가지로 인간은 영혼과 육체의 이원적 존재로 쪼개진다. 그래서 인간의 육체는 썩어 죽지만 인간의 영혼은 초월적 내세에서 계속하여 영원히 산다고 본다. 이렇게 하여 그들은 영생을 획득하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것은 ‘죽음의 현실’을 ‘영생의 이상’에 올려 붙임으로써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땜질하려는 노력이며 그렇게 하여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오는 공허한 불만족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다음, 동양적 사고는 어떠한가? 동양에서는 죽음의 문제를 시간 너머 초월적 세계에 떠넘긴 서양적 사고와는 정반대로 죽음의 문제를 시간 안인 이 세계 내에서 해결하려 했다.

  이 세계를 영원한 순환과정으로 보았던 동양인들의 사고방식은 죽음에 대한 다음과 같은 사상을 자연적으로 낳게 한다.나의 죽음은 문제가 아니며 한 알의 밀알이 썩어야만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듯이 나의 썩음은 영원한 우주적 순환을 가능케 한다. 나의 죽음은 진정한 종말이 아니다. 나는 영원한 우주적 순환고리를 타고 무한한 삶의 여행을 떠날 뿐이다. 나의 죽음은 곧 새로운 삶의 출발일 뿐이다.

  그러므로 생(生)과 사(死)는 낮과 밤같이 하나인 것이다.이렇게 동양적 사고는 ‘무한한 우주적 순환 고리’에 나라는 개체를 흡수시켜 버림으로써 나는 ‘우주적 삶의 무한성’을 획득한다는 것이다.이러한 동양의 일원론적 사유구조에서는 땅을 기본으로 하는 농경문화에 그 영향을 받아 땅과 하늘을 분리하지 않고 일원적 전체로 이해한다.

  하늘과 땅을 하나로 보는 동양적 사고에서는 영혼과 육체, 내세와 현세도 하나이므로 인간은 무한한 일원적 순환구조 안에서 영원성을 누린다는 것이다.요약하면 서양적 사고는 죽음(유한성)을 부정함으로써 무한성을 획득하려는 반면, 동양적 사고는 죽음을 긍정함으로써 무한성을 획득한다.

  전자가 현실을 이상으로 끌어올림으로써 그 둘 사이의 괴리를 메꾸려고 하는 반면, 후자는 이상을 현실로 끌어내림으로써 그 둘 사이의 괴리를 메꾸려고 한다.영생학은 이 둘을 죽음의 뒤틀리고 왜곡된 해결방안이라고 본다. 서양적 사고는 존재하지도 않는 초월적 내세라는 환상을 만들었다. 그래서 죽은 후에라도 인간은 영속적으로 살 수 있는 양 착각한다.

  동양적 사고는 죽음이라는 문제를 문제로 의식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죽음에 철저히 순응함으로써 죽음을 잊으려고 했던 것이다. 죽음의 해결에 대한 두 사고는 결국  죽음의 문제를 능동적이고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아니며 그것은 죽음의 문제를 합리화하는 세뇌공작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능동적이고도 근본적인 해결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의 죽음 문제를 지금(now) 여기에서(here) 해결하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죽음을 죽이고 영생체로 거듭나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현실과 이상의 크나큰 괴리를 완전히 메꾸는 올바른 방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