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문제인가?

  현실과 이상의 괴리! 문제는 이것 아닌가? 그렇다. 문제는 바로 그것이다. 사회표면에 파다하게 깔려있는 문제들에서부터 인간의 뿌리 깊은 문제들까지, 참으로 모든 문제의 양태는 바로 ‘현실과 이상의 괴리’인 것이다.인간이 가진 문제들 중에서,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아닌 것이 있는가? 한번 생각해 보자. 현재 당신이 가진 문제는 무엇인가? 하고자 하는 공부가 안 되는가? 취직이 안 되는가?

  아니면 사모하는 애인이 당신을 외면하고 있는가? 비록 그것이 사소한 개인적인 문제일지라도 확실히 이러한 것들은 문제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들의 본태(本態)는 ‘이상과 현실의 균열’인 것이다. 나의 하늘 높은 바람(이상)은 이러이러한데 나의 입장(현실)은 이러이러하지 못한 것이 진정 문제인 것이다. 좀 더 개인 문제에서 벗어나 사회적 운동을 하는 운동권 친구들의 문제의식은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불평등이다.

  민중이 원하는 것은 정치적 자유와 풍요한 빵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이것 역시 ‘현실과 이상의 엄청난 괴리’에서 발생하는 문제인 것이다.문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일상생활 속에서 맞닿는 사소한 문제들과 이에서 확대된 사회적 문제들의 영역을 넘어 또 다른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데 그것은 인간본질의 문제, 즉 형이상학적 문제이다.

  “인간은 과연 무엇인가?” “인간은 왜 사는가?”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인간의 죽음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인간이면 누구를 막론하고 이러한 인간본질의 근본적인 문제에 결국 봉착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누군가 일찍이 간파했듯이 인간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하므로 우리는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바로 인간본질의 근본적인 문제를 올바로 인식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근본적이고도 올바른 문제해결의 방안은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서 출발되어야 한다.

  이는 마치 잡초를 깨끗이 제거하기 위해 잡초의 뿌리를 정확히 알아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그렇다면 인간의 뿌리 깊은 문제란 무엇인가?

  그것은 확실히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가장 크게 벌려놓는 것일 것이다. 그 큰 괴리를 일으키는 주범은 ‘인간의 죽음’이 아닐까?

  그렇다! 진정 그것은 인간의 죽음이다. 인간이면 누구를 막론하고 파라다이스의 이상인 완전성, 통일성, 영원성을 끊임없이 갈구하지만 현실은 인간의 이상과는 걸맞지 않게 사막의 신기루와 같이 변화무쌍하고, 전쟁터와 같이 혼란스러우며, 칠삭둥이와 같이 불완전하기만 하다.

  이러한 이상과 현실 사이의 엄청난 괴리, 이것이 바로 인간이 처해 있는 심각한 문제 상황이다.그런데 그 엄청난 균열을 초래하는 근본적 요인은 인간이 죽는다는 사실에 있다. 죽음이 있음으로 해서, 인간은 영원하지 못하며 불완전하다는 오명을 뒤집어쓰는 것이다. 완전성, 통일성, 영원성이라는 이상은 죽음이라는 현실 때문에 가로막혀 있는 것이다. 죽음이 바로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였던 것이다.

  그 문제가 너무나 뿌리깊이 잠적해 있는 고로 우리가 그것을 피부로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그러나 사소하고 잡다한 현실적 문제들도 죽음이라는 문제 뿌리에서 끊임없이 가지 쳐 움터 나오고 있다.이제까지 인간은 죽음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였다. 죽기 싫어 발버둥 치면서도 자신은 당연히 죽어야만 하는 존재로만 여겼었다.

  인간의 죽음은 물리적 시간에 따른 극히 자연적인 과정이요, 숙명적인 사실로만 받아들여져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뼈저리게 자각해야 한다. 죽음이야말로 인류가 극복해야 할 최대의 문제 상황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가시로 살을 찌르는 듯한 감각으로 인식하자. 인간의 죽음에서 모든 잡다한 문제들이 샘솟듯 솟아나온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