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은 성정이 예민하고 사람을 엄격하게 대하며 근검절약을 통해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유형이었다. 또 일정한 결과물을 낼 때까지 독촉하며 지기 싫어하는, 자존심이 강한 군주였다. 세종은 자신을 밀어줄 참모를 스스로 발굴하여 황희, 맹사성을 비롯한 협상형 관료들을 전면에 배치하고 후면에는 재기발랄하고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집현전 학사들을 대거 발굴해 냈다.

  이를 통해 관료들의 치열한 경쟁심을 유발해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해 가는 전형적인 현대 CEO형 리더십을 보여주었고, 그 결과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정국의 안정을 이룩할 수 있었다.

  그는 나라의 안정을 위해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국경을 재정비하고 군대의 규율과 제도를 점검했다. 남으로는 대마도를 정벌하고, 함경도 지방에는 육진을 설치하며 여진족들을 귀화시켜 남침을 예방토록 했다.

  최윤덕 같은 천민 출신의 하급 무인도 중용해 국경을 든든히 하는 데 크게 공을 세웠고 김종서를 전면에 세워 4군 6진의 개척을 이루어냈다. 4군 6진의 개척은 곧 식량의 증산을 가능케 해 경제력을 키우게 됐으며, 국방의 안정으로 우환이 줄면서 농업 생산량도 크게 늘었다. 세종은 목표를 먼저 제시하고 참모들이 이를 적극 받아들여 뭔가를 창조해 내도록 유도하는 군주였다.

  그는 개혁과 창조의 목표를 신하들에게 제시하고 반강제로 일을 주도해 나가면서 황희와 맹사성 등이 개혁의 완급을 조절해 주기를 기대했다. 그리고 모인 중지를 통해 목표를 추진하고 세종이 도중에 엄격하게 확인하고 점검하는 시스템을 갖추어 나갔다. 그 작업의 전형적 형태가 훈민정음 창제였다. 세종은 관료들이 공부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끌려오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그는 관료들의 게으름을 막고 국가경영에 도움을 얻기 위해 사가독서제라는 제도를 도입해 관료들이 스스로 공부하게 만들었다. 세종은 재위 2년에 집현전을 설치, 인재를 발굴하고 등용해 왔는데 세조 2년(1456년)에 폐지될 때까지 37년간 100명 이상의 인재를 배출, 조선 전기의 학문과 정치를 이끌어 가는 주역으로 삼았다. 세종은 신분의 높낮이에 관계없이 인재를 대우했는데 관노 출신 장영실을 파격적으로 거두어 과학 창조 업무를 맡김으로써 조선의 과학이 크게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어 냈다.

  세종은 경복궁 후원에 밭을 만들고, 보리씨를 뿌리고, 똥지게를 졌다. 손수 거름을 주고, 날마다 작물의 생육을 관찰하는 등 스스로도 실천하는 군주의 모습을 보였다. 관료들은 이를 보고 혀를 내두르며 군주 앞에서 아무도 나태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것도 결국 동아시아에서 조선의 존재가 중국의 부속국가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최만리 같은 보수학자들이 기를 쓰고 반대할 때 세종은 이를 분명히 하며 ‘너는 중국인으로 살고 싶은가’라고 물었을 정도로 조선의 자주적 위상을 강조했던 것이다.

  그는 역사의 기록과 과학문물의 기록도 소중히 여겨 후대에 길이 남기도록 명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조선이 명과 일본 사이에서 스스로의 힘을 키워가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준비하게 했다. 그 결과 500년 조선의 기틀이 세종 조에 거의 이루어져 후대의 왕들이 이를 본받을 수 있게 한 놀라운 치적을 쌓았던 것이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