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함박웃음을 짓는 사진이 외신을 통해 보도됐다. “우리는 5백 년 동안 빚을 지고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닙니다. 우리는 이 기회를 활용해 더욱 발전할 것입니다.” 룰라 대통령의 말이다. 1980년대 브라질은 두 차례나 외채를 갚지 못하겠다고 자포자기(自暴自棄)한 상태가 계속됐다. 이자만 갚겠다고 하거나 원금만 주겠다고 버티는 식이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통화가치가 열흘 사이 30%나 추락했고, 덩달아 실업률은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치솟았다. 외국인 투자자들 역시 브라질에 등을 돌렸다. 룰라는 브라질 북동부 오지에서 태어났다.

  5살 때는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형들과 새 사냥을 나가야 했고, 12살 때부터 청소부로 취직해 생계를 이어야 했다. 14살 때는 철공소 직공으로 살았지만 형편이 나아지기는 역부족이었다.

   12남매와 함께 그의 어린 시절은 가난 말고는 기억나는 것이 없을 만큼 열악한 환경이었다. 룰라의 상황은 1억5천만의 브라질 인구 중 끼니를 걱정하는 5천만 이상의 절대 극빈자를 대변하는 모습이었다.

  하루하루 사는 게 고통이었던 룰라가 교육 혜택을 받았을 리 만무하다. 특히 아버지가 문맹이었기에 공부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한 룰라가 받은 첫 상장은 바로 대통령 당선증이었다.

  그는 빈민구제 정책에 힘을 쏟았고, 굶주림을 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을 폭넓게 지원하기로 했다. 그가 대통령이 되어 가장 처음 내놓은 정책은 가정에 배고픔을 없애고 굶주린 가정이 하나도 없게 한다는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그는 대통령으로 출마하기 전 극빈층의 대변인으로 노동운동을 펼쳤다.

  노조활동을 시작한 지 6년 만에 노조위원장 직에 오르고 노동자 계층의 엘리트들이 모인 곳에서 전국 노조운동의 잣대로 떠오를 만큼 열정적으로 노조운동을 펼쳤다. 군정시절 군인들에게 체포돼 하루종일 고문을 받기도 했고 해외여행도 제지당할 만큼 거칠고 험난한 삶을 살아오다 보니 투쟁을 잘하고 신념과 결단력이 강했다. 투쟁을 잘하지만 거친 언행이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격렬하고 폭력적인 시위는 언제나 반대했다. 강성 노동운동가의 모습이 짙어서 2003년 그가 브라질의 대통령이 됐을 때 미국 월가에서는 이만저만 걱정한 게 아니다.

  외국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라 했지만 기우였다. 정부 지출을 긴축재정으로 바꾸고, 세금과 연금제도도 뜯어고쳤다. 좌파적인 그가 정치 노선을 바꾸면서 한 말이 인상 깊다.

  “장가 안간 총각 때와 결혼한 가장은 달라야 한다.” 브라질 국민들을 위해 자신이 좌파인지 우파인지가 무슨 대수냐는 것. 가난을 통해 생존법을 익힌 룰라는 노조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 협상의 기술을 익혔다. 회사 대표와 한 번 합의한 내용은 노조원들이 반발해도 반드시 지켜내 노동계의 리더가 됐다.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됐고, 세계가 브라질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2006년 재선에도 성공, 2010년 임기까지 그의 지지율은 60%를 웃돌았으며 퇴임한 지금의 지지율은 오히려 85%에 육박하고 있다. 브라질은 역경의 사나이 룰라의 리더십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