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세에 운전면허를 따다

  우리 인생이란 사는 동안 계속 변화가 일어나는 것인가 보다. 아이들을 길러 모두 출가시키고 80살이 넘어 이제 남편과 둘이 오붓하게 살면서 우리 둘은 아무런 변화 없이 계속 이렇게 살아갈 것으로만 알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달라졌다. 앞일을 예상하고 대비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슬퍼할 겨를도 후회할 짬도 없었다. 평생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충실히 살아온 남편을 이제 내가 돌봐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남편은 항상 나를 자신의 차로 태워서 제단에도 데려다 주고, 시장에도 같이 가고 내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태워다 주었다. 나는 남편이 평생 그렇게 내 곁에서 운전해 줄 것으로만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모든 여건이 이제 내가 운전을 해야 하는 쪽으로 변했다. 그래서 무턱대고 운전학원에 등록했다. 그곳에 가서 보니 ‘내가 나이도 생각 않고 무턱대고 왔구나!’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는 10대 후반과 20대초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강습 첫날 괜스레 창피한 마음이 들었다. ‘어디 구석에 앉아 강의를 들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구석은 이미 잽싼 사람들이 차지하여 어쩔 수 없이 교실 한복판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학원 강사는 온통 나만 신경을 쓰는 것이었다. “어머니, 잘 들리세요?” “60세 넘었어요? 70세 됐어요?” 이렇게 물어보다가 자기가 쥐고 있던 귤 하나를 70명 가운데서 유독 나에게 주어야 한다며 갖다 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강의가 끝났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우산을 가지고 오지 않아서 머뭇거리는데 학원강사가 우산까지 챙겨주는 것이었다. 나이 많은 사람이라고 이런저런 특별대우를 해주는 것이었다.

  ◇ 첫도전의 필기시험에 합격하다

  그리고 며칠 후 필기시험을 봤다. 컴퓨터라고는 해보지 않았는데 컴퓨터로 시험을 보는 것이라 조금 난감했지만 첫 도전에 착 합격해버렸다. 설마 첫 번째에 합격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는데 남편이 모는 차 옆에서 앉아 있다 보니 교통법규 지식이 저절로 생겼던 모양이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듯이. 필기시험에 합격한 후에 코스 및 주행 강습을 받았다.

   강사님들이 하라는 대로 하려고 하지만 몸이 잘 움직여주지 않았다. 사실 나이 많은 것이 부끄러워 숨기려고 강사님들에게 조용히 넘어가달라고 얘기했더니 “이것이 왜 부끄러운 일이며 감춰야 하는 일입니까.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힘이 되는 일이 아닙니까. 그러니 드러내어 알려야 합니다. 대단한 도전입니다.

  어떻게 그 연세에 이런 용기를 내셨습니까” 오히려 더 알려야 한다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사실 나도 면허를 따기로 일단 마음을 먹었으니 어떤 난관이 있어도 도중하차는 없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다짐했다. 절대 ‘나이 때문에 안 되겠어’라는 약한 마음은 먹지 않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중도하차와 포기는 마귀가 좋아하는 거야. 할 수 있다. 내가 주님의 자식인데 운전면허는 문제없어’ 이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마음을 이렇게 먹어서 그런지 기능시험도 어렵지 않게 한 번 만에 합격했다.

  근데 주행에서는 세 번째에 가서 합격하게 되었다. 그러자 학원에서 경사가 났다면서 “이제 합격까지 하셨으니 우리 학원의 자랑거리입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라고 강사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현재까지 최고령 합격자는 남자 74세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남자도 아니고 여자가 82세로 합격하게 되니 이거 정말로 놀라운 일이라는 것이다.

  ◇ 최종의 목표는 천국의 문에 들어가는 것

  나는 지금까지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그대로 ‘나는 젊었다. 내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다’라는 자세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참고 또 참고 강사님들이 가르치는 대로 해보니 마침내 합격이라는 마침표가 찍어졌다. 그렇다.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실력도 없이 주님께 ‘주님, 도와주십시오. 주님께서 운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는 기도는 안하기로 했었다.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실력을 쌓고 닦아서 내 실력이 있을 때 그래서 자신만만할 때 시험을 쳐야 한다는 것을 터득하게 되었고 그때 주님께도 도와달라고 기도드려야 한다는 것을 깨우쳤다.사실 이번 이 도전은 나와의 전쟁이었다. 나를 죽이는 전쟁터였던 것이다. 끝까지 인내하고 끝까지 싸워 이겨야만 하는 전쟁이었다. 참고 또 참는 것, 이런 마음은 모두 주님으로부터 배운 무기다.

  나에게 이렇게 젊은 마음을 갖게 해주시고 또 인내하는 마음도 길러주신 이기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사실 우리들의 도전은 따로 있는 것이다. 내가 운전면허를 딴 것은 그 도전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안 되는 그러한 도전이다.

  그것은 바로 천국의 문에 들어가야만 하는 도전이며 우리들은 그 도전에 임하는 용사들이다.그 목표를 위해 평생을 달려 왔다. 마지막 이 관문을 우리는 통과해야 하는 천군들이다. 우리는 나이가 없다. “나는 젊었다. 나는 할 수 있다” 이렇게 외치며 승리의 그 날까지 인내로써 이기고 이기고 또 이기자.*

 김혜선 권사 / 본부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