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월이었다. 고등학교 졸업반인 딸과 함께 성심대학교(현 카톨릭대학교)에 입학원서를 내기 위하여 나는 경기도 부천시 역곡으로 향했다. 역곡역 앞에 있는 육교를 넘으면서 “엄마, 나 성심에 붙으면 여기로 이사오자”라고 딸이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안 돼! 여기는 밀실 마귀패들이 사는 곳이라 큰일나. 이리로 이사올 수 없어”라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나는 전도관에 다니고 있었는데 전도관에서는 역곡의 밀실패들을 만나기만 해도 지옥에 간다고 무섭게 악선전을 해놓았었다. 당시에 나는 여러 가지 병에 시달렸다. 한 시간에 한 번씩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안 되는 중환자였다. 아무리 좋은 약도 어느 병원에서도 내 병을 고치지 못하였다. 내 병은 키에르 케고르가 말했듯이 절망으로 생긴 병이었다.

  박태선 장로님을 따라 삼십 년 동안 영생을 향해 달려왔는데 박 장로님은 이제 와서 “우리 세대에서는 영생이 안 된다”고 하시니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듯한 절망감이 육신을 급기야 삼키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대로 앉아서 그냥 죽으면 죽었지 영모님 말씀 듣다 교회나 그밖에 다른 종교에 갈 수 있겠느냐. 영모님의 해산작전으로 전도관을 떠나는 많은 신앙의 형제들을 보고는 되레 마음을 다잡았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전도관을 절대 떠날 수 없어. 어느 누구도 날 꾀어갈 수 없단 말이야’ 속으로 결심을 하고 결심을 했다. 딸의 입학원서를 내고 돌아온 며칠 후에 어떤 두 분이 날 찾아왔다.

  알고 보니 그분들은 밀실패(승리제단)였다. 그분들은 박태선 장로님의 사명이 승리제단에서 이루어진다, 덕소제단 정문 위에 여자의 나체상을 세운 이유, 전도관을 해산하는 이유 등등 내가 궁금하게 여기던 것을 설명하였다.

  더욱이 영모님 속에 계시던 하나님이 승리제단에서 영생의 역사를 이어서 하시는 것이라는 대목에  솔깃하게 되었고 영생의 역사가 다시 이어져 계속되고 있다는 말씀에 희망을 걸고 기쁜 마음으로 1987년 2월 21일 승리제단에 오게 되었다.  

  승리제단에서 주님을 처음 뵙는 날 나는 깜짝 놀라 소스라쳤다. “잘 오셨습니다”라고 말씀하실 줄 알았는데 주님은 대뜸 웃으시면서 “왜 왔어. 마귀라고 하더니 왜 왔어”라는 것이었다. 주님은 내가 딸이 지원한 성심여대(현 카톨릭대학교) 대학원서 내러 역곡에 갔을 때 딸과 나누었던 얘기를 다 들으셨던 것이다. ‘밀실 마귀’라고 운운했던 것이 후회막급이었다.

  이런 죄송한 일이 도대체 어디 있는가. 주님께서 분신으로 역사하시는 것을 이렇게 체험으로 알고는 나는 그날 완전히 주님의 포로가 되었다. “예루살렘 내 복된 집 나 이제 왔도다”라는 찬송을 부를 때 한없는 기쁨과 감사함에 눈물이 두 뺨으로 주루룩 흘러내렸다. 주님을 만난 기쁨과 감사함으로 예배를 보고 나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마음의 병이 다 나아 버렸다.

  가족들도 죽어가던 엄마가 승리제단 나간 뒤로 건강해지니 모두 기뻐하였다. 승리제단은 나에게 새 생명을 부어준 정말 고마운 곳이다. 나는 지금 사실 덤으로 사는 인생이다. 내 나이 80이 넘었지만 지금 나는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젊게 살고 있다.

  복된 한국에 태어나 구세주 하나님을 만나 새 생명을 얻은 이 기쁨을 주신 구세주 하나님께 깊은 감사와 영광을 드린다. 어두운 밤바다에서 방향을 잃고 헤매던 난파선에 올라타 있던 나를 그냥 놔두지 않고 하나님의 방주에 건져 올려주신 주님. 낙원이자 천국인 승리제단에 불러 구해주신 구세주 하나님께 무한 감사를 드린다.*

 김혜선 권사 / 본부제단 2지역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