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인간에게 있어 큰 뜻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것은 살아있다는 생명체로서의 인간이 가장 원초적으로 바라고 있는 소망을 종교가 채워준다는 기대감이 때문이 아닐까. 그 소망이란 ‘영원한 생명’의 보증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위와 같은 소망을 충족시켜준 종교는 없었다.

  인류 역사상 크고 작은 사회구조 속에서 무수한 종교가 그 나름대로의 이상세계에 대하여 화려한 청사진을 그려왔으나 막연한 지표만을 표시하였을 뿐 실제로는 그와 같은 세계를 실현한 종교는 없었다. 다만 사후에 즉 내세에는 이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든가 수 천년 후에는 세상이 꿈과 같은 별천지로 변한다는 등의 달콤한 가설을 미끼로 하는 종교만이 있었을 뿐 지금 현재의 인간의 생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천지개벽의 역사를 시도하는 종교는 전혀 없었다.

  허다한 기성종교들이 그들의 이상세계를 구체적으로 실천하지 못하였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근본적인 원인은 그들이 동경하고 있는 영원한 신의 세계가 어디에 있는지 그 소재를 전혀 모르고 즉 목적지도 모르고 그곳에 이르는 길과 방법부터 찾았던 셈이다.

  그들이 아직까지도 ‘진리탐구’라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밤낮으로 연구하면 찾고 있는 ‘영원한 세계’가 실은 그들 자신의 몸속에 있다는 엄연한 사실과 그 세계를 동경하고 있는 ‘인간 자신’에 대한 명확한 통찰이 전혀 결여 되었던 것이다. 노예의 자식으로 태어나 자신을 노예일 수밖에 없다고 체념하고 있는 자는 누구일까? 그를 소유하고 있는 주인일까? 아니다. 스스로가 ‘노예’라고 생각하고 있는 자신의 ‘의식’이다.

  따라서 그를 노예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는 방법은 주인의 관용이 아니라 그 자신이 자유로 향하는 의식의 혁명인 것이다. 인간은 영원한 신의 부속물일까. 신과 인간은 영원히 건널 수 없는 죽음의 강을 끼고 있는 이절적인 존재인가. 인간은 항상 신의 발밑에서 신의 자비와 은혜를 갈구하는 거지 신세란 말인가. 아니다. 인간이 욕망의 영인 자아의식(마귀)의 포로로 사로잡혀 있을 뿐 실은 인간 자신이 본래의 모습은 곧 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