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마음을 전파하는 천군으로서  향취가 나는 존재가 돼라

  옛날 어떤 도인이 열심히 수행하여 스승으로부터 법을 인가받았습니다. 그러나 시기하는 무리가 그를 죽이려 하므로 깊은 밤 몰래 길을 떠났습니다. 산으로 산으로 깊이 들어가다 보니 도둑의 무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도인은 순간 여기서 도둑들처럼 수염과 머리를 기르고 있으면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겠구나 하고서 그 도둑의 무리에 합류하여 세월을 보냈답니다. 어느덧 3년 쯤 흘렀을 때 도인은 문득 자신의 몸과 마음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도둑의 무리에 섞여 자신의 신분은 철저히 감출 수는 있었지만 자신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도둑과 너무나 똑같은 것을 깨닫고는 장탄식을 하게 되었답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동료와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이 처한 환경에서 같이 생활하는 동료들은 서로서로 생각과 말과 행동이 전달되어 쉽게 물들어버립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은 옆 동료에게 어떤 것을 오염시키고 있지는 않나요? 분노 혈기 시기 질투 미움 등 부정적인 마귀의 에너지를 풍기고 있지는 않은가요?수도자들 사이에는 ‘물들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깨달은 스승, 위없는 부처, 그리고 참진리를 향하는 도반들과 함께 가는 길은 부처가 되는 지름길 입니다. 그들의 마음에 물들게 되면 아름답고 향내 나는 마음이 될 것입니다.

  저는 제 자신의 신앙이 떨어지고 힘들 때에는 하나님을 위해 온 정성을 다해 바치고 달리는 형제님들을 바라봅니다. 그들은 너무 아름답고, 숭고하여 절로 숙연해집니다. 그때 저의 깊은 곳에서 하나님을 향한 의지가 다시 불끈 솟아나옵니다. 우리는 각자가 아닙니다. 분명히 그 바탕이 하나입니다. 자라온 환경과 조건 때문에 서로 다르게 성격이 형성되었을 뿐 그 찬란한 양심이 어찌 다르겠습니까.

  주님께서는 나쁜 버릇과 모난 성격을 둥글고 원만한 성정(性情)으로 잘 닦아나가시는 분들에게서 향기가 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세상 어떤 향수가 그런 향기를 낼 수 있을까요.주님은 지금 우리에게 장성한 자식들로서 숨어 있지 말고 전면에 나서서 당당하게 우리의 도리(道理)를 다해야 한다고 알려주고 계십니다.

  그 도리란 하나님의 마음을 전파하는 천군으로서 향취가 나는 존재가 되라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 향기를 내뿜는 존재가 되면 그 옆 사람도 향취에 취해 물들고 그 옆 사람도 물들고 너도 나도 우리 모두가 물들어 향기로운 존재가 되는 그 날을 상상하니 절로 미소가 피어납니다.

* 이명구 / 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