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가 발생한 해에는 이 현상에 변화가 온다. 동태평양 페루 쪽의 난수층을 서태평양 인도네시아 쪽으로 운반하던 적도무역풍이 약해짐으로써 인도네시아 쪽의 난수층의 두께는 얇아지고 페루 쪽의 난수층의 두께는 두꺼워져서 양쪽의 난수층 두께의 차이는 줄어든다. 또한 평년에 인도네시아 근해에서 형성되던 뜨거운 난수역도 중앙태평양으로 이동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중앙태평양의 난수역은 1997년의 경우 미국의 1.5배에 달했다. 약해진 무역풍은 다시 중앙태평양의 난수역에 영향을 받는다. 평년 같으면 무역풍도 강하고 중앙태평양에도 난수역이 적어 무역풍이 이 지역을 지날 때 바다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지만 엘니뇨 해에는 약해진 무역풍이 중앙태평양의 거대한 난수역을 지나면서 높은 열기와 많은 수분을 전달받는다.

  이 고온다습한 공기는 대류권 상층까지 확산하고 중앙태평양 상공에 적란운을 대량 형성한다.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엘니뇨의 동반현상으로서 남방진동이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남방진동이란 동태평양과 서태평양 두 원격지가 대기압 변화에 있어 강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즉 다윈 섬을 중심으로 한 서태평양의 대기압이 낮으면 타히티 섬을 중심으로 한 동태평양의 대기압은 상대적으로 높고, 그 반대로도 나타난다.

  이렇게 두 지역의 대기압이 마치 시소와 같이 오르내리는 것을 남방진동(Southern Oscillation)이라고 한다. 엘니뇨가 발생하지 않은 평년에는 동태평양 페루 쪽에 고기압이 자리잡고 서태평양 인도네시아 근처에는 저기압이 형성된다.

  그러나 엘니뇨가 발생하면 인도네시아 근처의 난수역이 중앙태평양으로 이동하여 이곳에 대규모 저기압이 형성된다. 인도네시아 근처는 고기압 경향을 띠고 남방진동에 따라 페루 앞바다는 저기압 경향을 띤다. 이 같은 기압변동은 엘니뇨현상과 맞물려 있다.

  기압변동의 결과로 대기 하층의 무역풍은 동태평양과 서태평양 양쪽으로부터 중앙태평양의 저기압으로 수렴하는데 서태평양 고압부에서 불어오는 무역풍이 더 강한 탓인지 중앙태평양의 열대난류는 평년과 달리 서태평양 인도네시아 쪽이 아닌 반대편 페루 쪽에 편중된다. 이와 같은 밀접한 관련성 때문에 과학자들은 남방진동과 엘니뇨를 합쳐 엔소(ENSO, El Nino Southern Oscillation)라고 부른다.

 이와 같이 약해진 무역풍이 해류의 이동을 방해하고 다시 정체된 해류는 약해진 무역풍에 열기와 습기를 확산시키는, 대기-해양의 상호작용에 의해 엘니뇨는 증폭된다.좌측그림을 보면 엘니뇨가 발생하지 않은 평년에는 무역풍이 동태평양과 서태평양 전 구간을 왕복하며 전체대류를 일으키지만, 엘니뇨가 발생할 때에는 중앙태평양으로 이동한 난수역을 중심으로 좌우에서 저속으로 부분대류만을 일으키게 된다.

  이것은 무역풍이 전 구간을 왕복하며 적도태평양 상공의 열기를 동서로 고루 분산시키는 평년의 역할을 잃었음을 뜻한다. 그 결과 적도태평양의 해양과 대기는 중앙태평양에 모여서 평년보다 더 뜨거워진다.이것은 적도와 나란한 횡적 대류의 이상현상이라면, 이 이상현상은 다시 북극과 남극 사이의 종적 대기순환시스템에도 영향을 준다.

  종적 대기순환시스템의 중요한 역할은 적도의 열에너지를 추운 지방인 고위도지방으로 분산시키는 것인데, 엘니뇨가 발생하면 중앙태평양에서 고온다습해진 대기가 대기순환시스템을 타고 고위도지방으로 운반하는 적도에너지의 양은 평년보다 과도할 수밖에 없으며, 그에 따라 세계 곳곳에 이상 기후를 야기하게 된다.

  이처럼 엘니뇨는 적도와 나란한 횡적 이상현상인 동시에 남북극 사이의 종적 이상현상인 까닭에 그 결과로 나타나는 기상이변도 위도와 관계없이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아프리카의 가뭄과 홍수와 이상고온, 유럽의 홍수, 인도의 가뭄, 말레이시아의 가뭄과 이에 따른 대화재, 중국의 대홍수와 오스트레일리아의 가뭄, 북미의 이상고온과 다우, 중미의 홍수, 남미의 이상고온과 홍수와 가뭄 등이 모두 이 엘니뇨로 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엘니뇨를 발생시키는 원인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인도네시아 부근에서 형성되던 난수역이 중앙태평양으로 이동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적도무역풍의 약화 혹은 동-서 태평양의 기압 역전이다. 이 두 요인의 피드백 작용으로 엘니뇨 현상은 증폭되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엘니뇨의 원인이 밝혀졌다고는 볼 수 없다.

 이 두 요인이 어떻게 해서 발생했으며, 두 요인 중 어느 쪽이 선행 요인인지도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두 요인을 동시에 발생시킨 제3의 요인을 찾지 못하면 엘니뇨는 영원히 미궁에 빠질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됩니다

김우철 /신들의 투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