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처럼..
거슬러 올라가는 삶

   중국 최고의 병법서 손자병법에는 너무도 유명한 ‘지피지기 백전백승’ 이란 전략전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굳이 이 말을 풀이하면 ‘적을 알고 나를 알면 그 싸움에서는 백 번 싸워 백 번을 다 이긴다’라는 내용입니다. 역발상적으로 이 말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더욱 의미심장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싸움에서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그 싸움에서 백 번 싸워 백 번 다 진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이 현실세계의 양상을 올바르게 직시하게 되면, 거기에는 생성, 쇠퇴, 소멸이라는 불변의 우주적 순환원리 과정을 따라 나아감을 알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이 세상 대세 흐름이 사망의 지배 아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있어 이 대세 흐름을 뛰어넘기를 시도한다면 거기에는 엄청난 저항, 장애가 부닥쳐 오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선도(仙道) 수련 공부함에 있어 ‘순리자는 인간이 될 것이요, 역리자는 신선이 될 것이다’라는 수행지침이 전승되고 있습니다. 이 글의 참 뜻은 순리자는 이 세상 사망의 거센 조류에 휩쓸려 살게 되어 생성, 쇠퇴, 소멸의 우주적 순환고리에 끌려 평범한 인간으로 죽고 만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역리자는 이 세상 사망의 조류를 거슬러, 자기 인내와 고통을 감수하면서 한 차원 높은 신선과 같은 이상의 삶을 현실화해 갑니다.

  물고기가 물살을 거슬러 상류로 올라가는 것은 뚜렷한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려면 거기에는 엄청난 힘과 고통이 수반됨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사망의 지배 아래 있는 이 세상 삶을 초월하여 한 차원 높은 ‘거기에는 죽음이 없고, 애통이 없는 기쁨만이 차고 넘치는 희락의 이상 세계’로의 도약을 꿈꾸는 분명한 삶의 목적이 있다면 물고기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듯 이 세상 대세 흐름을 거슬러 살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싸워 이겨야 할 적이 엄청나게 크고 강대한 사망의 권세와 인간의 뿌리 깊은 악습이라는 것을 알고, 만약 거기에 순응하여 살면, 결국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고 만다는 사실입니다.  이 글의 꼭지명 속에 함축하고 있는 ‘거슬러 올라가는 삶’이란 것은, 우리 인간의 처해진 입장과 운명을 알고, 일상 생활 속에서 죽음의 원인이 되는 왜곡된 세계관, 인생관, 사고방식, 고정관념, 인간의 악습을 자신 스스로가 인내와 연단을 통해서 극복하여 마침내 신선이 되고 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모두가 목적한 바를 이룰 때까지 이 글은 함께 할 것이며, 여러분 삶의 안내자이자 동반자가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진정 우리가 추구하는 삶이 위대하고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백절불굴의 투지로 용맹정진 합시다.*

김주호 기자

빅뱅신화 

  이 세계는 서로 다른 현상과 사물로 이루어져 있지만 서로 다른 기(氣)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모두가 동일한 기로 이루어진, 하나의 몸이요 하나의 에너지요 하나의 우주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나의 기로 이루어진 세계가 서로 다른 사물과 현상으로 나뉘어져 조화와 부조화를 일으키는가. 이 세계가 생성되기 이전, 현재의 시공이 열리기 이전, 우주에는 상반된 두 세계가 독립하고 있었다.

  두 세계는 형체가 없는 무형의 세력이었으며, 서로 다른 독자적 질서를 갖추고, 의지와 지능을 지닌 살아 움직이는 존재였다. 두 세계는 독립되어 있었으나 성격이 정반대였기 때문에 우주의 패권을 놓고 부딪칠 수밖에 없는 숙명이었고, 어느 순간 양측 간에는 격렬한 대전쟁이 시작되었다. 전쟁의 양상은 양측에서 서로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한쪽에서는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한쪽에서는 일방적으로 방어하는, 창과 방패의 전쟁이었다.

  공격자의 무기는 암흑과 파멸이었고, 방어자의 무기는 빛과 생명이었다. 무기의 성격상 공격자는 공격력만 지녔고 방어자는 방어력만 지녔기 때문에 일방적인 창과 방패의 전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대신 공격자는 에너지가 적었고 방어자는 에너지가 풍부했기 때문에 대등한 전쟁이었다. 무형의 암흑의 군단은 예고 없이 은밀히 빛의 군단의 방어선으로 접근했다. 빛의 군단은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고 경계를 강화했다.

  빛의 군단은 더욱 밝아졌고 빈틈이 없었다. 암흑의 군단은 힘으로도 열세였고 공격할 틈도 찾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빛의 군단의 방어선에 근접해 있던 암흑의 군단의 최전방이 빛의 군단으로 동화되기 시작했다. 빛의 군단의 세력이 너무 밝아서 일어난 현상으로 보였다. 빛의 군단은 경계를 늦추고 동화된 세력에 대해 열린 자세를 취했다.그때였다.

  방어선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피아가 불분명해진 순간, 후방에서 아직 동화되지 않은 암흑의 군단의 본진이 동화된 세력을 타고 넘어와 방어선의 빈틈을 찾아 빛의 군단의 내부로 급속히 침투해 들어왔다. 순식간이었다. 동화된 것은 위장술이었다.빛의 군단의 전열은 분열되었고, 분열된 빈틈으로 암흑의 군단이 더욱 확산했다. 빛의 군단의 분열은 전쟁에 필요한 에너지의 공급이 끊어지는 치명적 타격이었다.

  빛의 군사들은 힘을 잃고 암흑의 군사들 속에서 하나 하나 고립되었고, 빛의 군단의 풍부한 에너지는 암흑의 군단의 수중에 넘어갔다. 암흑의 군단은 그 에너지를 자신의 또 다른 무기인 파멸의 에너지로 변화시켰고, 파멸의 에너지는 방어선 안에 있던 모든 생명에 미치기 시작했다. 여기서 발생하는 압력은 극한으로 치달았고, 극한을 넘어선 순간 거대한 폭발과 함께 암흑에 갇힌 빛의 세계, 파멸의 운명을 진 생명의 세계, 곧 엔트로피 증가가 지배적인 현재의 우주가 출현했다.

  ◇ 동양 이기론적 관점

  이 사건을 동양의 전통적 우주관인 이기론(理氣論)의 관점에서 다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이 세계가 생성되기 이전, 만물은 한 덩어리의 氣 또는 에너지 속에 무형의 원형으로 녹아 있었다. 氣 또는 에너지는 소모되는 성질이 없었고, 만물의 원형들 간에는 경계가 없는, 한 덩어리의 무한 절대계이다. 이 세계는 하나의 氣를 하나의 理(질서)가 지배하는 세계였으며, 氣와 理가 일체인 세계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세계를 지배하는 理와 상반된 또 하나의 理가 외부에서 침입했다. 침입한 理와 원래의 理 사이에는 격렬한 대결이 벌어졌고, 침입한 理가 원래의 理를 눌렀다. 대부분의 氣는 그때까지도 원래의 理에 의해 지배되던 영역이었지만 침범한 理는 원래의 理를 누른 직후, 이 세계의 전일성(全一性)을 타고 氣의 전 영역으로 급속 확산하며 새로운 지배권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氣의 영역이 새로운 지배자에게 장악되는 것은 시간문제였지만 아직 새로운 지배자는 이질적인 존재이기도 했다. 새로운 지배자와 氣의 영역 사이에는 이질감에 의한 압력이 급상승하기 시작했고, 극한에 이른 순간 기의 높은 에너지는 거대한 폭발로 이어졌다. 태극(무극)의 음양은 양극의 음양으로, 양극의 음양은 사상으로, 사상은 팔괘로 분화했고, 동시에 만물의 원형도 현재의 형태로 제각각 분화하며 현재의 시공(時空)이 열렸다.

  하나의 氣를 오직 하나의 理가 지배하던 一氣一理의 무한 절대계는 새로운 理가 침범함으로써 一氣二理의 유한 상대계로 변화했다. 무한 절대계는 氣가 오직 하나의 理에 의해 지배되고 氣와 理는 일체였으므로 모든 현상은 간단하고 분명하고 일관되었다.그러나 유한 상대계에서는 氣가 상반된 두 理(질서)의 지배를 받으므로 이율배반과 모순과 부조화가 일어나고, 氣와 理는 일체일 수 없다. 이기일원론-이기이원론 논쟁의 원인도 여기에 있다.

  ◇ 신화적 관점

  동서양의 여러 우주기원신화는 다음과 같이 대략 다섯 가지 형태로 분류될 수 있다. ① 최초의 신이 단독으로 무형의 질료를 사용해 세계를 창조했다. <메소포타미아신화, 히브리신화, 뉴질랜드 마오리족신화, 인도신화>② 최초의 무형의 물질(혼돈, 물, 알)로부터 천지분리나 자연 제력(諸力)에 의해 세계가 창조되었다. <이집트신화, 그리스신화, 페니키아신화, 일본신화, 한국신화, 폴리네시아신화(마르케사스諸島, 소사에티諸島, 뉴질랜드)>③ 우주적 거인의 시체가 분산되어 세계가 창조되었다.

   <중국신화, 인도 베다신화>④ 최초의 신과 그의 협력자나 반항적 하수인이 함께 세계를 창조했다. <핀란드 민족서사시, 북미 보모·인디언 신화, 아즈텍신화, 알타이신화, 동유럽신화, 중앙아시아신화, 시베리아신화>⑤ 최초의 신과 그의 적대자와의 투쟁 과정에서 세계가 창조되었다. <페르시아신화, 게르만신화, 슬라브신화>위의 다섯 가지 분류는 신화들 간에 내용상의 뚜렷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신화들은 서로 다른 차이점보다는 유사점을 더 많이 지니고 있다. 가령 미분화된 원초적 질료는 거의 모든 신화에 등장하는 모티프이다. ④번 유형으로 분류된 아즈텍신화에도 ①번 유형처럼 최초의 신이 단독으로 네 신을 창조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한 ①번 유형인 메소포타미아 신화에는 마르두크 신이 티아마트라는 바다 신을 죽여 그 시체로 세계를 창조했다는 내용, 즉 ③번 유형에 속한 모티프가 있다. 이처럼 같은 모티프가 서로 다른 신화들에서 공유되고 있지만 각 신화가 나타내는 핵심적 주제는 약간씩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 그에 따라 위와 같이 분류된 것으로 생각된다.*

김우철 /신들의 투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