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7세기 중국 춘추시대 초엽, 제(濟)나라에 관중(? ~B.C.645)과 포숙아라는 두 친구가 있었다. 이들은 죽마고우(竹馬故友)로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다. 어른이 되어 함께 장사를 하게 되었는데 살림에 여유가 있었던 포숙아는 돈을 대고 살림이 빈궁(貧窮)하여 가진 게 없었던 관중은 장사를 하였다. 이익이 나면 절반씩 나누기로 하였는데 이익금을 관중이 포숙아보다 더 많이 가져가는 일이 많았다.

  어떤 때는 관중이 포숙아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이익금을 몽땅 가져가버리기도 하였다. 이러한 관중의 행동을 지켜본 사람들이 포숙아에게 와서 고자질하였다. 그런데 포숙아의 대답은 의외였다. “관중은 집안 형편이 어렵고 식구도 많아, 나보다 돈이 더 필요할 테니 당연히 더 가져가야겠지요.”얼마 후 제나라에 전쟁이 일어났다. 두 사람은 전쟁터로 불려나갔다.

  그런데 상황이 불리해지자 관중은 혼자서 세 번이나 도망을 쳤다. 전쟁이 끝나자 사람들이 관중을 비겁한 사람이라고 비난하자 “관중에게는 늙은 어머님이 계십니다. 그가 먼저 죽으면 어머님은 어떻게 합니까? 관중은 비겁하게 도망친 게 아닙니다.” 이번에도 포숙아가 관중을 편들고 나섰다.

  그 후 관중이 왕자 규(糾)의 측근으로, 포숙아가 규의 이복동생인 소백(小白)의 측근으로 있을 때 규의 아버지 양공(襄公)이 사촌 동생 공손무지(公孫無知)에게 시해되자(B.C. 686) 관중과 포숙아는 각각 자신이 모시는 왕자와 함께 이웃나라로 망명했다. 이듬해 공손무지가 살해되자 두 공자는 왕좌(王座)를 다투어 귀국을 서둘렀고 관중과 포숙아는 본의 아니게 정적이 되었다. 관중은 그때 소백을 암살하려 했으나 실패하였다.

  그러나 관중은 소백이 죽었다고 허위보고를 하여 여러 날 동안 잔치를 벌이게 하였다. 이는 자신이 모시고 있는 총명하기는 하지만 음흉한 규백보다는 백성들의 마음을 얻고 있는 소백이 먼저 귀국하여 왕위에 오르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는 늘 자신에게 양보만 하는 포숙아에 대한 관중의 목숨을 건 배려였다. 소백은 먼저 귀국하여 환공(桓公:B.C. 685-643)이라 일컫고 노나라에 공자 규의 처형과 아울러 관중의 압송(押送)을 요구했다.

  환공이 압송된 관중을 죽이려 하자 포숙아는 이렇게 진언했다. “전하, 제(濟) 한 나라만 다스리는 것으로 만족하신다면 신(臣)으로도 충분할 것이오나 천하의 패자(覇者)가 되시려면 관중을 기용하시옵소서.” 도량이 넓고 식견이 높은 환공은 신뢰하는 포숙아의 진언을 받아들여 관중을 대부(大夫)로 중용하고 정사를 맡겼다. 이윽고 재상이 된 관중은 과연 대정치가다운 수완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창고가 가득 차야 예절을 안다’‘의식이 풍족해야 영욕을 안다’고 한 관중의 유명한 정치철학이 말해 주듯, 그는 국민 경제의 안정에 입각한 덕본주의(德本主義)의 선정을 베풀어 마침내 환공으로 하여금 춘추(春秋)의 첫 패자로 군림케 하였다. 이 같은 정치적인 성공은 환공의 관용과 관중의 재능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이긴 하지만 그 출발점은 역시 관중에 대한 포숙아의 변함없는 우정에 있었다.

  그래서 관중은 훗날 포숙아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이렇게 술회하고 있다. “나는 젊어서 포숙아와 장사를 할 때 늘 이익금을 내가 더 많이 차지했었으나 그는 나를 욕심쟁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내가 가난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또 벼슬길에 나갔다가는 물러나곤 했었지만 나를 무능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내게 운이 따르고 있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싸움터에서도 도망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나를 겁쟁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내게 노모가 계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낳아준 분은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아이다 相識이 滿天下하되 知心이 能幾人고 서로 얼굴을 아는 사람은 세상에 가득하지만 마음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되겠는가? 명심보감(明心寶鑑)*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