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이라는 불교경전용어는 최고의 깨달음에서 이루어지는 마음의 상태를 말하기 때문에 인간의 말로써 언급하고 그 정확한 의미를 설명하기란 어려움이 많은 용어(不立文字)이다. 각자 자기자신이 연구하고 깨달음을 얻은 수준에서 열반에 대한 설명과 정의를 내리고 있지만 그러한 여러 학설과 설명이 불교경전 [열반경]에 석가모니 부처가 설한 ‘열반’의 의미와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려움이 많다.

  ◇ 열반의 경전언어학적인 의미

  언론인들로부터 “열반(涅槃)이란 무슨 뜻인가요. 스님이 돌아가면 열반에 들었다고 표현하는데, 죽음이란 뜻인가요, 아니면 탐욕이 꺼진 청정한 상태를 말하는 것인가요?”라고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열반은 파리어로 닙바나(nibbana) 혹은 샨스크리트어로 니르바나(nirvana)의 음역을 말한다. 먼저 문자용어적인 뜻을 살펴보면 니르바나는 nir(없어진)+vana(불다, to blow)의 과거분사로 ‘불어서 없어진’, ‘불어서 꺼진’이란 뜻인데 이것이 명사화된 것이 열반의 언어학적 의미가 된다.

  예를 들면, 바람이 불어서 촛불이 꺼진 상태를 생각하면 좋은 예가 된다. 그러면 무엇이 불어서 꺼진 것이 열반일까요. 여러 경에서 석가부처님은 ‘갈망하는 욕심의 애착이 소멸한 된 것’이라 한결같이 설하고 있다. 한편, [상응부]에서 사리붓따(사리불) 존자는 “도반들이여, 탐욕의 소멸, 성냄의 소멸, 어리석음의 소멸이 바로 열반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이것은 열반에 대한 대표적인 설명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열반은 감각적 욕망에 대한 갈망의 욕심[慾愛]과 나를 의식하는 존재욕망에 대한 갈애[有愛]와 존재하지 않으려는 갈애[無有愛]로 설명되는 모든 종류의 갈애가 다 사라진 유위법에서 일어나는 모든 업장과 망상의 마음과 의식이 소멸된 경지이며, 탐욕[貪]과 성냄[嗔]과 어리석음[癡]으로 표현되는 모든 번민, 걱정, 번뇌의 심리현상[不善法]들이 모두 다 바람이 불어서 꺼진 상태를 말한다.

  그러면 무엇으로 이러한 번뇌의 욕심들을 불어서 끌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무의미한 반쪽글자에 귀의하고 있는 불가에서는 그 해결책을 팔정도라고 말들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경전상 번뇌의 참된 소멸방법은 다르게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일반대중들은 열반은 죽고 난 이후에서나 실현되는 경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코 열반과 죽음은 아무 상관이 없는 정반대의 의미를 지닌 불경용어이다. 오히려 참 열반은 미륵여래의 감로정법을 통해서 지금 현세[現今]에서 실현되고 성취되는 용어구절인 것이다.

  그래서 경에서는 ‘열반의 실현’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실현으로 번역되는 원어 ‘삿치끼리야’는 문자적으로는 ‘눈앞에 만듦’ 즉 ‘눈앞에 드러냄’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열반은 지금 여기에서 내 눈앞에 드러내고 현존하게 하고 실현하고 구현해야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불경상의 참 미륵부처님이 되시는 감로대왕 여래께서 오시지 않았기 때문에 참 열반을 체득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불교경전에는 참 열반을 얻게 되면 불생불멸, 불로불사한다고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죽음을 넘은 자가 없었고 사망의 신과 싸워 이긴자도 없었고 아상을 벗고 업장소멸을 행하는 자가 없었다. 참 열반을 논할 자격이 있는 자는 ‘감로의 정도’를 설할 수 있는 자이며 죽어가는 모든 중생들에게 죽지 않는 영생불사설(永生不死說)을 논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滿字가 되는 온전한 말씀이 나오기 전에는 열반을 ‘생명과 불성이 꺼진 상태’라는 수동적인 의미로만 설명을 잘못 이해하고 자칫 허무주의적이고 염세적으로만 생각하게 되는 병폐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경전에서는 탐(貪), 瞋(진), 癡(치)의 삼독이 소멸 해소된 열반은 허무하고, 무기력하며 황야와 같은 마음의 적막한 경지가 아니라 죽지 않음(不死, amata,amita, amrita:甘露)의 의미요, 불심으로 인한 평화(santi)요, 병이 없어 고통과 괴로움이 소멸된 경지이며(aroga), 극락정토에 거하는 신선들이 누리는 지극한 지복(至福:parama-sukha=최상의 행복)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대승불교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열반이 허무한 경지가 아니라고 해명하는데, 열반은 영원한 생명[常] 기쁘고 즐거운 환희의 행복[樂] 그리고 궁극적 자아의 본질의 존재[我] 청정무구의 깨끗한 부처님의 마음[淨]이라고 四德(사덕)을 갖춘 ‘常樂我淨’의 용어로서 [열반경]은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초기경전에서 참 열반의 정의와 참 뜻을 찾아 볼 수 있다.

  이러한 심오하고 최고의 경지에 이른 불성의 상태를 의미하는 열반을 이 세상 사람들이 죽음과 연결지어 사용하게 된 것은 일찍부터 석가부처님이나 아라한이나 깨달은 분들의 죽음을 빠리닙바나(parinibbana)라고 불렀기 때문에 생겨난 경전상의 본질과는 전혀 다른 의미의 해석으로 희석되고 말았다. 이것을 중국에서 반열반(槃涅槃)으로 음역하다 보니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조사스님들이나 큰스님들의 입적을 반열반이라 표현하게 되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반열반이라는 말 대신에 연로하신 스님들의 임종을 아무 생각 없이 경전상의 열반이라는 용어를 무분별하고 무차별하게 죽음에 대응시켜 열반에 들었다고 표현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른 용어로서 별세(別世), 운명(殞命), 영면(永眠), 작고(作故), 타계(他界), 서거(逝去)라는 용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태여 미륵여래부처님가 불생불멸의 경지를 증득하여 감로정법을 설파하게 되는 이 미륵불시대에 미륵여래 한 분에게만 사용되어야 할 열반과 여래라는 용어들을 아무 곳에나 대입하고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경전에 대한 무지함과 석가부처의 진심을 왜곡하는 행위임을 하루속히 깨달아야 할 때인 것이다.

 『숫타니파타』에서는 이것을 “이 세상에서 애욕을 떠난 지혜로운 수행자는 불사와 평안을 누리는 영원한 열반의 경지에 도달한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또한 열반은 절대적인 무위열반계로도 묘사된다. 즉 열반의 상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실재하는 것이다.지, 수, 화, 풍이 아닌 영역이 있다. 무한한 공간도 아니며, 무한한 의식도 아니고, 아무 것도 없는 것도 아니고, 의식이 아닌 것도, 무의식이 아닌 영역이 있다. 이 세상도 아니고, 세상을 넘어선 것도 아니고, 이 두 가지가 도리인 것도 아니고, 달도 아니고, 해도 아닌 영역이 있다. 나는 말하는데, 그 영역은 옴도 없고, 감도 없다.

  머무름도 없고, 파괴도 없다. 시작도 없고, 구속됨도 없다. 결과도 없고, 원인도 없다. 이것이 진정한 고통의 끝이다.열반과 같은 궁극적인 진리는 논리적 범주에 의해서 적절하게 파악될 수도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것은 직관적이고 靈感(영감)으로써 느껴지고 경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사실 감로의 맛을 알지 못하는 중생들이 열반의 의미를 논하거나 이해한다고 말하면 그것은 어불성설이 되며 그 자체가 인간적인 관념의 상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참 미륵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감로의 광명지혜를 체득한 義人(성도)들이나 열반의 경지를 논할 자격이 있는 것이지 설령 자격이 있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조심스럽게 “不立文字”의 용어 ‘열반’의 경지를 인간의 언어와 말로써 이해시키고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밝혀두고 싶다. 감로의 광명을 바라볼 수 있고 미륵여래존불의 법성광명을 체험하기 전에는 열반과 해탈에 관한 참 의미와 용어해설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한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