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악창이 나는 것보다 더욱 위험한 것은 오장육부에 이상이 있는 경우다. 외상(外傷)보다 내상(內傷)이 더 무섭다. 이와 같이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외적(外敵)보다 내적(內敵)이 더 무서운 법이다. 그 중에도 정말 무서운 것이 있으니 바로 무능한 지휘관이다. 무능한 지휘관은 혼자만 자폭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한 단체를 침체시킬 수 있고, 침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단체는 지도자 이상을 초월할 수가 없다. 지도자의 지식과 지혜가 곧 단체의 한계다. 그러므로 무능한 자가 지도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그를 따르는 무리는 말할 것도 없이 후진성을 탈피할 수 없음은 물론 사회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무능한 지휘관이란 어떤 사람을 지칭하는 것일까? 무능한 지휘관이란, 능력이 아예 없는 자를 말하기도 하거니와 능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는 자, 그리고 게을러 자신을 표출하기를 포기한 자를 통틀어 말한다.

  또한 말과 행동이 어긋나서 휘하의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는 자를 포함한다. 자기 자신을 알고 판단할 만큼만 되어도 문제는 심각하지 않다. 눈이 멀고 귀가 멀어서 아첨꾼들의 말에나 귀를 기울이는, 정말 자신이 뛰어난 능력을 가진 지도자인 양 착각하는 어리석은 지도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자신이 처한 위치를 알고 있다면 그는 현명한 지도자이다.지도자란, 기지와 임기응변을 포함한 지혜가 있어야 하며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소유해야 한다.

  누구를 다스리고 이끌려면 남들과 동일해서는 안 된다. 남들보다 더 알아야 하고 남들보다 더 앞서 달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단(不斷)히 자신을 갈고 닦는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지휘관에 따라 오합지졸도 정예부대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정예부대라도 멍청한 지휘관을 만나면 오합지졸이 되고 만다. 그래서 양이 이끄는 사자 부대보다 사자가 이끄는 양의 부대가 낫다고 하는 것이다.

  지도자가 소경이면 그의 무리는 눈을 뜨고도 소경이 되고, 지도자가 귀머거리면 단체는 귀가 있으나 듣지 못하는 자들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지도자의 영향력이란 이처럼 엄청난 것이다. 지도자에 따라 불가능이 가능해지고, 험산준령이 평지를 이루며, 사막에 실크로드를 낼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지도자의 역량이다. 지도자의 역량이란 지혜에서 비롯되고, 지식에서 발단되는 것이다.

  이순신을 보라. 어명을 어기면서까지 출정하지 않았다. 질 것이 뻔한 싸움, 군사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것이 뻔한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수군의 패배는 곧 조선의 패배로 직결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원균은 어떠했는가? 무모하게 출정했다가 조선 수군을 모조리 수장(水葬)시키는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그래서 탁월한 지휘관은 싸울 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자,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을 아는 자가 참으로 지혜로운 지휘관이다. 나는 어떠한 지도자인가, 나는 지도자로서 합당한가, 그에 합당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가? 자문자답해 보라.*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