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는 이 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16강전에서 우루과이에 아깝게 패하여 8강 진출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예선 첫 상대인 그리스에 2대 0 완승을 거두자 아르헨티나도 꺾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가 아르헨티나에 4대 1로 완패를 당하자 허탈한 패배감에 선수와 감독을 맹비난하더니 나이지리아와 2대 2로 비겨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다시 감독과 선수들은 영웅이 되었다.

  16강 우루과이 전 패배에 대해서도 감독의 용병술에 대한 비난의 소리가 거셌다. 승리의 순간에 감독과 선수들은 영웅이 되었다가 패배의 순간에는 역적이 되고 만다. 그런데 왜 우리는 단순한 축구 경기의 승리와 패배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것일까. 그것은 월드컵 태극전사들은 바로 대한민국이요 나의 분신이기 때문이다. 경기에서 이기면 대한민국이 이긴 것이요, 내가 이긴 것이다.

  그러므로 집에서 혼자 TV를 시청할 수도 있지만 거리응원대열에 끼어 군중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치며 승리를 기원한다. 이 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강팀과 약팀이 따로 없는 혼전을 빚었다. 식민 지배를 당했던 나라가 월드컵을 통해 심리적인 ‘복수 혈전’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클럽 대항전이라면 몰라도 민족과 민족, 나라와 나라가 맞붙게 된다면 그것은 전쟁이다.

  실제로 축구는 BC 6~7세기경 고대 그리스에서 행해지던 하패스톤(Harpaston)이라는 경기였는데 로마에 전해져 무사들이 훈련을 하거나 놀이를 할 때 널리 성행했다. 이후 영국을 점령한 로마인들에 의해 이 경기방식이 영국에 전해졌는데 영국에서는 자체적으로 경기방식을 발전시켜 나갔다.

  그러다가 11세기 이웃나라인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인들이 영토가 부족하여 바이킹(해적)의 모습으로 영국을 침략하였는데 특히 덴마크인들이 심한 폭정을 했다고 한다. 덴마크인들이 물러가자 영국인들은 울분을 참지 못하고 덴마크인의 묘에서 두개골을 꺼내어 하패스톤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에 ‘축국’이라는 이름으로 이 경기가 성행하였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축구의 역사도 유구하다 할 것이다.

  거친 태클과 과격한 충돌, 오직 골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기 때문에 골을 넣기 위해 사력을 다 한다. 선수들의 화려한 기술이나 팀 전술에 의해 골을 터트린 뒤 벌이는 골 뒷풀이(세레모니)나 관중들의 응원 방식 등을 살펴보면 그 나라의 문화가 잘 반영되어 있다. 골을 넣은 뒤 삼바춤을 추는 브라질 선수나 ‘붉은 옷을 입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열정을 토해내는 한국 응원단이 그 좋은 사례이다.

  그러므로 월드컵과 문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요소마다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고 있기에 월드컵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이렇게 1930년 우루과이 대회부터 80년 동안 지속돼 온 월드컵에는 역사가 있고 문화가 있다. 때로는 세계 대전으로 잠시 중단되기도 하고, 자연 재해에 의해 개최지가 바뀌는 경우도 있었지만 인류가 오직 축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똘똘 뭉쳐 열광하는 월드컵의 전통은 결코 바뀌지 않았다.

  새롭게 쓰는 역사, 그것도 TV를 통해 생생하게 살아있는 역사를 보고 느낄 수 있기에 사람들은 월드컵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대물림하고 있다.전 세계 인류의 축전인 올림픽이 보름(15일)의 일정으로 경기가 치러지는 반면 단일 축구경기 하나로 한 달(30일)이라는 일정으로 전 세계 인류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월드컵은 규모 면에서나 관심 면에서나 가히 인류최대의 축전이다.

  그런데 너무 경기의 승패에 연연(戀戀)하여 선수와 감독을 비난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경기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승자도 패자도 관중도 모두 승자가 될 수 있는 진정한 스포츠 제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는 더 큰 꿈을 꾸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하며 최선을 다해 한국축구의 위상을 높인 태극전사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대들로 인하여 2010년 6월은 행복했노라.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