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월드컵 경기만이 아니었습니다. 월드컵은 4천7백만이 하나 되는 거대한 축제였습니다.” “월드컵은 월드컵 4강만의 드라마는 아니었습니다. 월드컵은 세계를 놀라게 하고 한국인의 자신감과 긍지를 되찾은 위대한 드라마였습니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이 끝나고 공익광고협의회와 KBS가 만든 공익광고 문이다. 당시 거의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 광고문에 동의했고 그 열광과 흥분의 감정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 환희와 감동이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여전히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2010년 6월을 기다렸다. 월드컵은 또 다시 한번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열광의 무대가 되고 있다. 그런데 왜 수많은 사람들이 월드컵에 흠뻑 빠지는 것일까? 왜 둥근 축구공 하나에 울고 웃을까? 그것은 단순히 재미있어서만은 아니다.

  현대 사회 구조 속에서 대중은 억압과 굴레로부터 탈주하고 싶은 욕망에 끊임없이 사로잡혀 있다. 월드컵은 사회적 억압 구조로부터 벗어나 무아지경의 환희의 경험으로 이끄는 현대인의 탈주 공간이 되고 있다. 철저한 수비벽을 따돌리고 골을 넣는 순간 전 세계 관중들은 자신들의 탈주의 욕망을 대리만족하는 극도의 희열의 순간에 들어선다. 그러니 골에 열광 안 할 수 있겠는가?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에서는 매번 명승부가 펼쳐지고, 스타 선수가 탄생해 왔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축구 강국들은 월드컵을 통해 크게 주목받았으며, 펠레, 마라도나, 베켄바우어, 호나우두, 지단 등 한 시대를 대표했던 선수들 역시 월드컵에서 떠오른 스타들이다.월드컵에 출전하는 팀은 국제축구연맹(FIFA)에 가입된 32개 국가다.

  이들은 지역별로 치열한 예선을 거쳐 올라온 정예 국가대표 팀들이다. 월드컵 본선에 한 번도 빠지지 않은 ‘카나리아 군단’ 브라질을 비롯해 ‘전차 군단’ 독일,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 ‘레 블뢰’ 프랑스,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 그리고 최근 주목받고 있는 ‘무적 함대’ 스페인이 그렇다.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붉은 악마’ 대한민국 역시 아시아를 대표하는 축구 강국이다.

  단순하게 유니폼 색깔에 따라 명명된 별칭이라고 하지만 색깔 역시 해당 국가의 국민성이 잘 반영돼 있는 만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나라의 문화와 상징이 담겨있다.또한 경제적 이익, 국가 이미지를 위해서 경제적 여건이 있는 나라들이 월드컵, 올림픽 같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에 관심을 갖고 있다.

  실제로 지난 월드컵을 개최했던 독일은 투자 심리가 살아나면서 2000년대 들어 최고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5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돼 실업자가 400만 명 아래로 떨어지는 등 호조를 나타내기도 했다. 한국 역시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경기 안정에 큰 영향을 받기도 했다. 월드컵을 개최하는 나라에 국한시키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전체적으로 월드컵이 치러지는 시기에는 전쟁, 분쟁 등이 중단되는 등 정세가 안정되다보니 어느 해보다 경제 성장에 큰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축구 월드컵 임에도 경제 분야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열광할 만 한 것은 당연하다. 이번 월드컵을 개최하는 남아공은 월드컵을 통해 긍정적인 많은 변화를 꿈꾸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출신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은 “월드컵이 사람들의 화합을 도울 것”이라며 “지구상에서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스포츠는 바로 축구”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 뒤에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온통 월드컵에 열광하느라 광장으로, 종합운동장으로 몰려나가 응원하느라 학생들은 시험 성적이 떨어지고 직장인들은 직장 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

  설령 시험공부를 하거나 업무 중이라 하더라도 온통 신경이 월드컵에 쏠려 집중이 잘되지 않는다. 또한 월드컵은 경제논리에 의해서 부추겨진 대중 문화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거리응원, 수많은 월드컵 관련 용품들, 월드컵을 상징화한 선전문들은 철저하게 현대 상업주의 문화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너무 분위기에 편성되어 끌려 다니지 말고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중용의 지혜가 필요하다. 아무튼 이번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인종, 민족, 종교, 사상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월드컵에 열정을 바치는 모습만큼은 이전보다 더 진보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월드컵이 기대되고, 더 흥미롭게 느껴지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