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질질 끌고 가는 사람이 있다. 한 얘기를 또 하며 도무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요 당신 말이 옳아요!”라는 대답을 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토론이 벌어지면 기어코 상대를 눌러놔야만 쾌감을 느낀다. 그러나 상대방이 엉망진창이 될 때까지 몰아세우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상대의 승복을 받아내려다 보면 이야기 끝을 물고 늘어지게 되고 이야기는 주제를 벗어나 시간만 길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자존심 싸움에 의해 인간관계만 해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아무런 저항이나 감정 없이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러나 만일 누군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며 강제로 바꾸려든다면 몹시 분개하며 고집을 부린다.

  그에게 소중한 것은 그 생각 자체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서 도전받는 자신의 자존심이다.사람마다 여러 가지 가치관이 있고 ‘언제나 옳은 것은 없다’는 관점에서 보면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는 방식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아무리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옳은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주장이 100% 옳다고 장담하더라도 상대방이 반론할 여지는 어느 정도는 남겨두는 것이 인간관계를 지키는 토론방법이다.  오히려 상대방이 나의 말을 조금이라도 이해해 주면 좋겠다는 낮은 자세로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면 뜻하지 않은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상대방이 자존심을 내세워 완강히 거절하였다 하더라도 싫은 내색하지 않고 조용히 물러나오면 곰곰이 생각한 후에 결론을 번복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설득을 위한 설득’을 감행하곤 한다. 상대를 내 눈앞에서 굴복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꾸지람이 그렇다. “이게 다 너를 위한 건데, 내가 누굴 위해 사는데”라고 하면서 꾸지람은 한없이 길어진다.

  부모 세대의 가치관을 자식에게 강요하다보니 이 얘기 저 얘기 사연이 많다. 마지못해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진심이 아니다. 꾸지람은 짧게 끝내고 자식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 훌륭한 부모이다. 올바른 것이기 때문에 끝까지 주장하겠다는 사고방식은 논리적으로 맞을는지 모르나 “내가 틀렸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자기주장을 펼치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누구에게라도 상대를 과소평가하는 말이나 행동을 할 권리가 없다. 인간의 존엄성에 상처를 주는 것은 죄악이기 때문이다. 설령 내가 옳고, 상대방이 분명히 잘못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게 된다면 그 논쟁은 진정으로 이긴 것이 아니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