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고를 접하고 바로 치안대원을 모았으나 밤이 깊어서인지 5명밖에 없었다. 대원들 집에 연락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5명을 데리고 전화줄 꾸러미를 짊어지고 가면서 임무를 부여했는데, “너는 1소대장, 너는 2소대장” 하며 3, 4, 5소대장을 각각 임명했고 도착하자마자 공포를 쏘다가 내가 신호탄을 쏘며 “사격중지!” 하면 사격을 멈추고 “3소대장 한 댓 명만 데리고 와!” 하면 다 오는 것으로 작전계획을 지시하며 갔다.

◇6명으로 200명이나 되는 인민군 장교들을 생포하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하고 보니 기와집 두 채가 나란히 있는데, 안과 밖이 보이지 않도록 좁은 담이 있었다. 그 두 집 주위를 뺑 둘러서서 몇 분간에 걸쳐 공포를 일제히 쏘아대니 조용한 밤하늘이 뒤흔들릴 정도였다. 밖은 보이지 않는 데다가 깜깜한 한밤중에 사방에서 갑자기 콩 볶는 듯한 총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므로 한참 식사중이던 인민군 특공대 200명 모두는 정신적으로 제압을 당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때 대문 쪽에 있는 이사람이 노란 신호탄을 쏘며 “사격중지!” 명령을 큰 소리로 하게 되니 갑자기 사격이 중지되고 사방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우리 대한민국 국군 1개 중대는 인민군 군관단으로 구성된 특공대 200명을 완전 포위하였다. 목숨이 아깝거든 항복하라. 그렇지 않으면 수류탄 세례를 받을 것이다.” 하고 이사람의 굵은 음성이 조용한 밤하늘에 찌렁찌렁 울려 퍼졌다.

  몇 초 있으니 안에서 “시키는 대로 하겠소. 목숨만 살려주시오.” 하는 나이 듬직한 사람의 음성이 흘러 나왔다. “알았소.” 해 놓고 “3소대장, 거기 한 댓 명만 이쪽으로 보내.” 하니 대문 앞에 모인 5명이 전부였다. 뒤에 알고 보니 군에서는 4소대장은 없고 화기소대라고 부르며 5소대라는 것도 편제상 없었는데, 그 당시 나이도 어리고 군 경험이 없었던 고로 그런 우(愚)를 범하였던 것이다.

생포된 북한군 포로들

  “전원 무기를 버리고, 손을 들고 한 명씩 나와!” 하고 명령을 하니 우르르 손을 들고 대문 밖으로 나오는데, 그 순간 주머니에 무기가 있을 땐 곤란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고로 공포를 두 발 쏘며 “도로 들어가!” 해 놓고 “전부 옷을 벗고 팬티만 입고 나와! 만약 나오라는 명령이 없는 데도 나오면 사살하겠다! 명령이 떨어지면 한 사람씩 나와!” 해서 나오는 사람마다 가져갔던 전화줄로 두 손을 머리 뒤로 묶어서 200명 전원을 포로로 사로잡았다.

◇포로를 사살하려는 대원들에게 동족상잔의 비극을 막자고 호소

  포로 중에는 장성급도 몇 명 있고, 중국 팔로군 출신도 있었는데 대부분 군경력이 많은 자들이었다. 그 중 최고 높은 별 두 개짜리 되는 사람은 이사람이 제지할 틈도 없이 치안대원에게  총을 맞아 그 자리에서 죽었다.다음은 별 하나짜리 차례가 되는데 이사람이 총을 든 치안대원 앞을 가로막으며 죽이지 말라고 강력하게 명령하여 나머지 포로들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이사람은 그들을 학교 교실에다 집결시켜 놓고 “나는 서울서 온 대학생으로 군생활을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이 지역 치안책임자다. 우리 여섯 명이 너희들 200명을 잡았는데, 이래 가지고 너희들이 뭘 하겠느냐.”고 하니 저희들도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힌다는 눈치였다.

    이에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도 긍정을 하며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그때 이사람은 아무리 공산주의에 물든 자라도 양심은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이사람이 이끄는 치안대는 미처 후퇴하지 못한 인민군들을 잡아 계속 형무소로 보내고 군내 구석구석을 뒤지며 멸공작업을 하는고로, 주민들의 호응이 매우 좋아서 200명 군관단 특공대가 들었던 집에서도 그 집주인 아들이 뒷담을 넘어 신고를 해 주어 큰 전공을 세우게 되었던 것이다.

◇신양리 형무소에 재수감되다

  대동군 치안대장 시절 어느 날, 미군 헌병이 지프차를 타고 와서 갑자기 권총을 들이대며 이사람을 가리켜 영어로  빨갱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당시 이사람은 치안대장이라 소제(蘇制)권총을 두 정이나 차고 있었기 때문에, 차고 있던 권총을 꺼내어 재빨리 사격자세를 취하였다. 헌병은 대동군 치안대장이 빨갱이라는 정보가 들어와서 잡으러 왔다고 했다.

  그래서 이사람은 한 쪽 손으로 팔의 POLICE CHIEF라고 쓴 완장을 가리키며 빨갱이가 아니고 빨갱이를 잡아서 없애는 자라고 말하였다. - 당시 이사람은 영어회화를 할 수 있었다. - 그러면 대장에게로 가보자고 하여 함께 지프차에 타고 미 헌병대 본부로 갔다. 그런데 미 헌병대장은 자초지종을 묻지도 않고 “몽키하우스 고우 어헤드”라며 형무소에 보내라고 명령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이사람은 다시 평양 신양리 형무소로 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