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종교학자인 디리히는 “종교란 궁극적인 관심사”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종교란 그 사람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다시 말해서 이 세상의 모든 가치를 돈에 두는 이가 있다면 그의 종교는 돈이 될 것이고, 명예에 두는 이가 있다면 그의 종교는 명예가 될 것이며, 권력에 두는 이가 있다면 그의 종교는 권력이 될 것이고, 사랑에 두는 이가 있다면 그의 종교는 사랑이 된다는 말이다.

  욕심으로 치닫는 이 세상의 종교는 어느 곳까지 질주할 지 모르는 상황이다.자신의 종교의 가르침을 이 세상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탐구하며 실천하려는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야기를 소개한다.설산에서 수도하는 한 동자가 있었다.

  수도에 전념하고 있었던 어느날 어디선가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변하지 않는 것이 없고 [제행무상(諸行無常)], 이 세상 모든 것은 나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네 [제법무아(諸法無我)]”라는 구절이 들려왔다.

  동자는 그 심오한 진리의 말씀에 너무나도 놀라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그 진리의 말씀을 말한 사람을 찾았으나 아무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다만 자신의 발밑에서 자신의 육신과 피를 탐내는 나찰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동자는 나찰에게 물었다. “지금의 진리의 게송은 당신이 읊으신 것입니까?” 그러자 나찰이 그렇다고 대답하였다. 동자는 계속해서 “그러면 그 다음 구절도 알고 계시다면 가르쳐 주십시오. 저는 진리를 깨우치기 위하여 수년을 설산에서 수행하여 왔지만 그대의 게송과 같은 진리를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 다음 구절을 알려 주시면 저는 바른 깨달음을 얻을 것 같으니 간절히 청합니다.”라고 나찰에게 그 다음 법문을 들려 줄 것을 간절히 청하였다. 그러자 나찰은 “나는 지금 배가 고파 죽겠다. 만약 내가 그 다음 구절을 일러준다면 그대의 뜨끈뜨끈한 살코기와 피를 나에게 주겠는가? 그러면 내가 알려주마”라고 말했다.

  설산동자가 “그러마”라고 약속을 하자 나찰은 “이 도리를 인정하면 그것이 고요한 열반의 세계로다 [열반적정(涅槃寂靜)]”라고 그 뒷부분의 게송을 읊어 주었다. 이 게송을 들은 동자는 너무 기뻐서 이 바위 저 바위를 뛰어 다니며 이 문구를 바위에 새겨 놓고 난 다음 그 몸을 나찰에게 던졌다.

  이 설산동자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의 육신이 아니었다. 진리를 깨닫는 것 그것이었다. 그러기에 동자는 그 진리의 한 구절을 듣기 위하여 자신의 육신을 나찰에게 던질 수 있었던 것이다.

  나라는 존재가 없는데 나의 물건이 있을 수 있는가. 나라는 존재는 없다는 것을 참으로 깨달을 때 그 세계의 적정(寂靜)이 찾아온다는 것을 다시 음미해본다.*   

윤금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