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떤 마을에 사는 처녀가 애기를 배고 말았다. 부모는 놀라 딸을 다그쳤다. “어느 놈의 자식이냐?” 딸은 궁지에 몰려 대답이 궁색한 나머지 그만 엉뚱한 이름을 대고 말았다. “동네 윗 절의 백은스님이예요.” 놀랍기 이를 데 없는 소리였다.

  이 높은 스님이 그랬다는 것이 아닌가? 부모는 화가 나서 당장 스님을 찾아갔다. 그러나 평소 존경하던 스님이었는지라 부모는 점잖게 말하였다. “미거한 딸을 돌보아 주시어 스님의 혈육을 잉태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아, 그래요?” 할 뿐이었다.마침내 딸이 아들을 낳았다.

  그 동안 꾹 참고 있었던 부모는 울화가 치밀어 당장 쫓아가서 스님의 멱살을 쥐고 “이제 어떻게 할 거냐?” 하고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스님은 “아, 그래요?” 할 뿐 그 딸의 입장을 생각하여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았다. 일이 이렇게 되니 괴로워진 딸이 진짜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가를 부모님께 고하였다.

  진실이 밝혀지자 부모님은 백은스님에게 한 일이 너무나 미안하여 스님을 찾아가 사실을 이야기하고 사과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도 역시 백은스님은 “아 그래요?” 하며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그런고로 오직 감사뿐이었다. 천대멸시를 받아도 감사뿐이었고, 마귀라고 때리고 핍박을 해도 감사뿐이었고, 욕설을 하고 짓밟아도 감사의 눈물뿐이었다.

   언제나 주님 안에 있는고로 어떠한 일이 몰아쳐도 감사할 뿐이었다. 아무도 이사람을 상종하지 않으니까 이사람은 자연히 하나님만 상종하게 되었던 것이다. 매일 찬송을 부르고 기도를 했다. 누구 한 사람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고, 이사람이 찾아가면 마귀새끼가 왔다고 하면서 나가라고 하므로 찾아갈 사람도 없었다.

  그런 천대멸시를 받으면서 수십 년 간을 살았다. 이사람이 제단에 예배 보러 가면 마귀새끼가 왔다고 하면서 안내위원들이 이사람을 끌어내서 소나무가 많은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가 개 패듯 두들겨 팼다. 때로는 담요를 뒤집어씌운 채 집단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죽이려고 작정하고 집단으로 때리는 매질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래서 이사람은 평생을 눈물로 살았다.

  이렇게 눈물을 흘리면서 하소연할 데는 하나님밖에 없었다. 그러면 하나님은 놀라운 은혜로 이사람에게 오시는 것이었다.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를 때린 사람을 아무도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시험을 이기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는 마음으로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이사람이 평생 동안 이러한 핍박과 모진 연단을 받지 않았다면 이긴자가 될 수 없었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