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양’은 남편을 잃고 남편의 고향인 밀양에 내려온 한 여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밀양에서 아들까지 잃고 종교에 의지해 삶의 의욕을 불태우지만 그 종교로 인해 다시 자신의 삶과 신에게 분노하게 되는 줄거리다. ‘밀양’은 현대 기독교(종교)의 모습을 굉장히 현실적이고 또한 근본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평가 받고 있다.

가족을 잃고 살아갈 이유도, 용기가 없던 신애(주인공)는 이웃의 전도로 기독교에 귀의하여 교회에서 가르쳐준 대로 신에게 기도하고 그 대가로 마음의 구원을 얻으려고 한다. 그런데 기독교에서 가르쳐주는 신의 모습이 흥미롭다. 교회에 모여서 기도하는 그들은 각자 자신의 신에게 원하는 것을 이루어 달라고 빌고 있다. 또 교인 여러 명이 모여서 기도할 때 기도의 주도자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하나님이 지금 이 자리에 오셨습니다.”라며 단정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신에게 이루어 달라고 기도하기 시작한다. 언뜻 보면 여느 기성교회의 신을 찬양하는 모습으로 보이지만 이 장면에는 실로 모순된 전제가 깔려 있다.

바로 신의 노예화다. 교인들은 ‘하나님 아버지여, 하나님!’등 그 신의 이름을 더 없이 높여서 부르지만 그들이 하고 있는 행위는 자신들이 필요할 때 신을 불러서 자신의 원하는 바를 해결해 주길 원한다. 더욱이 이런 신의 모습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존재로까지 보이기도 한다. 즉 입으로는 더없이 높여 신을 부르지만 실상은 자신이 필요할 때에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동화 속에 나오는 알라딘이 주운 요술램프의 요정을 노예로 부리고 싶어 하는 거나 진배없는 것으로 느껴진다.

물론 그런 잘못된 믿음은 현실에서 해결책으로 통하지 않는다. 그 단적인 예로 영화 중 신애(주인공)는 성경의 ‘내 원수를 사랑하라’란 신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자신의 아들을 납치, 살해한 범인을 찾아가 용서해주기로 마음먹고 교도서로 향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범인은 자신보다 더 평온한 얼굴을 하며 자신도 기독교에 귀의하여 신에게 벌써 용서를 받았다는 말을 건넨다.

이로써 신애는 자신이 용서하지도 않았는데 신이 먼저 용서함으로써 자신은 살인자를 용서할 권리를 박탈당한다. 자신이 믿던 신은 납득할 만한 심판의 기준이나 용서의 기준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에 딜레마를 경험하며 이는 곧 믿었던 신에 대하여 분노와 배신감을 품고 결국 신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영화는 오늘날의 기독교적 믿음의 한계를 묻고 있다. 아직도 세상 목사들은 살인죄가 신의 용서에 의해서 해결될 수 있다고 설교한다. 이 얼마나 성경에 무지하고 하나님과 마귀를 분별하지 못한 처사인가!

살인죄는 신의 용서에 의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살인죄를 저지르는 사람속의 마귀영을 제거해야 해결되는 것이다. 오늘날의 대부분 종교는 이러한 겉도는 믿음과 교리 위에 겉도는 신앙을 하고 있다.

기독교가 태동된지 벌써 2000년이 지났다고 한다. 그 정도면 없는 진리도 하나 쯤 생길 것 같은 긴 시간이지만 오늘날의 기독교에서 제시하는 궁여지책을 보고 있으면 역시 진리란 역사가 길다고 하여서 또 교단의 세력이 크다고 하여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칸의 거장들이 가치를 둔 부분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영화에서 제시한 삶의 근본, 곧 현실적인 해결책(진리)을 찾지 못했다면 승리제단으로 와서 묻길 바란다. 진리란 비신자들이 생각하기에 의외의 곳에서 발견될 수도 있다.*

김태무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