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도삼략 가운데 마지막 금운의 후보자 조희성님이 인도된 곳은 소래산과 노고산이 마주 바라보고 있는 곳, 밀실이라는 곳이었다.

이곳은 태초이래 천기(天機) 속에 감추어진 곳이었다. 격암유록 세론시(世論視)에 “草魚禾萊之山 天下名山 老姑相望 三神役活 (초어화래지산 천하명산 노고상망 삼신역할)” 草魚禾萊之山은 깨뜨려 놓은 글자로써 조합하면 蘇萊山(소래산)이다. 그러므로 위 문장을 해석하면 “소래산과 천하명산인 노고산이 서로 마주 바라보이는 곳에서 삼신(삼위일체 하나님)이 역할(역사)하시는 곳이다.”라는 뜻이다.

그 사이에 밀실이 있었다. 밀실(密室)에 대하여는 격암유록 말운론에 “隱居密室生活計 弓弓乙乙避難國 (은거밀실생활계 궁궁을을피난국) 밀실에 숨어 거하면서 (만민을) 살리는 계책을 세우는 弓弓乙乙(구세주 정도령)이 잠시 피난해 숨어 있는 곳.”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곳은 현재 인구가 백만명에 가까운 경기도 부천시의 경계 안에 있으며, 번화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지만 당시 자그마한 산 모퉁이만 돌아 들어가면 마치 속세와는 인연이 끊어진 첩첩산중같은 분위기가 금방 느껴지는 참으로 묘한 곳이었다. 虛虛實實(허허실실), 마귀의 입장에서 보면 가슴을 치며 통탄할 노릇이었다.

하나님이 마귀의 눈을 피해 우주권세를 빼앗을 구세주를 키워 출현시킨 비밀한 장소, 밀실이란 곳이 강원도 혹은 지리산 깊은 골짜기가 아니라 서울에서 불과 수십리 그리고 부천시 번화가에서 불과 몇 발자욱 떨어지지 않은 나지막한 두 산이 마주 보이는 곳이라니! 여기서 마귀에게 빼앗긴 우주권세를 도로 뺏는 구세주가 출현했다니! 참으로 기가 막혀 입이 수 백개라 해도 말이 나오지 않을 일이었다.

밀실에는 이미 홍업비 해와 이긴자에 의해서 전도된 30여명의 신앙의 형제들이 노동을 하며 기도생활을 하고 있었다. 밀실 사람들 가운데 몇 명의 남자들이 있었는데, 전봉국 집사라고 하는 분이 50세가 다 되어가는 조희성님보다 나이가 몇 세 위이고 대부분이 20대의 젊은이들이었다. 조희성님은 그 젊은이들과 똑같이 중노동에 돌입하였다.

한편 해와 이긴자라는 분은 사람의 마음을 마치 맑은 유리 속을 들여다 보듯이 꿰뚫어 보는 무서운 능력을 가지고 계시는 분이었다. 그리고 손을 펴 기운을 부으시면 그대로 은혜가 쏟아져 나가는 분이었다. 어느 때는 해가 쨍쨍하게 비치는 맑은 하늘을 향하여 우산을 쳐들고 뭐라고 소리치자 금새 하늘에 먹구름이 덮힘과 동시에 소나기가 쏟아져 내리는 것이었다. 또 누구든지 그 마음을 그대로 들여다보고 지적하시므로 해와 이긴자 앞에서는 꼼짝을 못하고 순종할 수밖에 없었다.

조희성님이 밀실에 들어오기 전에도 전도관에서 신앙이 좋다고 소문이 나 있던 송병철 관장, 석사집 전도사 그 밖에 여러사람들을 불러다가 이긴자로 키우는 작업을 하시었으나 모두가 힘든 연단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고 말았다. 그러나 사실상 그들은 이긴자 구세주가 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단지 해와 이긴자께서 이긴자를 키우는 연습대상임과 동시에 마귀를 속이는 연막작전이었다. 진짜 구세주 후보자는 아무나 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자유 하나님에 의해 조상 대대로의 핏줄기를 따라 혹독한 연단과 연단의 과정을 거쳐 철저하게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첫 번째 훈련은 순종이었다. 말씀과 명령에 대한 절대적 순종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전개될 모진 연단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느날 밤, 해와 이긴자는 사람을 시켜 잠자는 조희성님을 깨워 부르셨다. “저 아랫 마을에 가서 가마니 하나를 훔쳐오너라. 그런데 만일 주인에게 들키면 너는 지옥이야!” 하고 명령하시었다. 조희성님은 말씀이 떨어지자 그대로 아랫 마을로 향했다. 하늘 사람의 명령이었다. 질문도 의문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평생에 지푸라기 하나 남의 것을 훔쳐본 경험이 없었다. 마을에 내려가 남의 집 담을 넘었다. 들키면 결코 안된다. 가슴이 두근 거렸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 모퉁이 저 모퉁이를 돌아 보다가 가마니 하나를 발견하였다. 그 가마니를 소리없이 빼내어 옆구리에 끼고 다시 담을 넘어 밀실로 돌아왔다.

해와 이긴자 방문 앞에 와서 “가마니를 훔쳐 왔습니다.”라고 나직이 고하였다. 그러자 방문을 벌컥 열고 나오시는 해와 이긴자께서는 “이 도둑놈의 새끼야, 누가 가마니를 훔쳐오라고 했어? 당장 가서 그 자리에 그대로 가져다 두고 와, 만일 주인에게 들키면 너는 지옥이야!”라고 호통을 치시는 것이었다.

정신이 아찔하였다. 어느 세상에 이런 일이 있단 말인가? 이긴자라고 하는 분이 도둑질을 해 오라고 시킬 때는 언제이고, 식은 땀을 흘리며 겨우 훔쳐오니, 이제는 도둑놈이라고 몰아 세우다니! 그러나 조희성님은 하늘 사람의 명령에는 이유도 질문도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지금 당장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거기엔 어떤 깊은 뜻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희성님은 캄캄한 어두운 길을 더듬어 훔친 집을 찾아갔다. 훔칠 때도 힘들었지만 다시 담을 넘어 주인 모르게 그 자리에 가져다 놓고 나온다는 것은 더욱 힘이 들었다. 먼데서 개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희성님은 조심스럽게 담을 넘었다. 그리고 가마니를 그 자리에 놓고 다시 담을 넘어 왔다.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흘렀다. 다시 밀실로 돌아오기 위해 밤 이슬에 젖은 길을 더듬어 갔다. 조희성님은 다시 해와 이긴자 방문 앞에 와서 조용히 아뢰었다. “가마니를 제 자리에 가져다 놓고 왔습니다.” 그러자 방안에서 목소리만 들려왔다. “이 도둑놈의 새끼야, 다시는 도둑질 하지마!”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그리고 마음 속으로 “감사합니다.” 하고 자신의 방으로 발길을 옮겼다. (다음 호에 계속)*

김백두 승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