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는 생명체를 연구하는 생체학자나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의 눈으로 인간의 육체를 본다면 이것은 마치 돌밭에 던지면 그 순간 박살이 나버리는 얇은 유리잔처럼 자칫하면 깨지기 쉬운 허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귀는 우주를 만들고 우주를 움직이는 중심센타인 인간 속에 숨어서 우주를 경영해 오고 있었다. 우주 가운데 가장 강한 마귀가 인간 속에 있다면 항상 같은 비율로 하나님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에 우주 가운데 가장 핵심되는 하나님 역시 인간 속에 존재할 수 밖에 없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인간을 지배하는 쪽이 우주의 주도권을 쥘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마귀는 어찌해서 자신의 거점인 인간의 육체를 깨지기 쉬운 얇은 유리잔처럼 약하게 만들었을까? 마귀는 태초에 삼위일체 세 분 하나님 가운데 사로잡히지 않은 자유 하나님의 역습을 잠시도 방심하지 않고 염두에 두고 있었다. 만일 자유 하나님이 어떤 한 인간 속에 숨어 들어와 역사하는 수상한 낌새가 보이면 그 순간 그 육신을 쉽게 부숴버릴 수 있게 준비해 두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 육체의 신경구조를 통하여 고통을 느끼게 하고 그 고통의 울타리를 겹겹이 만들어 둠으로써 인간의 인내력으로는 결코 그 고통의 울타리를 넘을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이처럼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 속에서 마귀를 이겨야 하므로 자유 하나님은 깨지기 쉬운 유리잔 같은 인간을 오랜 시간의 연단을 통하여 강철보다 더 더욱 강한 존재로 만들지 않는다면 결코 마귀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아시게 되었다. 이것은 거의 불가능한 숙제였다. 그러나 자유 하나님은 억만분의 일의 확률일지라도 도전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자유 하나님은 나름대로의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마귀의 비밀인 우주감옥의 구조와 운용원리 그리고 미래의 모든 계획을 완벽하게 간파했다는 사실이다. 자유 하나님은 마귀의 눈을 피해 가면서 육천년의 긴 세월 동안, 그 중에서도 야곱의 12지파 가운데 단지파의 핏줄기를 따라 연단의 피를 다듬어 오셨던 것이다. 마침내 마지막 인물 조희성님에 이르러 그 출생 순간부터 가혹한 연단은 지속되었다.

이제 우주의 주도권을 놓고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있을 수 없는 오직 한 번 주어진 기회이며 싸움인 최후의 결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목전에 다가 온 그 최후의 결전을 앞에 두고 마지막 담금질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인류 역사 속에서 그 누구도 가본 길이 아닌,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아니 마귀가 만들어 놓은 인간이라는 구조를 가지고서는 아예 불가능한 도전이며 담금질이었다.

물 한 모금 마시지 않는 30일의 금식기도 14번

흔히 기독교의 목사나 기타 종교의 수행자들이 금식기도를 한다 하면 대부분이 물이나 쥬스를 마시면서 금식기도를 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육체라는 것은 남자의 경우 7일, 여자의 경우 10일 동안만 물을 마시지 않으면 그 목숨을 지탱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조희성님에게 명하신 것은 30일을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금식하며 오로지 하나님께 모든 정신을 집중시키라는 것이었다.

이미 40여 평생 신앙생활을 해오면서 10일씩 금식기도 하는 것은 떡먹듯이 해온 연단이었다. 그러나 30일씩 물 한 모금 먹지 않고 견딘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에 시도해 보려는 마음조차 먹어 본 일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명령이라면 언제든지 생명 자체를 희생제물로 던지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명령이 떨어지는 즉시 조용한 장소를 선택하여 전대미문의 물 한 모금없는 30일 금식기도에 들어 갔다.

하나님께 모든 마음을 집중시키려 하자 조희성님의 피 속에 6천년 동안 쌓여져 왔던 마귀의 피가 온갖 잡생각을  일으켜 하나님께 집중하려는 마음을 흐트려 놓으려 공격해 왔다. 그럴 때마다 그 방해하는 마귀의 공격을 부숴버리며 오로지 하나님께 생명전체를 희생제물로 드리겠다는 마음으로 집중해 나아갔다. 밤이 되는가 하면 낮이 되고, 낮인가 하면 또 밤이 되며 생명을 던진 금식기도가 진행되었다. 이 장벽을 넘지 못한다면 마귀와의 최후 싸움은 해보나 마나 이길 수 없다는 것을 하나님은 계산하셨기 때문에 기어코 넘어야 하는 장벽이었다.

물 한 모금없이 인간의 육체로써 견딜 수 있는 한계, 7일이 지나가고 10일이 지나갔다. 15일이 지나면서 조희성님의 생명은 기름이 다 말라버린 등잔불처럼 기운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 기도를 지금 당장 중지하지 않는다면 너는 죽고만다. 그만 일어서라’ 머릿 속에서 마귀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크게 들렸다. 그러나 비록 목숨이 끊어진다 해도 하나님과 약속한 기한은 지켜야 한다는 또 다른 내면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대로 지속해 나아갔다. 생명을 던지겠다는 각오 앞에 마귀의 유혹은 지나가는 바람소리에 불과했다.

모든 마귀의 유혹을 이기고 그리고 생명의 불꽃이 이제 막 스러져가는 순간, 입을 통하여 말로 할 수 없이 달콤하고 시원한 하나님의 생명의 만나가 들어오기 시작하였고 마침내 30일이 되었다. 기어코 인간의 육체를 가지고 도저히 해 낼 수 없는 고지를 점령하고야 만 것이다. 그러나 다음의 더욱 어려운 고지를 정복하기 위해서는 물 한 모금없는 30일 금식기도를 12회나 더 반복해야 했다. 참으로 철두철미한 하나님이었다.

열 세 번째는 자갈을 깔아 놓고 그 위에 반바지의 맨살로 무릎을 꿇고 하는 금식기도가 진행되었다. 자갈위에 무릎을 꿇는 즉시 한 순간도 머물러 있기 힘든, 비명이 저절로 나오는 통증이 정강이뼈 속으로 전해져 왔다. 그러나 터져 나오는 비명을 어금니로 짓 깨물고 온 몸을 부르르 떨면서도 오로지 하나님께 마음을 집중해 나아가니 그처럼 엄청난 통증도 감각 저편으로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하나님도 감동한 유리위의 30일

마지막 열 네 번째는 유리병을 깨서 예리한 유리병 조각들이 칼날처럼 서있는, 그 위에 반바지 맨살을 깔고 앉아 30일을 견뎌야 하는 금식기도였다. 무릎을 꿇자 예리한 유리 끝이 살을 베고 정강이 뼈 속으로 엄청난 통증을 수반하며 파고 들어왔다. 동시에 크고 작은 혈관들이 잘리면서 붉은 피가 솟아 나와 바닥을 적시며 흘러 내려 갔다. 이대로 간다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죽음의 공포가 밀려왔다. 그러나 비록 죽는다 할지라도 하나님의 명령이며, 또한 하나님과의 약속이었다. 살고 싶다는 애착이 억만분의 일이라도 있었다면 시작도 할 수 없는, 언듯 보면 무모하고 미친 행위였다. 엄청난 고통과 죽음의 공포, 그 동안 열 세 번의 기도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나님, 이 생명은 원래 하나님의 소유입니다. 이 생명을 하나님께 반납하오니 하나님 뜻대로 하시옵소서’ 마귀가 주는 온갖 유혹과 공포의 공격들을 짓밟아버리고 오로지 생명 전체를 하나님께 맡기고 하나님께 마음을 집중해 나아갔다.

그것은 마치 강궁(强弓)을 떠난 화살이 표적을 향해 날아가 꽂히듯, 쇠를 자르는 한 줄기 강력한 레이저 빛 줄기처럼 조희성님의 마음은 유리가 뼈 속에 박히면서 느껴지는 통증, 죽음의 공포, 생명에 대한 실오라기 만한 애착 그 모든 것들을 뿌리치고 오직 하나님께 꽂혀버렸다. 밤이 되고 낮이 되며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지만 조희성님의 마음 속엔 이미 영원으로 통하는 정지된 시간만이 있을 뿐이었다.* (다음호에 계속)       

김백두 승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