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의 이해

저주의 신의 사주를 받아 움직이는 유년의 예수, 티벳으로 가서

<이사>라는 불명(佛名)으로 활동하는 청소년기의 예수,  그리고

30세에 본국으로 돌아와서 거룩한 시온의 아들로 환대를 받는

예수, 그 어느 쪽이 예수의 실체인가는 지혜 있는 자만 알 것이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도마의 <도마복음>은 전혀 상상조차 못한 예수의 유년기의 행적들을 기록하고 있어서 우리를 놀라게 하고 혼란에 빠뜨린다. 그런데 그 놀라움은 경외심이나 찬탄과 같은 순수한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경악에 가까운 두려움이 깃들어 있다. 그러한 두려움은 분명 성스러움(성령)과는 다른 것이다.

… 이렇게 하여 *그를 비난하던 자는 소경이 되었다. 이것을 본 자가 크게 두려워하고 또 무엇에 홀린 듯이 마음이 혼미하여 ‘그의 말하는 것은 선악 간에 모두 한마디 한마디 사실로 나타나고 경이가 되었다.’고 평했다. 예수께서 이같이 하신 것을 볼 때 요셉이 섰다가 그의 귀를 아프게 잡아다녔다. *아기가 크게 성내어 저에게 말씀하시되 ‘당신의 하시는 짓은 틀림없이 지혜 있는 일은 아닙니다. 당신은 내가 당신의 아이인줄 모르십니까. 나를 번거럽게 마시오.’ 하셨다.(제5)(*그=*아기=예수)

위는 자식과 어버이 간의 통상적인 교류의 모습과는 크게 차이가 있다. 자신의 귀를 잡아당긴 의붓아버지 요셉을 향하여 예수는 아기답게 울음을 터트리는 것이 아니라 거칠게 화를 내고 있다. 아기는 아버지에게 조금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고 싸늘하게 대응한다. ‘나를 번거럽게 마시오’라고.

… 사가랴라고 이름 하는 한 교사가 어떤 곳에 서 있다가 예수께서 그 부친에게 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들로서 이렇게 하는 말씨에 크게 놀랐다. 저가 수일 후에 요셉에게 와서 … ‘내가 저에게 글을 가르치는 동시에 모든 지식을 가르쳐 어떻게 웃사람에게 대하여, 조상과 열조에 대하여 존경할 것인가 또 어떻게 *동배를 사랑할 것인가를 가르치겠오’ 했다. *그는 알파 α부터 오메가 Ω까지 모두 분명하게 또 정확하게 하시는 터라. 사가랴 교사를 바라보다가 말씀하시기를 ‘당신은 A의 성질을 모르는데 어떻게 B를 가르칠 수 있겠는가. 당신 위선자여, 만일 당신이 이것을 안다면 먼저 A를 가르치라. 그러면 우리가 B에 대하여 당신을 믿겠노라’(제6)(*동배=동년배  *그=예수)  

사가랴는 예수가 그 아버지 요셉에게 화를 내는 것을 보고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예수를 가르치고자 했다. 사가랴의 직업은   *랍비라 당연히 불효막심한 예수를 꾸짖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예수는 사가랴에게조차 존경심을 표하기는커녕 ‘위선자’라고 대놓고 질타를 퍼붓는다. 다섯 살짜리 소년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또 아버지와 동년배인 교사에게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는지 상상하기 힘들다. 예수의 훈육을 책임지려 하다가 오히려 개망신만 당한 사가랴는 이렇게 탄식한다.(*랍비=결혼한 유태인 교사)

‘형제 요셉이여, 비노니 그를 데리고 가라. 내가 그의 위엄 있는 눈빛에 견디지 못 하겠도다. 나는 그의 뜻을 조금도 해득할 수가 없다. 이 아기는 땅에 속한 것이 아니오 불까지도 복종시킬 수 있을 것이다. 확실히 그는 이 세상이 창조되기 이전에 태어난 것이다… 내 마음은 수치로 충만했다. 그것은 나는 늙은이인데 어린아이에게 졌기 때문이다. 이 아이 까닭에 내게는 낙담과 죽음 외에 아무 것도 있지 않다. 내가 이제 무슨 얼굴로 이 아기를 대하리. 사람들은 내가 한 어린아이에게 진 것을 말한다면 내가 무어라 대답하랴 … 요셉이여 원하노니 그를 데리고 가라. 그는 얼마나 위대한 인물인가. 하나님이신가. 천사인가. 그렇지 않다면 무엇인가. 나는 알지 못하겠노라(제7)

어린 예수에게서 랍비 사가랴가 느끼는 혼란과 두려움은 죽음까지 생각할 정도로 컸다. 사가랴가 하는 말 ‘하나님이신가, 천사인가, 그렇지 않다면 무엇인가’가 주는 뉘앙스는 결코 밝은 것이 아니다. 자조(自嘲)하는 사가랴는 예수를 하나님이나 천사로 확신하지는 않는 듯하다. 그의 ‘그 무엇’이라고 표현은 하나님이나 천사와 대치되는 개념 즉 ‘악마’일 가능성이 있다.

사가랴는 예수를 두고 ‘확실히 그는 이 세상이 창조되기 이전에 태어난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당시 유대인들의 신앙관으로는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것으로 사가랴가 말한 ‘창조 이전의 존재’라는 것은 하나님이 아닌, 하나님을 대적하는 ‘사탄’이라고 이해할  수가 있다.

오늘날에도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고 마귀조차도 하나님이 창조한 천사 중에서 타락한 자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창세기를 깊이 통찰해 보면 이와는 정반대의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성경 창세기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1:1)’라 했지만 이와 의미가 다른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신은 수면에 운행하시니라(1:2)’의 구절도 있다. 과연 어느 구절을 믿어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하나님의 말씀은 짝이 있다’고 한 이사야선지자의 성경해석법을 참조해야 하지만 지면관계상 여기서 논할 수는 없다.

2절에 의한즉 *흑암과 하나님의 신은 누가 앞서거나 뒤쳐짐이 없이 동시대에 공존했던 것이다. 사가랴가 의구심을 갖는 예수의 실존, 그것은 바로 창조 이전부터 하나님과 공존한 사탄, 다시 말해서 타락한 천사가 아니라 태초 이전부터 하나님과 공존하며 하나님을 대적한 존재임을 알 수 있다.(*흑암=마귀, 사탄)

그런데 예수에 대한 사가랴의 두려움 원천, 그것은 이어지는 제8에서 예수 스스로가 밝히고 있으니 아이러니컬하다. 예수는 자신이 하늘에서 내려왔고 하늘에 있는 *저주의 신에게서 사주를 받고 있음을 드러내며 한껏 자신의 존재감을 드높인다.(*저주의 신=악령, 사탄)

여기서 우리는 ‘하늘’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경은 하늘에 악한 영들이 있다고 적고 있다(에베소서6:12). 또한 ‘공중’이라고 표현되었으나 ‘하늘’과 같은 의미로 쓰인 다른 구절에도 ‘공중의 권세 잡은 자 곧 불순종의 아들들(에베소서2:2)’이라고 하였다. 예수가 자신을 ‘하늘의 저주의 신’이라고 했으니 예수는 불순종의 아들, 곧 악령을 받은 자임이 분명하다.

… 유대인들이 사가랴를 위로하고 있자니 예수께서 높은 소리로 웃으시며 ‘이제야말로 당신의 지식에 결실하게 하여 마음의 소경인 눈을 뜨시오. 나는 하늘로서 내려와 이곳에 있오. 이는 저희를 저주하고 저희를 불러 하늘에 계신 이에게 이르게 하려 함이요. 당신네를 위하여 나를 보내신 이가 이것을 내게 명하신 것이오.’ 라 하셨다. … 이 뒤로는 그에게 저주를 받아 불구자가 되지 않으려고 감히 그에게 노엽게 하는 자가 없었다(제8)

요셉은 예수가 까막눈(문맹)이 될까봐 두려워하여 어떻게든 교육을 받게 하려고 했다. 사가랴를 망신 준 예수는 아버지 요셉에 이끌려 또 다른 랍비에게 가게 된다. 그러나 예수는 또다시 랍비를 모욕하는 언행을 서슴지 않고 있다.

… 예수께서 교사에게 ‘내게 A란 글자의 힘을 말하시오. 그러면 내가 당신에게 B의 힘을 말하리다’ 하셨다. 교사가 그 소리를 듣고 크게 성내어 그의 머리를 때렸다. 아기가 아픔을 당하고 저를 저주하시니 저가 당장에 실신하여 땅에 넘어졌다. 아기는 요셉의 집으로 돌아갔다. 요셉이 걱정이 되어 그의 모친에게 명하기를 ‘이 아기를 밖에 내보내지 말라. 저를 성내게 하는 자는 다 죽이기 때문이다’ 했다. … (제14)

복음서의 전편을 통해서 어린 예수는 기이하고 돌발적인 행동들을 계속하는바 여기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저주’다. 예수는 줄곧 화를 내고 저주를 퍼붓는다. 그의 저주를 받은 상대들은 눈이 멀거나 소경이 되거나 죽는다.  

저주의 신의 사주를 받아 움직이는 유년의 예수, 티벳으로 가서 <이사>라는 불명(佛名)으로 활동하는 청소년기의 예수, 그리고 30세에 본국으로 돌아와서 거룩한 시온의 아들로 환대를 받는 예수, 그 어느 쪽이 예수의 실체인가는 지혜 있는 자만 알 것이다.*(끝)   이근숙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