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로 열심히 무언가를 적어내려가다 ‘뚝' 하고 심이 부러져버렸습니다. 꾹꾹 눌러봐도 비어 있는 공간 속에 겉도는 느낌. 볼펜으로는 적을 수가 없는데 샤프심은 눈에 띄질 않습니다.

연필이라도 없나싶어 평소에 잘 쓰지않던 책상 서랍 속까지 구석구석 뒤적거립니다. 서랍 안쪽에서 무더기로 나오는 연필들. 손에 닿는 느낌이 낯설지만 마음 속으로는 ‘몇 년만에 써보는 연필이냐' 싶어 피식 웃음도 납니다.

연필 자체에 묵직한 무게감은 없지만 종이에 닿는 느낌은 훨씬 깊고 야무집니다. 한참을 사용하니 둥글둥글해져버린 연필심. 쓰려면 깎아야 하는 귀찮음이 따르지만 그 수고로움이 어린시절 놀이같기만 합니다. 날카로운 칼로 둘레를 조금씩 깎아내려가니 단단한 연필심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뾰족하게 드러난 연필심이 마치 사람 속 깊은 곳의, 겉으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마음같아 보입니다.

분명한 글씨는 쓰기 위해서는 숨어있는 연필심이 드러나야 하듯, 내 자신 속의 본래의 속마음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겹겹이 둘러싸여 있는 마음의 껍질들을 깎아내 버려야할 듯 싶습니다. 그것이 때로는 순간순간 귀찮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도려내어지는 아픔이 있을지라도 말입니다.*   정문이 기자

이 달의 퀴즈

하나님 회복의 역사는 어떻게 진행됩니까?

①   선천 → 후천   ②   선천  → 중천  → 후천  ③   선천  → 후천  → 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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