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의 가구를 옮기며 벽면을 부딪혔더니 얇은 벽지에 이내 상처가 나버렸습니다. 찢어진 낡은 벽지가 자꾸만 눈에 밟혀 결국 보관해두던 여분의 벽지를 꺼내었습니다.

손과 눈으로 적당히 가늠하며 위아래 길이를 재던 중 왠지 끝마감이 엉성할 듯 싶어 줄자로 다시 재어봅니다. 나름대로 정확할 거라 안심하고 새 벽지로 상처난 벽을 덮었습니다. 숙련된 솜씨는 아니어도 나름 흡족해 하며 주섬주섬 꺼내었던 도구들을 챙겨넣습니다.

오랜만에 꺼내 쓴 줄자를 보니 무언가를 ‘잰다'는 말이 다시금 떠오릅니다. 정확한 길이를 재는 것은 무게를 가늠하는 것 만큼이나 자주 쓰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른이 되면 사물의 ‘길이'만이 아니라 사람을 대할 때나 일을 할 때도 재기 시작합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물론 속마음까지도 ‘나만의 줄자'로 열심히 잽니다.

재잘거리는 어린 꼬마들의 키재기 놀이와는 달리 남을 의식하며 이리저리 잰 후에는 자신이 잰 것이 정확하다고 생각해버립니다.

그런데 막상 내 마음의 줄자는 어떤 모양새인지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잠시 ‘재는 것'을 쉬고 내가 쓰던 줄자가 어떤 모양새를 가지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것. 어쩌면 가장 필요한 ‘재어보기'인지도 모릅니다.*   정문이 기자

이 달의 퀴즈

‘하나님의 말씀은 짝이 있다’는 말로 성경 해석법을 제시한 선지자는 누구입니까?

①   다니엘   ②   요엘   ③   이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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