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종파나 파벌간의 격렬한 정치적, 종교적 대립에 따라

포함되고 제외되었으며 또한 오래된 것에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서 연대미상,

작자미상의 것에 위대한 인물들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까지 숱하게 발생했다

투쟁과 살육과 음모로 가득 찬 초기 기독교의 발달사는 후일 중세 십자군전쟁과 마녀재판으로 이어지며 유일신의 이름으로 수많은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다. 그러한 기독교의 성경은 제목 그대로의 성경(성스러운 책)이 아니었으니 성경은 종파나 파벌간의 격렬한 정치적, 종교적 대립에 따라 임의로 포함되고 제외되었으며 또한 오래된 것에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서 연대미상, 작자미상의 것에 위대한 인물들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까지 숱하게 발생했다.

<야고보복음서>에는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에 대한 기록이 있는데 미심쩍은 대목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마리아는 요아김과 안나 사이에서 나실인(성전에 바치기로 서원하여 낳은 자식)으로 태어났으며 세 살 때 대제사장 사갸랴에게 바쳐진다. 사갸랴에게는 자식이 없었으므로 후일 그의 아내 엘리사벳의 몸에서 요한이 태어나기 전까지 마리아는 성전 안에서 친자 이상의 사랑을 받으며 키워진다. 야고보복음 8장은 마리아의 부모가 세 살 된 마리아를 성전으로 데려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마리아는 주의 성전에 있어서 마치 거기 사는 비둘기같이 또 천사의 손에서 먹을 것을 받고 있었다. 이렇게 하여 마리아가 열네 살이 되매 제사장들이 회의를 열고 ‘보라. 마리아가 주의 성전에서 열네 살이 되었다. 저가 주의 성소를 더럽히지 않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하고 대제사장에게 ‘당신은 주의 제단 곁에 섰는 자니 성소 안에 들어가 저에 대하여 기도하라. 무엇이고 주께서 당신에게 보여주시는 것은 우리가 하겠노라’ 했다…

주의 성전 속에서 비둘기와 천사와 교류했다 하였으니 마리아는 세속과의 교류는 거의 없었다고 하겠다. 다시 말해서 마리아는 전혀 세속에 오염되지 않은 영혼이었다. 그런 그녀와 관련하여 느닷없이 ‘주의 성소를 더럽히지 않게’라고 말하는 그 의미는 무엇인가. 여기에서 우리는 본 복음서 11장의 내용을 관련시켜 기록을 생략 또는 고의적으로 누락한 부분을 찾아낼 수 있다.

어느 하루 마리아는 물병을 가지고 물을 길러 나간다. 이때 보라. 소리가 있어 ‘축하 한다. 너 하나님의 은총을 입은 자여,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 너는 여인 중에 행복한 자로다’ 하는 것이다. 마리아에게 이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BBC기자들이 쓴 <성혈과 성배, THE HOLY BLOOD AND THE HOLY GRAIL>, <숨겨진성서>, <너희는 예수를 누구라 하느냐> 등의 서적을 종합해보면 마리아가 로마군인 판텔라에게 강간을 당하여 예수를 낳은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아마도 마리아가 물병을 가지고 물을 길러 나간 그날의 일이 아닐까. 그런데 마리아는 겨우 열네 살의 어린 나이로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는 소녀였다. 그런 소녀에게 난생 처음 닥친 사건, 그녀는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을 것이다.

몸을 겨우 추스르고 돌아온 그녀의 모습을 본 대제사장 사갸랴는 과연 어떤 심정이었을까. 자신이 당한 일의 의미도 제대로 모르는 어린 소녀, 비록 자신의 친자는 아니었지만 친자 이상으로 십여 년간 애지중지 키워온 마리아를 당시의 사회풍습대로 돌에 맞아 죽게 할 수는 도저히 없었을 것이다.(간음한 여인을 돌로 쳐서 죽이는 것은 당시 유대의 풍습이었다) 사갸랴는 그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고귀한 대제사장의 직분을 십분 이용했을 것이다.

…대제사장이 열두개의 방울과 옷을 가지고 지성소로 들어가 그 여아에 대하여 기도했다. 그러자 보라 주의 사자가 저의 곁에 서서 저에게 말하기를 ‘사갸랴야 사갸랴야, 여기를 나가 백성 중에서 홀아비를 불러 모아 저희들로 각자 지팡이 하나씩을 가지고 오게 하여 그 중에서 누구에게든지 주의 징조를 보여 주시는 자야말로 마리아를 아내로 삼게 하라’ 했다…

위의 기록을 실제 있었던 사실을 그대로 적은 것으로 볼 수 없는 것은 마리아의 아들이자 예수의 친동생인 야고보가 자기의 가족사를 미화했을 것임은 당연시 되기 때문이다. 마리아의 출생에 대해서나 사갸랴에 대해서 야로보로서는 직접 겪은 일이 아니기에 알 수가 없었으며 사갸랴는  복음서가 기록되기 훨씬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난 것이다. 야고보로서는 사갸랴의 심중은 물론 일상조차도 제대로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요셉이 마지막으로 지팡이를 받자 보라 한 마리의 비둘기가 그 지팡이에서 나와 요셉의 머리 위로 날고 있었다. 제사장이 요셉에게 ‘그대는 제비로 주의 처녀를 취하여 그대의 것으로 하라고 택하심을 입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셉은 사양하여 말하기를 ‘내게는 자식들이 있고 또 나는 늙었고 저는 소녀이니 우리 이스라엘 아들들의 웃음꺼리가 될까 두려워한다’ 했다. 제사장이 ‘주이신 네 하나님을 두려워하라. 다만 또 아비람 그리고 고라에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 저희가 반항했음으로 땅이 입을 열어 저희를 삼키지 않았느냐. 요셉아 이와 같은 일이 너의 집에서 생길까 두려워하라’ 요셉이 무서워 마리아를 취하여 자기 것으로 하고.…(이상 9장)

위는 제사장들이 마리아를 홀아비인 목수 요셉에게 억지로 떠맡기듯 하는 대목이다.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 나이 많은 홀아비이고 목수인 요셉에게 아리따운 소녀를 넘기는 것일까(당시에도 목수는 천한 직업에 속했다). 이 대목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강간을 당한 마리아를 순진하다 못해 어리석은 요셉에게 떠넘기고 당분간 그녀를 넘보지 못하게 으름장을 놓은 후 그녀의 배가 불러오게 되면 ‘성령으로 임신’ 운운하려고 한 것은  사갸랴의 당연한 계책이었을 것이다.

…저가 말하기를 ‘마리아여 네가 때때로 웃고 때로는 근심하는 것을 보겠으니 무슨 까닭인가’ 마리아가 요셉에게 ‘내 눈에 두 가지 사람이 보이는 까닭이니 하나는 슬퍼 탄식하고 다른 하나는 기뻐 뛰고 있다’고 대답했다. …요셉이 그를 나귀에게서 내려놓고 ‘내가 너를 어디로 데리고 가서 네 수치를 감출 것인가 여기는 광야구나’ 했다…(이상 17장)

어린 나이에 상상하기 힘든 고초를 겪은 마리아는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이상현상도 견디기 힘든데 사갸랴에 의해 이리저리로 조종당하면서-사갸랴는 마리아에게 임신을 숨기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말하라고 지시했을 것이다-어쩌면 헛것을 보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요셉의 눈에 비친 마리아는 때때로 웃고 때때로 탄식하는 넋이 나간 사람으로 비쳐졌을 것이다.

…마리아는 어린아이들을 죽인다는 소문을 듣고 두려워서 아기를 피륙으로 싸 말구유에 두었다. 엘리사벳은 관인이 요한을 찾는다는 소리를 듣고 저를 데리고 산으로 가서 숨을 만한 곳을 찾았으나 얻지 못하매…(이상 22장)

…헤롯이 요한을 찾아 관인을 사갸랴에게 보내서 말하기를 ‘네 아이를 어디에 감추었느냐’ 저가 대답하여 말하되 ‘나는 성사에 섬기는 하나님의 종이어서 항상 하나님의 성전에 있으므로 우리 아이가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한다’ 했다. 관인이 가서 이대로 헤롯에게 고하니 헤롯이 노하여 ‘그 아이에게는 이스라엘의 왕이 될 운이 있다’ 하고 다시 사자를 사갸랴에게 보내어 ‘네 아이는 어디 있느냐 진정을 자백하라 네 생명은 내 손안에 있는 것을 모르느냐’ 했다. … 이렇게 해서 사갸랴는 날이 밝아오는 무렵에 죽임을 당하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저가 살해된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이상 23장)

예수뿐만 아니라 사갸랴의 아들 요한도 출생 시 이스라엘의 왕이 될 운명을 지닌 것으로 여러 외경에 기록되어 있다. 어쨌든 예수는 니케아공의회에서 신으로 추대되었고 그의 신성화를 위해서는 마리아 또한 출생부터 비범한 것으로 꾸미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계속)*   이근숙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