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로의 도를 구하던 달마는 갔어도 그의 염원은 이루어져

‘동쪽’에서 나투신 생미륵불이 일자진법으로 중생을 구제하시고 계셔

‘달마가 인도에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동쪽으로 온 것은 감로를 얻고자 온 것이었다’ 이렇게 전제할 때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달마는 ‘일자진법(一字眞法)의 진수를 온전히 갖추지 못했다’가 된다. 달마가 감로(甘露)의 도를 얻고자 동쪽으로 왔지만 목적지가 되는 계림국(鷄林國: 계두왕이 다스리던 신라)에 오지 못하고, 중국까지 왔다가 다섯 번의 독살을 법력으로 물리치고 여섯 번째 때에 독극물을 허락하고 웅이산(熊耳山)에 매장됐다.

무덤에 장사된 지 삼년 째 되던 해에 달마는 짚신 한 짝을 지팡이에 꿰어 어깨에 메고 인도로 되돌아갔는데, 마침 위나라 사신 송운(宋雲)이 서역에 갔다가 오는 귀국길에 달마대사를 총령(蔥嶺, 파미르고원)에서 만났다. 송운이 ‘대사께서 어디로 가십니까’ 하고 묻자 달마대사는 ‘서천으로 간다’ 하고 이어서 ‘네 임금은 이미 죽었다’고 한다. 송운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대사와 헤어져 왕궁으로 돌아와 복명하였을 때, 명제는 이미 죽었고 효장왕이 즉위한 후였다. 송운이 그 사실을 모두 아뢰자, 왕이 대사의 묘를 파보도록 하였는데, 그의 빈 관엔 나머지 짚신 한 짝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양 무제(梁 武帝)는 달마를 기리기 위해 위나라 국경을 넘어와 보리달마대사송(菩提達摩大師頌)을 인각한 석비와 묘탑을 웅이산 기슭에 세웠다.

한국은 일자진법을 설하는 천부경 81자가 있는 곳이며, 감로의 도를 들고 나오는 생미륵불이 출현하는 장소이다(증일아함경49卷 비상품49). 또한 오엽화(잎이 다섯인 무궁화)는 한민족이 사랑하는 꽃으로 영생을 상징한다. 달마가 혜가에게 의발과 법을 전하며 읊은 아래 게송을 살펴보면 무궁화가 피는 나라에서 불생불멸의 도가 완결됨을 암시함을 이해할 수 있다. 「傳法救迷情(전법구미정): 법을 전하여 중생을 구제하려 함이니 一花開五葉(일화개오엽): 하나의 꽃에 다섯 잎이 피어서 結果自然成(결과자연성): 열매는 자연히 이루리라」

웬만한 사찰이라면 벽면에 『혜가단비도慧可斷臂圖』가 그려져 있는데, 여기에 얽힌 이야기 속에 달마가 진정으로 구하고자 했던 도가 무엇인지 숨겨져 있다. 숭산 소림사에 있는 동굴에서 9년째 면벽참선을 하던 달마에게 신광(神光)이라는 승려가 찾아와서 함박눈을 맞으면서 서 있었다. 신광 승려는 밤새 눈이 내려 허리춤까지 수북이 쌓여도 꼼짝하지 않았다. 신광의 정성이 전달되었는지, 새벽녘에 달마대사는 벽을 그대로 응시한 채 말하기를,

“네가 눈 속에서 그토록 오래 서 있으니, 무엇을 구하고자 함이냐?"

“바라건대 대사께서는 감로(甘露)의 문을 여시어 어리석은 중생을 제도해 주소서."

〈감로만이 중생을 구할 수 있다〉는 불교의 진수를 신광 승려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달마는 대견스럽게 여겼다. 그리하여 달마 자신은 마음속으로 신광을 제자로 삼기로 하고 구도(求道)의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제일 먼저 행할 마음자세가 좌방을 끊는 일이라고 아래와 같이 일갈한다.

“부처님의 위없는 도는 오랜 겁 동안을 부지런히 정진하며, 행하기 어려운 일을 능히 행하고 참기 어려운 일을 능히 참아야 얻을 수 있다. 그러하거늘 너는 아주 작은 공덕과 하잘 것 없는 지혜와 경솔하고 교만한 마음을 지니고 있으면서 참다운 법을 바라는가? 모두 헛수고일 뿐이다. 정도(正道)를 얻고자 하면 먼저 좌방(左旁)을 끊어야 하느니라.”[좌방左旁: 좌도방문의 줄임말로 72種의 左道와 3천6백의 旁門이 있음]

신광은 ‘좌방左旁’이라는 말을 왼쪽 팔을 뜻하는 ‘좌방左膀’인 줄 잘못 알아듣고 지체하지 않고 칼을 뽑아서 순식간에 자신의 팔뚝을 잘랐다. 신광 승려는 유교와 불교 그리고 도교에 이르기까지 박학다식하였다. 그러나 경전 공부와 설법에만 집착하고 부처님의 심인(心印)과 심법(心法)과 같은 마음법에 의한 수양은 제대로 쌓지 않은 상태였다. 신광은 언젠가 낙양의 향산사(香山寺)에서 달마와 겨룬 선문답에서 완패하자, 그는 지적 자존심 때문에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손에 들고 있던 철재 염주로 달마의 얼굴을 내리쳤는데 달마의 앞니 두개가 부러졌던 것이다.

수년 전에 이러한 일로 신광은 죄책감으로 몹시 후회를 하고 있던 차에 팔뚝을 잘라 업보(業報)에 대한 참회로 실천하였다. 그러나 달마는 달마대로 신광 승려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잡다한 지식과 마음 밖에서 도를 구하려는 욕망을 버려라는 뜻에서 ‘좌방左旁을 끊어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런데 신광이 구도의 열정을 입증하기 위해 스스로 왼쪽 팔뚝을 잘랐다고 해서 달마가 자신의 제자로 삼은 것이 아니었다. 감로의 도를 얻고자 하는 달마대사 자신의 뜻과 같았기 때문에, 신광(神光)에게 혜가(慧可)라는 새 이름을 지어주고 선종(禪宗)의 2대 조사로 삼았던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500년 전, 선종의 창시자인 보리달마의 행적은 오늘날 감로를 내리시어 중생들의 죄를 사해주는 생미륵불의 일대기를 그대로 닮은꼴로 비춘 예고편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달마대사가 신광을 전도하면서 쇠로 만든 염주에 얻어맞아 앞니 두 개가 부러진 적이 있는데, 생미륵부처님도 도를 전하다가 세차게 들이받는 상대방의 머리에 얼굴이 강타당하고 앞니가 부러졌던 것이다.

생미륵부처님은 이빨을 부러뜨린 중년 남자가 술 취한 상태에 있었다고 둘러댐으로 그 상대방의 잘못을 부처님의 자비로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평소 생미륵부처님의 말씀 가운데, ‘전도를 해도 술 취한 사람이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리면 그것이 둘러댄 말씀이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또 혜가단비(慧可斷臂: 팔을 잘라 도를 구함)에 상응하는 것으로써 생미륵부처님께서 30일씩 14번을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행한 금식기도가 그것이다. 마지막 열네 번째에는 바닥에 유리병을 깨고 칼날 같은 유리 위에 맨살을 드러낸 채 무릎을 꿇었다. 피가 낭자하게 흘렸지만 순간 일어나는 두려운 마음을 떨쳐 버리고 일체 움직임이 없는 기도로 몰입하니 자연히 피가 응고된 채 30일을 뜬눈으로 견디어냈다. 그 다음 연단과정에서 ‘나’라는 주체의식이 마구니라는 것을 깨닫고 철저한 반대생활을 함으로써 나를 이기고 성불한 부처님이 되셨다. 그때부터 생미륵부처님의 출현 소식을 알리는 우담화가 처음에는 절에서 발견되더니 이제는 삼천리금수강산 방방곡곡에서 발견되고 있다.

끝으로 달마가 동쪽으로 온 까닭은 감로의 도를 얻어 일자진법(一字眞法)의 이치를 깨우치려 했던 것인데, 그 일자진법이 생미륵부처님으로부터 나왔다. 누구든지 내 몸처럼 여기면, 인류가 하나가 되어 평화의 세상이 된다는 말씀이 곧 일자진법임을 알 수 있다.*   법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