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MBC 특선 다큐 ‘부자'의 제 2부, 재산의 기부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과 장수와의 연관성 및 부의 축적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본다.  

미국의 최고 갑부, 록펠러는 52살 때 근무력증을 비롯한 갖가지 질병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가자 자신이 가진 것을 이웃에게 과감하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재산은 갑자기 주체하지 못할 만큼 불어났고 그렇게 넘치는 부를 주위에 나눠주기 시작한지 1년이 되자 그의 건강은 회복되었으며 심지어 아흔 여덟살까지 장수했다. 재산의 기부가 과연 부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주유소와 석유판매소를 두 개씩 운영하고 있는 김현철 사장은 15년째 남을 돕는데 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지금은 어엿한 사장이지만 15년 전 만해도 석유판매점에서 기름을 배달하는 일을 했다. “사실 그리 큰 것도 아닌데 용기 내서 해보니까 나 스스로가 너무 기뻤어요. 기뻐서 자꾸 더 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벌기가 바쁘게 남을 위해 돈을 썼는데도 기름 배달 6년만인 1995년부터 억대의 매출을 올리면서 김 사장은 이듬해 석유판매점을 마련할 수 있었다. 1년 뒤 곧바로 외환위기가 닥쳤어도 매출액은 두 배로 늘어났으며 그에 비례해서 남을 돕는데 쓰는 돈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갔다. 기부액은 2년마다 갑절로 늘어났으며 기부액이 늘어날수록 매출액도 덩달아 늘어났다. “그동안 지나오면서 어렵다 어렵다 해도 제가 개인적으로 쓴 것은 항상 마이너스인데 남을 도왔을 때는 그 돈이 꼭 오더라구요. 뭔지 잘 모르겠지만 그걸 느끼고 있습니다."

정말 기부를 하게 되면 수익이 재창출되는 것일까? 금융자산만 3억원, 실제 소유액은 10억원이 넘는 은행 VIP고객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기적이든 비정기적이든 기부를 해오고 있다고 말한 사람의 25%가 자산이 늘었다고 대답했다. 많은 부자들이 남을 돕기 시작한 뒤로 자산이 줄기는커녕 늘었다고 대답한 것이다.

그렇다면 기부가 건강과 장수와도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12대에 걸쳐 400년간 만석꾼으로 지낸 경주 최부자의 평균 사망연령은 64세이다. 조선시대 평균수명이 30살 전후였던 것과 비교하면 당시로서는 장수한 셈이다. 하지만 좀더 실제적인 검증을 위해 세계 최초로 남에게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는 기부행위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해보기로 했다.

먼저 질병이 없는 40대 초반의 건강한 사람들에게 최근 1년 동안 기부 유무, 횟수, 기부액에 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후, 혈액을 5cc 가량 채취해 인체 내 면역 조절에 관여하는 물질, ‘인터류킨 6'를 측정해 설문조사 결과와 비교해 보기로 했다. ‘Ir 6'의 농도가 높다는 것은 면역기능이 떨어졌거나 염증이 있어서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험 결과, 1년 내 기부 경험이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4번 이상 기부한 사람이 3번 이하 기부한 사람보다 Ir6의 농도가 현저히 낮아 훨씬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박변이도에 따른 스트레스검사에서도 기부를 많이 하는 사람이 심리적으로 더 많이 안정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심장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을 위해서 자신의 것을 내어놓는 기부행위가 여러 가지 실험과 조사에 의해 건강에 좋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요컨대, 기부는 일방적으로 가진 자가 못 가진 자에게 베푸는 온정주의적 의무만은 아니다. 오히려 기부는 받는 사람 뿐만 아니라 베푸는 사람 모두에게 더 많은 부와 건강을 가져다 주는 상생의 과학이다.*   강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