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그러니까 <격암유록>이 세상에 알리고자 했던

핵심이 빠져버리고 엉뚱한 해석으로

본래의 취지를 사장시켜 버리고 만 것이다.

결국 신명이 발동하지 않은 장사꾼의 글을 썼기 때문에

그러한 결과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구닥다리의 말 같지만 내가 쓰는 글에 신명이 있다고 믿는다. 요즈음엔 글뿐만 아니라 인터넷에도 신명이 있다고 믿는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내가 하는 말에 동의한다.

글쟁이에게 신명이 찾아올 때는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이 전혀 쓸 수 없는 글을 혼자서 쓰고 있을 때이다. 신명은 내가 가지고 있는 작가적인 상상력과 지식 안에서 활동한다. 신명이 활동하는 이유는 내가 깨닫지 못하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글을 다 쓰고 나서는 내가 무슨 글을 썼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잊어버린다. 시간이 흐르면 내가 그 글을 썼다는 것조차 까맣게 잊고 있는 때가 많다.

내가 아는 어떤 시인은 내가 쓴 글을 읽고 나서 글의 어떤 부분은 내가 쓴 글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가 하는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내가 쓴 글들이 인터넷 상에서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신명이 활동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설교를 하는 목사나 신부, 법문을 하는 스님, 사설을 하는 무당, 노래를 부르는 가수, 연기를 하는 연기자, 다시 말해서 신명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에게 크든 작든 신명은 활동한다.  

내가 작가생활을 20여년을 해 왔으므로, 내게 원고를 청탁하는 사람은 원고료를 지불하던가, 원고료를 주지 못할 형편이면 사정을 말하여 양해를 구하고 원고를 써달라고 한다. 나는 나와 내게 글을 청탁하는 사람과 특별히 인간적인 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공짜 글을 써주지 않는다. 내 글이 기분 내키는 대로 쓰는 글이 아니므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내가 쓰는 글에 대하여 지켜야 할 예의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공짜 글을 써 주려면 나는 내가 쓰려는 글에게 사정이 여의치 못하여 공짜 글을 써주게 되어서 그렇다고 양해를 구한다. 글에 신명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신명을 대접하려는 것이다.

내가 살아가기 위하여 매일 밥을 먹듯이 나는 글의 신명에게도 글이라는 밥을 지어 드린다. 나 자신은 밥을 먹으면서 글의 신명을 굶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글의 신명은 소설가인 내게 잡스러운 글을 쓰지 못하게 한다. 소설을 쓰기 싫어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무식하고 몰상식한 사람들이 간혹 있어서, 내가 써준 글을 내 의도에 맞지 않게 써먹다가 신명에게 화를 당하는 경우를 보기도 한다. 글에 주술성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일을 당하게 된다고 본다. 신명을 대접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취했다가 신명에게 당하는 화였다고 생각한다. 내가 글의 신명에게 대접하는 만큼 글을 가져간 사람이 글의 신명에게 대접을 해 드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데에서 자초한 화라고 볼 수 있다.

무당들은 자신이 점을 칠 때 도와주는 신명을 <글문도사>나 <천문도사>라고 한다. 글문, 천문 하는 것으로 보아서 무식한 신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글을 풀면 점이 되고, 천문을 풀면 점이 된다. 그러므로 그 사람의 이름이나 천문을 보고 점을 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大韓#民#國)의 韓이 순임금이 요임금에게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생긴 문자라 우리가 韓을 국호에 쓰는 한 쿠데타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주장을 인터넷 상에서 여러 번 한 바가 있다. 또 최근에 어떤 사람들이 한강(漢江)을 韓江으로 바꾸자는 주장을 하기에 인터넷 상에 반론을 제기한 바가 있다. 漢江은 ‘은하수’라는 뜻이다. 그러나 韓江이라고 하면 쿠데타로 많은 사람이 죽어 피의 강이 된다는 뜻으로 풀이가 된다.

우리는 6.25전쟁 때 1차로 국호 ‘韓의 반란’을 경험하였다. 앞으로 또 언제 이러한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나게 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게다가 한강을 韓江으로 고쳐 쓰기 시작한다면 같은 화를 다시 반복하여 앞당기게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이유로 내가 韓江에 대하여 반론을 제기했던 것이다. 문자를 알면 문자만 가지고도 이렇게 점쟁이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격암 남사고 선생이 쓰신 <격암유록>에, 삼신산 가까운 곳에 삼신제왕이 현신하고, 삼신산 사람으로 불리는 새로운 인류가 출현하게 될 것이라는 예언의 말씀이 있다. 이러한 말씀은 격암 남사고 선생이 연구하여 쓴 글이 아니라, 그가 오랜 세월을 축적해 온 지식에서 자연스레 우러나온 것이다. 글에 신명이 발동하면 이런 일이 가능해진다.

사마천이 쓴 <사기>에 삼신산이 발해만에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발해만에 지금 삼신산으로 불리는 산은 없다. 그러나 <격암유록>에 삼신산 가까이에 있는 소래산· 노고산· 한강이 기록됨으로써 삼신산이 어디 쯤 있었을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해진다. 거기가 삼신제왕과 삼신산 사람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출현할 곳이다.

그러나 시중에 나와 있는 <격암유록  해석본>에는 이러한 해석이 없다. 해박한 동양철학들과 <성경>을 바탕으로 해석한 해석본이 난무할 뿐이다. 해석자들이 우리역사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해석을 시도했기 때문에 ‘삼천포로 빠져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격암유록>이 세상에 알리고자 했던 핵심이 빠져버리고 엉뚱한 해석으로 본래의 취지를 사장시켜 버리고 만 것이다. 결국 신명이 발동하지 않은 장사꾼의 글을 썼기 때문에 그러한 결과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비주의에 잘 빠지는 성향이 있고, 한번 빠지면 잘 헤어나지 못하는데, <격암유록>을 잘못 읽고 오도된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역을 한 사람들 때문에 당하게 되는 피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엔 제대로 된 책이 세상에 나와야 하고, 그러한 책을 읽음으로써 오도된 신명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다. *   < 사외(社外)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

고담 노중평님 약력
 

(사)한배달 이사. 삼각산 축제 삼성

제례, 덕수궁 고려연등회의 칠석제 등을 복원함

역사서로 <고조선 사람들의 근원적  사유>, <사라진 역사 1만년> 등의

대표저서가 있고 소설로는 <대통령의 아들>, <구지가> 등이 있음.

인터넷상에서 상고사 칼럼, 종교칼럼 등을 쓰고 있음.

한국문학 도서관 노중평 문학서제 http://blog.empas.com/got7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