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스페셜 <에이지즘, 나이차별에 대한 보고서>

지난 한 세기를 지배했던 인종차별, 성차별에 이어 최근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나이 차별, 즉 에이지즘(Ageism)이 21세기 최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나이 차별과 관련된 소송이 급증하고 있고, 그 배상 액수도 인종, 성차별을 능가하고 있다.

‘에이지즘’이란 1969년에 처음 사용된 용어로써, 나이가 듦에 따라 사람의 지적ㆍ성적 능력, 생산성 등이 떨어진다는 믿음을 근거로, 나이든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편견과 차별로 정의된다. 그런데 인종차별이나 성차별과는 다르게, 차별하는 사람들(In-Group)이 나이가 들면 차별받는 입장(Out-Group)이 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종이나 성 차별보다 더 많은 두려움을 불러 일으키곤 한다.

그런데 무엇보다 에이지즘이 심각한 이유는 대중매체들을 통해 우리 일상생활에 너무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편견과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인식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가령, 나이가 들어 흰 머리가 날 경우, 주위에서 ‘염색 좀 하고 다녀라’는 핀잔 섞인 이야기를 흔히 듣는다. 또한 병원에 가도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낮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기 쉽다. 직장에서는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위해서, 나이든 사람이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미 그 경계선이 40세까지 내려왔다.

잘나가던 중견기업 과장이 아무런 이유없이 단지 40세가 넘었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좀더 일찍 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미국이 1967년에 이미 40세 이상의 나이든 사람에 대한 어떤 차별도 금지한다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게다가 미국은 지난 86년부터는 정년 자체를 없앴으며, 심지어 고용할 때 나이를 묻는 것이나 나이를 차별하는 것도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도 미국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정년을 법으로 정해서 고령자들을 보호하거나 마찬가지로 정년 자체를 없애는 것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뒤늦게 초고속 고령화 사회를 맞은 우리나라만 유독 에이지즘이 심한데 그렇다면 노인들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인식은 단지 노인에게만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수많은 연구결과들은 노인집단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느냐 부정적으로 해석하느냐가 그 당사자의 건강이나 행동에도 직접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먼저 부정적인 노인 이미지에 무의식적으로 노출된 사람들의 걷는 속도가 줄어들었으며(Bargh 1996), 노인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환경에 노출된 노인들의 기억력이 감퇴되는 현상이 나타났다(Levy 1996). 또한 늙음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에 노출된 노인들의 혈압, 심장박동 등의 심장혈관계 기능이 향상된 반면 부정적인 이미지에 노출된 노인들은 기능이 약화되는 결과가 나왔다(Levy 2000). 에이지즘이 인간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그러므로 소위 ‘늙음’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젊은이’들은 가까운 장래에 반드시 부메랑을 맞게 된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노인이 되었을 때,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품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젊은이들이 나이가 들어 불행한 삶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현대사회에 만연된 에이지즘을 줄여나가는데 우리 모두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노인 혹은 늙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는 상대뿐 아니라 자신의 노화도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강민주 기자